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희태 Jan 01. 2019

새로이 승선할 배를 찾아가던 아침

싱가포르에서 교대 승선하다


  앞으로 몇 달간 함께하게 될 우리의 승선을 반갑게 맞아 줄 배를 찾아가기 위해  모두들 새벽 일찍 일어나 호텔을 떠날 채비를 하고 서성거리고 있었다.

 아직 어둠이 깃들여 있는  이른 시간이지만 그래도 엊저녁 약속했던 시간이 되니 우리들을 실으러 온 미니버스가 호텔 프런트 앞에서 눈 비비며 기다리던 우리를 태우더니 시내를 한참 가로질러 달린 후 이윽고 통선장에 도착하여 하차시켜준다.   

 

 그때까지도 우리는 승선할 배가 이미 외항에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는 거로 알고 편한 마음으로 승선 수속에 참여하고 있었는데, 막상 통선장 안으로 들어섰건만 우리를 기다려주는 통선이 그때까지 없음을 알게 되니 낭패한 마음은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어두컴컴한 속에 나타나지 않는 통선을 기다리며 이 일의 전말을 설명해 줄 대리 점원도 없어, 어디에 연락하여 이 상황에서 벗어 날까를 궁리하며 서성거리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며 어느새 사물을 구별할 수 있을 만큼 밝아지는 속에 문득 구름이 만들어 내는 멋진 풍경이 눈앞으로 들어선다.

싱가포르 통선장 부두. 반대쪽 편에는 지금 한창 새로운 여객선에서 카지노 장을 찾아가는 통선장의 건설이 진행되고 있었다.

  통선들을 위한 잔교 부두 위에 있는 수상음식점이 이고 있는 하늘 위에서 마치 쫓고 쫓기는 모습을 한 비슷하게 생긴 구름의 덩어리들이 빠른 걸음으로 경주를 하듯이 북동쪽을 향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선 것이다.


  그래, 우리도 이제 저렇게 앞을 보고 달리는 일을 시작해야 하는 거잖아! 하지만 그걸 쫓고 쫓기는 것이 아닌 함께 동반하여 앞서거니 뒤서거니 가야 하는  거야!라고 문득 표현을 바꿔 생각하기로 해본다. 


  그러자 마침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대리 점원이 우리와 같은 교대 하러 온 두 명의 필리핀 선원들을 출국 수속시켜서 데리고 나타나는 것이다.


  이제 통선을 수배하며 모든 짐을 싣게 한 후 잠시 어디론가 전화를 걸더니, 그대로 기다려 달라며 자리를 비운다. 


 그렇게 얼마쯤 더 기다리게 한 후 다시 나타났는데, 배의 도착 시간이 늦어져 9시가 될 예정이니 밖에 나가서 아침 식사를 마치고 와서 통선을 타잔다. 시계를 보니 일곱 시 40분이 넘어서고 있다.


  커다란 짐들은 그냥 통선에 놔두고 몸만 통선장 밖으로 나가는 수속을 하게 한다.


이런 경우 만약에 우리가 갖고 들어갔던 짐을 다시 들고 나올 경우가 된다면 문제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으로 짐작이 간다. 


 처음 통선장 안으로 넣어 줄 때(출국 상황이니)는 별로 까다롭지 않던 짐 검사였지만 이번에는 전자 검사대를 통과시키며 일일이 체크하여 담배나 술이 나온다면 압수와 벌금이 병행되는 일도 발생할 수 있는 까다로움이 있을 수 있는 것이 이 나라의 출입국 세관 규칙이기 때문이다.


  실려진 짐을 놔둔 채 통선에서 내려서 검문 통과대 앞에 서니 아까 수속을 해줬던 직원이 다시 여권을 받아 들고선 컴퓨터에 뭔가 적어 넣은 후 나가도 된다고 허가해 준다. 


  필리핀인 선원 두 명이 더해져서 일곱 명으로 늘어난 우리는 대리 점원을 따라 통선장 2층에 마련된 아침 식사를 할만한 퓨전 음식점에 찾아가는 엘리베이터를 탄다.


  메뉴판에 <NO PORK NO LARD>라는 알림 문구가 들어가 있는 것을 보니 이곳 국민의 일부인 말레이 계의 무슬림을 배려한 때문으로 여겨진다.

