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아침에 출항을 한다.
밝고 환한 날씨는 좋지만 남반부의 성탄절은 지금 한창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 시즌이다.
성탄 전일에 PSC 검사를 받으며 바쁘게 짐을 실었지만 열댓 시간이면 가능한 작업을 그래도 이틀에 걸쳐 시행하여 주니 시간에 쫓김없는 발라스트 배출로 큰 걱정 없이 선적작업을 끝낸 것이다.
너무나 환한 태양의 이글거리는 뜨거움 아래에 노출된 수로를 따라 두 시간여 빠져나오고 나니 평소 같으면 헬리콥터로 하선했을 도선사가 보트로 내린다고 도선사용 사다리를 준비해 달라고 요청해 온다.
1.5미터 수면 상부까지 두 개의 맨 로프와 함께 파이로트 사다리를 준비해 달라는 요청을 선수에서 출항 대비 대기 중이던 갑판원들을 불러 알려주며 그대로 실시하라고 지시한다.
맨 로프와 함께 준비하는 뜻은 도선사용 사다리의 스텝에는 발을 올려놓고 양 발을 차례로 내려 디뎌서 하선할 때, 두 손으론 각각의 맨 로프를 잡아서 발이 하강하는 운동에 따라 손으로는 몸을 배의 외판에 가깝게 붙여가며 쉽게 내려갈 수 있도록 줄을 잡아 발이 내려 간만큼 풀어주는 운동을 함께 하려는 준비물인 것이다.
반대로 올라갈 때는 도선선의 좀 높은 곳에 올라선 후 배에서 내려준 맨 로프를 적당히 당겨서 긴장을 주어 잡고 있다가 배와 도선선의 운동 주기가 가장 안전한 때 그대로 건너뛰어 배의 사다리에 발이 닿게 되면 그때부터 위로 올라가기 시작하는 방법을 쓰는 것이다.
건너뛰기를 그만큼 높은 곳에서 할 수 있기에 그 거리만큼은 위로 올라가느라고 힘쓸 필요가 없이 사다리를 탈 수 있지만 그런 정도의 날쌘 동작이나 행동은 그만큼의 경력이 있어야 가능한 일로 여겨진다.
어쩌면 서커스의 동작을 보는 것 같은 아름다움마저 느껴지기도 하는 그런 모습을 나는 예전 사우스 아프리카의 어느 항구에서 본 기억이 남아 있다.
그렇게 도선사도 내리고 이제 도착항을 향해 달리기를 멈추지 않고 가기 시작하는 R/UP ENG. 의 명령을 내려준 후 브리지를 내려온다.
이미 성탄절의 한낮이 모두 지나가 버린 시간이지만 대부분이 가톨릭 신자들인 필리핀인 선원들은 성탄절 특별 행사를 좀 늦어졌어도 시작하기에 동의한다며 마지막 출항 뒤치다꺼리에 열심히 손길을 보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