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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희태 Jan 02. 2019

C.WINNER호 와의 첫 대면


이번에 승선하게 된 배는 이름이 우리말로는 승리자라고 할 수 있는 C.WINNER라고 불려지는 배다.


 주어진 신호 부자(CALL SIGN)는 DSQI8이다.  

풀어쓰기로 불러보면 D-델타, S-세라, Q-퀘벡, I-인디아, 8-에이트이다. 


 배의 크기를 상상할 수 있는 몸피의 신상 명세는 길이가 289.37미터, 폭이 45미터, 깊이 24.2미터에

배 무게 26,545.9 m/t 하계 최대 흘수 17.823m, 일 때 하계 배수톤수는 195,782.4 mt이다.

 아홉 개의 선창을 가지고 있고 짐을 싣고 14.25노트, 공선으로 15.4노트의 속력으로 운항하도록 되어 있다.  

 하루 달리면서 쓰게 되는 기름 소모량은 62mt이다. 


 위의 숫자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배를 물 위에 떠 있는 큰 상자라고 생각하고 그 수치들을 대입해 본다면, 상자의 실제 무게는 26,546 톤이며 길이 289.37미터 x 폭 45미터 x 높이가 24.2미터짜리 상자로서 최대 허용되는 침하 깊이는 17.823미터인데 이렇게 침하할 때의 상자에는 195,782톤 무게까지 실을 수 있다는 뜻이다.

 더하여 만선시 14.25노트 공선시 15.4노트의 속력을 내도록 설계되어 있는 주기관은 일당 62톤의 기름을 소모하는 것으로 설계되어 있다. 


  태어난 곳은 우리나라 서남단 항구인 목포에 위치한 대한 조선소로서, 우리나라에서는 큰 조선소는 아니지만 그래도 중국에서 만들어진 배보다는 성능 면에서 훨씬 나은 대접을 받을 수 있는 국산품인 셈이다.


 처음 나올 때는 파나마 국적을 가졌었지만 곧 한국적으로 바꾼 명실 공히 한국 제품의 배다.


다른 케이프 사이즈와 비교되는 첫인상으로 배의 선수에 선수루(FORECASTLE) 갑판(DECK)이 있는 모습이었다.


 그 모양에서 어지간히 달려드는 파도는 그냥 갈라 쳐내어 감히 선수루에 파도가 올라오지 않고 달릴 수 있어 보이는 위용이 믿음직해 보였다.


 게다가 선미에 척하니 올라 있는 구명정은 근래 최신형 타입인 FREE FALL TYPE의 구명정으로 30도 각도의 수그린 자세로 언제라도 선미를 향해 투하될 수 있는 준비된 자세를 보이고 있다. 

FREE FALL TYPE의 구명정


 이 배를 처음 만난 곳이 싱가포르이니 통선으로 찾아가 승선해야 하는데 선미 옆쪽에 비치된 갱웨이 레더로 오르기에는 너울이 좀 커서 통선의 부침에 따른 위험 상황의 발생을 염려하여 중간 부위인 6번 창 옆의 파이로트 레더를 통해 오르게 되는 수고를 강요했다.


 통선이 살짝 선수를 치켜드는 느낌일 때 얼른 줄사다리의 스텝(발판)과 스텝을 이어준 줄을 각각 양손으로 잡으며 발은 스텝에 올려놓는다. 즉시 팔과 다리에 힘을 넣으며 위로 끌어당겨 오르기 시작한다.


 사실 통선은 파도나 너울로 인해 선수가 오르락내리락하는 운동을 하게 되는데 제일 위험한 때가 바로 이때로서, 항시 통선의 선수가 제일 많이 올라갔을 때 정확하게 사다리로 옮겨 타도록 한 후 통선의 선수가 숙여서 좀 아래로 내려가는 때에 얼른 몇 계단 올라가서 다음 통선 선수가 떠올라 왔을 때에는 이미 안전한 거리를 확보하는 방법으로 승선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너울의 리듬에 놀아나는 통선의 운동을 역으로 이용하여 승선하는 것은 작은 스릴감을 가지게 하는 운동이 될 수도 있겠지만 언제나 안전제일을 염두에 두고 실행해야 하는 일인 것이다.


 이번에 같이 승선하게 된 선원 중 실습을 끝내고 처음으로 상선에 승선하게 된 초급 기관 사관인 3 기사가 있었다. 몇 사람이 시범을 보이듯 사다리에 매달려 배에 오른 후 이제 3 기사가 배에 오를 차례가 되었는데 그 친구의 두 손이 정확히 잡아줘야 하는 스텝을 묶어준 양쪽 사다리 줄을 안 잡고 잠시 후 밟고 올라가야 할 스텝을 힘겹게 붙잡으며 올라가기 시작하는 것이다.


 파르르 떨기까지 하는 그 친구의 손끝을 보며 그 모습이 너무 위험해 보여 뭐라고 소리쳐서 고쳐주고 싶기는 하지만 소리쳐 말을 걸 수가 없다.


 5미터 정도의 높이를 올라가는 것이지만 그나마 배의 흔들림이 없기에 몇 분 동안 그냥 아슬아슬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그래도 눈을 떼지 못하고 마지막 스텝까지 다 올라간 것을 확인하고서야 휴우~ 안도의 한 숨을 몰아 쉬어주었다.


 무사하게 올라가 주었다는 안도감에 한숨은 불어 내었지만, 내가 힘들게 올라가기나 한 것 같이 나도 모르게 팔에 힘이 들어가 있었는지 손이 살짝 저려와 탁탁 털어서 이번에는 진짜 내가 올라갈 준비를 한다.


 좀은 보기 힘든 그런 모습들을 보면 얼른 냉정하게 사진기를 들이 대어 찍어야 하는데, 그렇게 못한 것을 보니 아직도 나의 사진 경력은 더 숙달되어야 할 모양이다.


 배에 올라서니 먼저 타고 있던 선원들이 초면이지만 반갑게 맞이해 준다.  넓은 갑판과 깨끗하게 정비된 신조선 철판의 깔끔한 모습마저 기분을 상큼하게 만들어 주니, 좀 전의 힘겹게 승선한 분위기를 털어내 준다.


 앞으로 4개월 정도 승선해야 하는 배 씨. 윈너 에는 이렇게 첫인사를 나누며 승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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