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좋은 날씨로 반겨주지 않는 발해만의 기상은 눈발을 날려주어 갑판 위에 하얀 눈을 담아주는 경치를 연출해주고 있다.
1.5마일까지 접근하도록 육안으로는 물표를 찾아보기가 힘든 시정을 가진 날씨라 역시 발해만 다운 심술을 부리고 있음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며 달리안(大連) VTS에 오후 15시경에 들어섰다.
이제 목적지인 JINGTANG의 묘박지까지 20여 마일 남겨두고 들여다본 레이더의 화면에는 호주를 다닐 때 보던 그런 그림이 아니 그때 보다도 더 많은 숫자의 하얀 점들이 무수히 떠 있다.
레이더 스코프상에서 점으로 보이는 것 모두가 항구에 접안하려고 닻을 내리고 기다리는 배들의 모습이다.
싸늘한 대기가 그동안 추위를 느끼지 못하며 다녔던 항해에서의 벌충이라도 해주려는지 더욱 몸을 움츠리게 만드는 속에 그나마 낮에 보다는 많이 좋아진 시정이 한 가닥 위안을 준다.
항만당국에 도착 보고를 해줘야 하는 위치에 도달하였다.
-TANGSHAN VTS! TANGSHAN VTS! THIS IS MOTOR VESSEL C.JOURNEY~ 하며 호출을 하니 조용하던 정적을 깨며 어둠 속에서 응답하고 나오는 목소리가 있다.
보고 지점에 도착하였음을 알리고 우리가 투묘해야 할 지점을 알려 달라고 하니 잠시 기다리라고 하더니 곧 위치를 불러준다.
북위 39-12N,119-17E 위치라고 알려주는 걸 적어 들고 해도실에 가서 차트에 그려 넣어 보니 현재 우리가 있는 위치에서 5마일 정도밖에 남아 있지 않은 거리이다.
얼른 기관을 반속 전진으로 바꾸어 준 후 그곳을 향한 침로를 새로 그어 주며 선수를 돌려준다.
이미 불빛을 보여주고 있는 배들의 모습이 가까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을 본선과의 상대 위치로 셈해가며 우리가 닻을 내려줘야 하는 곳을 미리 레이더에 점찍어 준다.
이제 선수로 나가서 닻을 내릴 준비를 총괄하는 일항사에게 연락을 하고 스탠바이 벨을 울린다.
갑판에 내린 서리가 얄팍한 얼음이 되어 매우 미끄러운 상태이고 살갗을 에이는 따가운 추위가 주의를 산만하게 만들 수 있어 조심하라는 당부를 하며 내 보낸다.
이미 선수 앞쪽을 비추는 갑판등을 켜주어 준비 작업하는데 지장이 없도록 해주었지만 며칠 전까지도 겪지 못했던 추위라는 변수가 아무래도 마음에 꺼림칙하여 다시금 조심하도록 당부한다.
레이더의 눈금을 줄여 3마일 범위로 하여 배당받은 위치를 찍어주고 그 안으로 찾아들기 시작한다. 하나 속력을 낮추어 접근하는 과정에 GPS 속력이 입력이 되지 않는 우리 레이더의 특성으로 인해 찍어 준 위치가 자꾸 변한다.
아직은 지정된 위치에서 약간 벗어나긴 했지만 이쯤이면 현재 타 정박 중인 주위의 선박과도 알맞은 거리라 생각되는 곳에 도착하여 투묘 명령을 내린다.
촤르르! 앵카 체인이 풀려 나가는 소리가 들리며 닻이 내려졌다. 조금의 전진 타력이 남아있어 아직은 후진의 엔진 사용을 계속하고 있다.
방금 켜준 갑판의 조명 등불 빛에 구불렁 거리는 스크루 와류가 누런 황토의 뻘물 띠를 형성하며 선수 쪽을 향해 뻗어나가고 있다.
그 뻘 물의 행렬이 6번 창 앞쪽을 지나 5번 창쪽으로 뻗어 나갈 때쯤 기관 사용을 중지시킨다.
GPS의 선속도 이미 0.2노트로 줄어져 있다. 그 정도 속력이라면 새로 내린 닻이 해저에 잘 접촉되어 파주력을 생성시키는데 안성맞춤의 속력이 된 것이다.
닻과 닻줄의 상태에 대한 선수부로부터의 보고를 받아 제대로 닻이 해저에 박힌 것을 확인하며 기관사용 완료를 지시한 후 VTS에 닻을 내린 시간과 그 위치를 알려주도록 지시한다.
39-11.979N,119-17.743E 이곳이 바로 이번 항차 JINGTANG항에 도착한 곳이고 시간은 2254시이다.
이 시간이 바로 본선이 하역할 준비상태가 완전하게 되었다고 화주/하역회사에게 알려주는 NR TENDER의 시간이 되는 것이다.
아마도 일주일 정도는 대기해야 하는 형편으로 짐작된다. 무사히 도착한 항해의 이룸에 대한 뿌듯한 완성감을 안도감과 함께 즐기며 방으로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