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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희태 Jan 03. 2019

중국 ZHANJIANG 항에서


싱가포르에서 급유와 선원 교대를 마치고 브라질에서 싣고 왔던 철광석을 풀어주기 위해 찾은 ZHANJIANG항에 도착한지도 벌써 며칠이 지났다.


  새벽 4시에 양하 작업이 끝나면 7시나 8시에 출항이 될 거라는 대리점의 말에 한 가닥 희망을 품으면서도 혹시나 이른 새벽에 힘들게 출항하는 일에 대비하여 일찍 잠자리에 들기로 한다. 


 대리점에 부탁하여 힘들게 사들인 이곳의 심카드 전화로 집에 전화도 걸었었다. 이런저런 집안 형편을 직접 전해 들어 기분 좋아진 마음에 푸근한 여유를 찾으며 잠자리에 들었던 거다.


  일찍 잔만큼 일찍 깨어난 형편에 시계를 보니 어느덧 새벽 4시를 가리키고 있는데 커튼을 들쳐 앞쪽 홀드의 작업 상황을 보니 아직도 진진하게 진행 중인데 잠시 비라도 지나갔는지 갑판이 흥건하게 젖어있다. 


 이렇게 작업이 계속 이어질 건 데, 어째서 새벽에 끝나네 마네 하였단 말인가? 하는 대리 점원의 안목이 한심스러운 마음을 갖게 한다.


  어쨌거나 이제는 새벽 시간을 피한 밝은 아침에 출항이 가능하니 한결 마음을 놓으며 평소 진행하고 있었던 하루의 시작을 하는 내 과업에 충실하게 맞추어 나가기로 한다.


  7시에 아침 식사를 시작하였다. 원래는 이제쯤 출항하기 위한 바쁜 카운트가 진행되고 있어야 하는데 아직도 선창 위에는 갠트리 크레인(GANTRY CRANE)이 그랩(GRAB)을 달고 철광석을 열심히 담아 올리고 있다.

우중에도 작업을 계속하는 모습


 이렇게 늦어진 양하 작업은 한낮이 시작하는 12시에야 끝이 나게 되었고 12시 30분에 파이로트가 승선할 예정이라는 전언을 남기며 대리 점원은 배를 떠났다. 


 그렇게 기다리는 동안 12시 30분은 소리 소문 없이 금세 훌쩍 지나버리더니 한 시간이 두 시간이 되도록 우리 배를 출항시키기 위한 도선사의 모습은 그림자도 보이질 않는다.


  대리점에 위성 전화를 걸어 어찌 되었는지를 알아본다. 항만당국에서 출항 허가가 나질 않았단다.


이 친구 무슨 이유 때문인지를 밝히질 않고 이야기를 하니 답답한 마음에 빨리 도선사를 수배하고 결과를 알려 달라고 하며 전화를 끊었건만 시간이 흘러도 대답이 없다.


 그렇게 두 시간이 넘어 세 시간에 접근할 무렵 대리 점원이 나타나더니 짙은 안개 때문에 항구가 폐쇄되어 입출항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다시 개항이 되는 시점에 도선사를 수배한다며 그때까지 기다려야 한단다.


  사실 바깥을 내다보면 안개로 인해 시계가 많이 불량한 상태로 특히 외항에는 너무 짙은 안개로 항행이 위험하다는 그래서 출항을 막고 있다는 엄포 아닌 엄포가 수긍이 가기는 한다.


  이렇게 기다리며 저녁 식사까지도 끝내고 나니 여섯 시 반에 도선사가 승선할 거라는 연락이 대리점에서 왔다.


 이제 떠나게 되는 건가? 아직 어두워지기 전에 출항이 가능할 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수배되었다던 도선사의 승선을 맞이하여 한결 나아진 기분으로 출항을 서두르려는데 다시 온 전화는 IMMIGRATION OFFICER와 대리 점원이 같이 온다며 또 한 번 STOWAWAY 검사를 시행할 거란다. 


 아침에 출항 전 심사를 다 끝냈던 친구들이 왜 또 와서 어쩌잔 말인가? 결국 그들은 다시 나타나서는 여권과 선원수첩 숫자를 모두 체크하고 우리 선원들을 한자리에 다 모아서 한 사람도 빠짐없이 본선을 타고 출항할 거라는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


  누가 이 중국 땅에 떨어지는 밀항을 한단 말인가? 그러나 그들은 그런 일이 우리들 한 데서 일어날 확률이 충분하다는 듯이 전 선원을 모아 놓고 셈을 세더니 여권과 선원수첩의 숫자와 맞는다고 인정해주고 배를 떠나간다.


  이런 일로 인해 결국 출항은 이미 어둑어둑한 때에 올 라인이 거두어지었다.


 마음이 그런 어둠을 따라가려 함 때문인가? 왜인지 착잡하니 가라앉는 느낌이 더해지는 가운데 더 이상 그런 음울한 기운에 편승당하지 않아야지 싶어 몸을 추슬러 주며 주위를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한다. 


 마침 부두에서 점점 벌어지는 선수를 터그보트가 열심히 끌어당겨 더욱 넓혀지고 있는 건너편 陸地에서 갑자기 밤하늘로 쏘아 올려진 불꽃이 아름답게 작열하는 모습이 보인다.  


 순간적으로 우리 배의 출항 장도를 아름답게 축하해주려는 느낌으로 받아들여 보며 카메라를 당겨 사진을 찍어 보려 했지만 행사는 금세 끝나버린다. 


  한 2~3분 동안 하늘로 불꽃을 올렸지만 둥그런 모습의 환한 불꽃은 맨 처음 쏘아 올린 것 한 개였고 나머지 열 발 정도의 불꽃은 그냥 폭죽 수준을 넘어서지 못한 정도로서 놀이는 순간의 축제처럼 간단히 끝을 내었다. 이런 축하 행사가 매우 많은 돈을 써야 하는 행사이기 때문일 것이다.

양하 작업을 마치고 출항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

 

야간 출항 조선을 마친 도선사를 태우기 위해 찾아온 터그보트



 이제 본격적으로 들어서기 시작한 수로의 오른쪽에 나타나는 등부표의 등질은 적색 등이고 왼쪽으로 나타나는 것은 녹색 등으로 어우러져 눈앞에서 반짝이기 시작한다. 


 이곳은 IALA해상부표식 관리체제 범위 <지역–A>를 택하고 있는 곳이기에 그런 색깔의 등부표 배합으로 우리를 배웅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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