필리핀의 파그빌라오에서 TORRES STRAIT를 통해 호주의 GLADSTONE을 향하는 항로는 두 항구 간에 가장 가까운 거리의 항정 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사이의 내해를 모두 거쳐서 TORRES STRAIT와 REEF CHANEL을 통과해야 하는 아무래도 신경이 많이 소모되는 항로인 것도 틀림없는 사실이다.
항정선과 침로(CORUSE LINE)를 그으며 만나게 되는 바다들을 한번 살펴보기로 하면,
루존도의 맨 아래쪽 만에 있는 파그빌라오를 떠나 남행하며 민도로섬을 지나며 SULU SEA에 들어선다.
해적 당직으로 밤을 지새우며 MINDANAO 섬과 BASILAN 섬 사이에 있는 BASILAN STRAIT를 약 7시간에 걸쳐서 헤쳐 나가면 CELEBES SEA로 들어선다.
만나는 내해들 중 큰 편에 속하는 이 바다를 남동진 하다가 인도네시아 스라베시 섬의 북쪽 끝에 있는 BANKA 섬 부근의 BANKA PASSAGE를 빠져나가면 이번에는 MOLUCCA SEA 가 나타난다
그동안 하루가 다르게, 아니 한 시간이 다르게 맹위를 떨치며 기온을 올려주던 태양의 뜨거운 입김에 이미 녹초가 된 갑판 근무 팀원들이 헐떡이려는 숨을 고르며 쉬엄쉬엄 일을 하는 모습에 우리의 위치가 적도에 가깝게 다가서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게 한다.
갈 길이 바쁘니 더 살피고 돌아볼 염두는 포기하고 그냥 비슷한 코스로 그 바다도 내려 지르며 적도를 통과하였고 곧이어 닿는 곳에서 MANGOLI섬과 MAYOH섬을 양쪽으로 한 수로를 빠져나오니 이름이 또 바뀌는데 CERAM SEA이다.
거칠 것 없는 바다이지만 중간중간에 섬들도 산재해 있으니 멀리 떨어져 있는 두 지점 사이를 가장 가까운 거리로 항해를 하려다 보면 이렇게 섬들 사이의 좁은 해역을 자주 드나들면서 달려야 하는 것이다.
이제 작은 이 바다 위를 약 75마일 정도 계속 달리다 보면 또 기다리는 섬들이 있다.
아직도 인도네시아 영해인 이 바다에 떠있는 BURU 섬과 CERAM섬이다. 사이에 SELAT MANIPA PASSAGE를 품고 있는 데로 선수를 들이밀며 계속 갈 길을 재촉하다 보니 어느새 BANDA SEA가 다시 마중을 해준다.
여기서부터 슬슬 호주의 권역에 들어서는 발길을 재촉하여 비스듬히 동진을 시작하여 ARAPURA SEA에 도달하면 곧 이어서 TORRES STRAIT가 있는 곳에 다다르게 된다.
PAGBILAO를 떠난 지 엿새 만에 도착하는 이곳에는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이란 이름을 가진 섬들 사이에 있는 GOOD ISLAND 부근의 PBG(PILOT BOARDING GROUND)에서 보트로 온 강제 도선사를 태우면 일단은 작은 안도의 한숨을 거두며 본격적인 REEF SEA의 항해를 전개하게 되는 것이다.
호주가 자부심을 가지고 세상에 자랑하고 있는 세계 자연 유산인 GREAT BARRIER REEF의 북쪽 끝이 파푸아 뉴기니가 와 서로 맞대고 있는 바다에 펼쳐져 있는 산호초와 얕은 물목이 어울려 있는 곳이 TORESS STRAIT이다.
우리 배가 만선 시의 흘수를 가지고 있는 때라면 통과할 수 없는 수심을 가지고 있는 곳이기에, 아예 그곳을 통과하여 호주의 GLADSTONE을 찾아오라는 용선주의 지시를 버겁게 느꼈던 것인데, BALLAST 항해라면 얼마든지 가능한 수심임을 알게 되었으니 조심스럽게 들어섰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