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 해상오염으로 오인하게 만드는 부유물
그래드스톤에 도착하여 하루 반이 지나고 있는 일요일이다.
그동안 예정은 쉬워주고 있었지만 본선의 항해 일정 관계로 어쩔 수 없이 미루어지고 있던 구명정 진수 훈련을 시행하기로 한다.
먼저 항만당국의 허가부터 얻기로 하여 어제 오후에 오늘 훈련하겠다는 이야기를 미리 하였더니 훈련 시작할 때 다시 이야기를 하라고 했기에 이제 시작 전의 보고를 하여 허가를 얻었다.
먼저 풍하 측에 있는 구조정인 좌현의 2번 보트부터 내려 주기로 한다. 공선 상태라 까마득히 내려 다 보이는 수면까지 내려 주기 위해 먼저 데크 레벨에서 세웠다가 보트의 스윙이 잦아 들은 후 보트의 선저가 물 위에 가볍게 닿는 것을 확인하면서 브레이크를 잡아준 진수 상태로 만들어 준다.
미리 타고 있던 2 항사와 3 기사가 즉시 엔진을 가동해 스크루를 돌려준다.
위에서 내려 다 보이는 물 위에 떠 있는 구조정(Rescue Boat) 선미에서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스크루 커렌트(Screw Current)가 뒤로 밀려 나가기 시작한다.
<수면에 까지 하강시켜 엔진 테스트하는 모습>
원래의 진수 시험은 여기까지가 아니라, 보트를 물 위에 내리거나 수면 상부 50센티미터 정도까지 내린 후 On-Load Release Gear System을 이용하여 보트에 걸려 있는 수납용 와이어의 훅을 오픈시켜서 보트가 본선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게 해 준 후에, 기관사용 및 타의 사용으로 어느 정도 움직인 후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서 수납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이지만, 보트를 재 수납하는 과정에서 파도가 약간이라도 있으면 매우 힘든 작업이 될 수 있으므로 훅을 벗어내는 작업은 교육으로 대체하고 넘기기로 했다.
똑같은 방법으로 보트를 내리고 엔진 테스트를 한 후 사진을 찍어 보관한 후 다시 올려준다. 그런데 올려주는 모터의 돌아가는 소리나 감아 들이는 속력의 성능이 아무래도 먼저 훈련한 구조정 쪽보다 떨어진다는 느낌을 준다.
그러나 고장이 나서 그런 게 아니라는 걸 알기에 그 두 보트의 일하는 쓰임새를 감안한 배려라는 것을 확인받은 것으로 알고 넘어간다.
모든 훈련이 끝나고 뒤처리도 마무리 짓고 항만당국을 불러 훈련이 끝났음을 알려준다.
그렇게 무사히 훈련을 끝냈지만, 마음 한가운데 찜찜한 일이 생겨나 있다. 보트를 내리고 훈련을 하는 와중에 이상한 기름기 같은 누런 색깔을 지진 부유물이 물 위에 떠있는 상태로 우리 배의 좌현 쪽 선체 철판을 따라 선수에서 선미까지 이어져 있는 것을 발견한 때문이다.
<마치 누런 기름기의 찌꺼기가 부유하는 것 같은 이것은 적조의 일종이다>
선미를 벗어나면서 그것들의 둥치는 뭉쳐졌던 모습에서 다시 엷게 퍼져 나가면서 마치 기름띠 같은 색조의 꼬리를 저 멀리까지 이어주고 있다.
주위에 있는 다른 배들을 살펴보지만 별다른 이상을 느낄 수는 없는데 유독 우리 배한테만 그런 현상이 나타났고 결코 이곳에 도착하여 오일 빌지를 배출한 경우가 없는 우리는 참 난감한 상태로 이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우선 그것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아보려는 의도로 페트병으로 두레박질하여 그 누런 띠의 뭉치를 담아 올렸다.
결코 기름기는 아닌 것으로 판단되며 약간의 비린내 같은 생명체가 가진 냄새를 풍기는 물체로 얼른 적조 현상을 일으킨다는 조류를 연상하게 만든다.
-아하 이곳에 적조가 발생한 모양이구나.
하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긴장하고 있던 마음을 풀어 준다.
만약에 그게 기름기라면 그렇게 만든 배를 색출해 내려고 할 거고 그런 와중이라면 우리 배가 가장 먼저 타깃으로 나서야 하는 일이 될 공산이 큰 셈이다.
우리 배가 그런 불법적인 일(기름기의 무단 배출)을 하지 않았어도 받아야 하는 의심이나 하여간 진실이 과학적으로 밝혀질 때까지 겪어야 하는 일을 생각하면 오한이 들 일이었다.
그런데 이것이 잘못된 인위적인 일로 나타난 것이 아니라 자연이 준 현상으로 나타난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으니 몇 시간 동안 겪었던 마음고생을 순식간에 털어낸다.
날씨는 덥고 바람은 별로 없는 상황에서 잔잔한 바다 표면 위에 엷게 깔려 있던 그들은 우리 배의 옆을 지날 즈음 선체에 막혀 갈 길을 차단당하니 조류를 따라 조용히 선수에서 선미 쪽으로 다시 밀리기 시작한 것이다.
계속 밀려드는 바다 표면에 있던 차단당한 적조는 개체가 늘어나면서 점점 두터운 띠 형태로 되어 조류를 따라 선수에서 선미로 움직인 것이다.
그렇게 본선의 길이 240 미터를 지나가면서 결국 앞쪽보다는 뒤쪽에서 더욱 두터운 상태로 되었다가 선미를 빠져나가는 순간 다시 막힘에서 풀려나니 옅게 풀어지며 멀리서 보면 마치 기름기라도 살짝 남겨진 바다 표면 같은 색깔을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지난번 ABBOT POINT에 기항했을 때도 이런 현상을 경험했던 것이 상기된다.
그때는 우리 배 쪽으로 가까이 오지는 않고 좀 옆으로 지나치는 걸 보면서 저 정도 모습을 띠운 기름오염사고 라면 동네가 시끄러울 텐데 조용한 걸 보니 정박하고 있던 배들 하고는 관계없는 상황인 모양이라 치부하고 넘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