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드스톤 접안

by 전희태
091223-GLADSTONE_C8_0141.jpg 헬기로 날아 오는 파이로트


며칠 전 도착하여 투묘한 후 입항 접안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접안 예정 시간의 변경을 어제저녁 알려 왔었다.


오늘 오후에 접안한다고 했던 처음의 예정이 당겨져서 아침 6시 45분에 도선사가 탄다는 확인을 받으며 새벽부터 미리 준비해서 닻을 감아 들이기 시작한다.


지금 항만당국에서 요구한 사항 중 그대로 따르지 않은 일이 있어 아무래도 마음에 찜찜하다. 그건 흘수선에 관한 것으로 현재 선미 드라프트가 푸로펠러를 100% 물속에 잠기게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도선사가 30분 늦어진 7시 15분에 승선한다는 연락에 그에 맞추어 배를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윽고 약속한 시간에 나타난 도선사를 태우고 들어가기 시작하며 도선사는 본선의 현황에 대하여 한 가지씩 질문하기 시작한다.


 모두 YES. OK로 대답해줘야 하는 질문 사항인데 드디어 드라프트 체크에 왔다.


선수 드라프트는 선체 길이의 2%보다 커야 하는 것은 4미터 80이니 통과되었고 선미 드라프트가 푸로펠러를 모두 물속에 잠기게 하고 있는가를 물어왔을 때 그렇다고 대답한다.


사실 지금 선미 드라프트로서는 푸로펠러가 100% 잠길 수 있는 숫자가 아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으면 발라스트를 더 실어주어야 하고 그것은 접안 후 홀드 클리닝 검사에서 7번 창에 물이 고여 있다는 지적으로 인해 패스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염려되어 4번 발라스트 탱크의 물을 적당량 빼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7번 창의 홀드 빌지 측심 구(SOUNDING PIPE)가 관통하고 있는 TWT에서 파공이 생겨 그곳의 물을 홀드 바닥으로 흘러넘치게 하고 있기 때문에 그를 막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고육지책으로 선미 쪽을 조금 높게 들어준 것이다.


 접안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판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들이 요구하는 대로 본선 컨디션을 유지하는 게 이렇게나 힘든 것이다.


헬리콥터로 본선에 승선했기에 드라프트를 자세히 보지 못하고 탔기에 그냥 YES라는 내 대답으로 통과하여 부두로 향해 움직이기 한다.


 일종의 거짓말을 하였기에 마음이 조마조마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자위하며 어서 무사히 접안이 끝나게 되기를 바라며 움직이기 시작하는 배에서 브리지의 한편으로 옮겨가서 가만히 있었다.


 두 시간이 넘는 움직임 끝에 드디어 부두에 무사히 도착하였다. 파이로트도 끝났다는 사인을 받아서 하선하려고 내려간다.


 이미 미리 준비시키고 있던 갱 웨이까지 3 항사가 안내하여 내려가는 걸 보며 한 숨을 돌리고 있는데 2 항사가 워키토키로 부른다. 응답하고 나가니 현문 밑에서 파이로트가 나를 찾는다는 전언이 온다


무슨 일이냐 니까 모르겠다면서 갱웨이를 내려가서 부두에서 찾는다는 말을 한다.


즉시 밑에 내려가니 방금 세관리와 검역관이 올라왔는데 우선 나를 찾는 도선사부터 찾아가서 무슨 일이냐니까 선미의 프로펠러를 가리키며 100% 물속에 잠겼다고 하더니 저것이 그런 상태냐고 힐난하듯 물어온다.


 적어도 10여 센티미터 정도는 되어 보이는 프로펠러 블레이드의 끝단이 물 위에 뾰족이 나와 있다.


-지금 어찌하면 되겠는가? 를 물으니


-다음부터는 꼭 정식으로 하라. 는 말을 하며 돌아 선다.


 우선은 더 이상의 큰일이 없이 끝이 나게 되어 속으로 안도를 하며 다시 한번 즐거운 성탄절을 지내라고 인사를 해주며 배로 올라왔다.


그가 이 일을 가지고 항만 당국에 보고라도 하면 문제가 커지는 걸 어쩔 수 없이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그나마 이 정도에서 그쳐주었으니 감사합니다. 하는 말이 절로 입안에 맴돈다.


도선사라는 직책(업)이 우리들 선원이 만나게 되는 육상의 인원들 중 가장 가깝게 여겨지는 직업군이긴 하지만 때로는 그렇게 가까운 사람으로 믿고 싶을 만큼 선원들 사회를 너무 잘 아는 그 내용 때문에 본선에 불리한 행동을 가하는 경우도 만날 수 있기에 그들을 대하는 우리들의 태도도 각양각색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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