간단한 식음료를 파는 퓨전 음식점


 아울러 금연 마크가 벽에 붙어 있는 식당이니 당연히 담배를 피울 수 없는 곳이다. 

지독한 골초로 보이는 조기장이 X 마려운 강아지 마냥 연신 안절부절못하며 담배 피울 곳을 물색하는 눈치를 보인다.


  금지된 곳에서 담배를 피우다 당할 수 있는 처벌을 누누이 설명하며 알려준 때문인지 겁은 집어 먹고 있지만, 그만큼 끽연하고 싶은 욕망 역시 커지는 모양이다.


  식당 밖에 재떨이가 준비되어 있는 장소를 발견하고 흐뭇한 모습으로 그곳을 향해 가는 뒷모습을 보며 끽연자의 고달픈 즐거움 추구가 절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식사를 끝내고도 한참을 더 그곳 식당에 머물러 있는데, 이윽고 투묘 지를 향해 배가 들어오고 있다는 연락을 받은 대리 점원이 나타나 그의 안내로 다시 통선장으로 내려간다.


힘찬 굉음을 내어 엔진 출력을 최대로 한 통선이 물 위를 가볍게 헤치며 달리기를 시작한다. 

통선 위에서 싱가포를 항만을 쳐다보고 있든 새로 승선하는 선원들 모습

 

 싱가포르 시내의 마천루의 모습이 뒤로 빠지기 시작할 무렵, 세 개의 빌딩 꼭대기 사이를 단순한 배 모양의 구조물로 연결하여 짓고 있는 건설현장 모습이 이채롭게 보인다.


  그 배 같은 구조물엔 초록빛의 식물들이 심긴 공간으로 보이는 게 아마도 하늘 공원이라도 만드는 모양이다. 몇 커트의 사진을 찍어 나중에 자세히 보기로 한다. 

언뜻 의아한 시선을 붙잡아 주던 한창 마지막 공정에 들어서 있든 SKY PARK 모습



 정해준 투묘지로 접근하는 배의 옆에 까지 가서 멈춘 후 얼른 투묘 작업이 끝나기를 기다린다. 엔진의 후진 사용이 시작된다. 곧 닻을 내릴 태세이다. 


  잠시 후 촤르르 소리와 함께 싯누렇게 휘날리는 체인에 말라 붙어있던 뻘이 뱉어내는 먼지가 사방으로 흩뿌려지며 닻줄이 풀려 나가기 시작한다. 시간을 보니 아홉 시 40분 경이다.


   투묘 작업이 끝나며 준비해주는 파이로트 사다리를 타고 배 위로 올라간다. 

닻을 투묘해주고 있는 모습


 매끈하게 페인트칠이 된 갑판이 너무 산뜻하니 깔끔을 떨며 우리의 승선을 반갑게 맞이해 준다.

이제 겨우 한 돌이 지나고 석 달 정도를 보탠 나이를 가진 배이니 너무나 깨끗하다.

급유와 선원 교대를 위해 싱가포르에 찾아와 투묘한 C. WINNER호



 추가로 알아본 싱가포르 하늘공원 이야기:


 후에 뉴스로 알게 된 사실로 내가 사진 찍으며 생각했던 <하늘 공원>이란 이름은 실제로 그렇게 부르고 있었으며 기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싱가포르 중심부의 마리나 베이에 세계적인 카지노 회사인 샌즈(Sands) 그룹이 57억 달러(약 6조 3000억 원)를 투입한 카지노와 호텔 등이 문을 연다. 


 이 중 기울어진 기둥 3개(타워호텔 3개 동)가 떠받치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독특하게 연결된 상부의 거대한 하늘공원(sky park) 등 핵심 건물은 한국의 쌍용 건설이 지었다. 


 지상 200m 높이에 조성된 스카이 파크는 면적이 축구장 3개 넓이와 맞먹는 1만 2천400㎡다. A380 점보 여객기 4대 반을 세울 수 있는 이 공간에는 수백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전망대와 150m 길이의 야외 수영장, 고급 레스토랑이 들어선다.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 건물은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나 콸라룸푸르의 페트로나스 타워처럼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새로운 상징물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싱가포르에 도착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