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와노세지마(SUWANOSE SHIMA)의 활화산

화산도 옆을 지나는 마음

by 전희태
100106-BB0011.jpg 스와노세 지마(SUWANOSE SHIMA)의 활화산이 화산재를 분출하는 모습


호주 출항 후 아주 잔잔한 날씨를 동반하여 잘 달려오던 뱃길인데 어젯밤부터 슬슬 일기 시작하던 바람이 계속되며 이제는 선수가 흰 포말을 뒤집어쓰는 일이 자주 생기고 있다.


일본 규수의 도카라 해협의 섬들 사이에 도착할 때까지만 해도 계속하여 즐기던 날씨였는데, 이제 내일 오전 11시쯤이면 여수에 도착할 거리를 남겨 둘 무렵부터, 좋은 날씨에 대한 기대는 버려야 될 것으로 여겨지게끔 흐린 날씨로 변해버린 것이다.


처음 항해계획을 세울 때는 최단거리를 우선적으로 택하므로, 될수록 SHORT CUT로 그어 놓은 침로가 되다 보니 처음 만나게 되는 낯선 해역에서도 가까운 거리를 두고 지나치는 섬 사이의 모습도 있어 카메라에 담아 보기로 한다.


작은 섬이지만 모두가 뾰족한 삼각형의 산정을 지니며 바다와는 낭떠러지의 절벽으로 경계 지어진 가파른 물매를 지니고 있다. 그런 중에도 좀 큰 편의 섬이 오른쪽에 나타났다.


스와노세 지마(SUWANOSE SHIMA)이다. 섬 중턱에 하얗게 껍질을 벗겨 받은 상처 모양의 흙이 표출된 곳이 있어 쌍안경으로 살펴보니 인공적인 토목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우리 배와 그 섬의 해안선과의 사이는 2.3마일 정도 떨어진 상황이라 아주 가깝게 지나가고 있는 셈이다.


일단 카메라에 그 모습을 다 담아 보느라고 렌즈를 당겼다가 내줬다 하며 사진의 크기를 셈하고 있는데 갑자기 그 섬의 정상 위에서 구름이 꽃처럼 피어오르는 모습이 떠오른다.


-저게 뭐지?

호기심 어린 마음을 다독이며 그대로 셔터부터 누르고 보는 순간 그것은 지금 화산의 분화구에서 솟아오르고 있는 연기란 걸 얼른 생각해 낸다.


그렇게 간헐적으로 솟구치는 화산재의 구름을 보며 그 그림을 카메라에 담기는 했지만 그 산정 위의 하늘이 모두 회색 빛의 구름으로 꽉 차 있어 구름과 화산재를 구별 못할 것 같은 기분에 기왕이면 맑은 날이었으면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을 가져 본다. 하지만 이만한 사진을 찍게 된 것도 행운이란 생각도 든다.


순간적인 흥분을 가라앉히며 일본이 지진과 화산이 많은 나라라는 걸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이곳이 활화산이 활동하고 있는 곳이란 생각은 미처 하질 못하고 너무 가까이 침로선을 그어 놓은 항해상 실수를 범한 것은 아닌지 갸웃둥해 본다.


지난 항차에 사까이데를 출항한 후 도쿄도 앞바다를 지나며 만났던 섬도 오늘의 이 섬과 마찬가지의 활화산이었던 것을 기억하지만, 그때는 그래도 멀게 지나치게 되어 충분한 화산의 느낌을 받지 못했는데 이번의 모습은 가까이서 보게 되니 은근한 불안감마저 들어선다.


항로 서지 등 관련 사항을 끝까지 잘 살펴가며 항로의 세부 결정을 하지 못하고 침로선을 결정했던 실수(?)를 만회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들어서, 화산도의 모습이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선교에 머무르며 항해의 안전을 살펴본 후 브리지에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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