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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희태 Jan 12. 2019

Hydrographer’s Passage.

호주 산호초 내의 수로


  Hydrographer’s Passage. 는 호주 북동 해안을 따라 발달해 있는 산호초 사이를 질러 다니는 허가된 뱃길 중의 한 곳이다.

 호주는 지구 상 커다란 섬이 아니라 대륙이라 일컬어주는 곳이다. 그 대륙 북동해안부에 북쪽은 파푸아 뉴기니 남안의 플라이 강어귀에서 남쪽은 퀸즈랜드의 엘리엇 섬까지에 이어진 너비 약 500m~2000m로 흩어져 있는 길이 약 2000km 되는 산호초가 있다.

 1981년부터 UNESCO의 세계 자연유산으로 보호받고 있는 Great Barrier Reef이다. 그 남쪽 끝에 해당하는 부분에 산호해로부터 호주 동쪽의 육지로 접근하거나 반대로 떠나야 할 때 통과하게 되는 산호초 길목 통항로 가운데 한 곳의 이름이다. 


 강제 도선사가 지배하여 달리는 약 130마일 정도 되는 거리의 수로이다. 암초형 산호초를 피하면서 통항해야 하는 꽤나 까다로운 항로이기도 하다. 


 언젠가 이곳에서 도선을 끝내고 하선하는 도선사를 싣고 떠났던 헬기가 사고로 감쪽 같이 사라진 일이 발생하였으며 그로 인해 더욱 까다롭게 변한 안전수칙을 따르느라 선원들 역시 그만큼 늘어나 있는 부대 조치의 어려움 속에 지나다니는 곳이기도 하다. 


 오후 3시 좀 넘으며 부두를 떠난 상황이, 조류의 역조와 순조로 좀 더 늘어난 거리를 만든 셈이라 도선사가 내리는 Blossom Bank 부근에는 다음날 새벽 1시 좀 넘어 도착할 걸로 예상하고 있었다.


 마침 출항하기 몇 시간 전에 바쁘게 알려 온 차항 행선지의 통보를 받고 그곳의 해도를 준비해서 수급해 주도록 내 요청을 받은 대리점에서는 처음에는 구할 수 없다고 딱 잘라 거절의 의사를 전화로 전해왔었다. 


 해도 없이 찾아간다는 것은 총 없이 전쟁에 나가는 군인의 행태나 진배없는 일이니 이런 상황을 야기시키게 한 용선주에게 그들의 대리점에서 해도 수급 조치를 할 수 없다고 거절해 온 이야기와 함께 해결 방도를 요청하였다. 


 용선주를 통해 연락을 한 일이 효험을 본 모양이다. 이멜을 보내고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대리점에서 다시 연락이 왔다.


 요청한 해도 모두를 수배해서 나중 REEF PILOT가 하선하는 시점의 헬기 편으로 배달해 주겠다는 언질을 보내준 것이다.


 청구한 20장 모두를 구했으며 가격은 부대비용까지 합쳐서 USD 1,210달러가 되겠다며 지불은 나중 헬기를 통해 수급받은 후 하선하는 도선사를 통해 지불하기로 하며 출항 수속을 마치고 PORT CLEARNCE(출항 면장)를 받았다. 


 급한 불을 모두 끈 것 같은 기분 속에 출항을 준비하는데 두 사람의 도선사가 승선했다. 

항만 도선사의 모습

 한 사람은 부두에서 이안 시켜 항로에 들어선 후 내리는 항만 도선사이고, 또 한 사람은 REEF PILOT로서 열 시간 가까이 달려야 하는 산호초 구역 담당으로 Hydrographer’s passage 마지막 출구인 브로섬 뱅크 부근에서 헬기로 내릴 것이고 그 헬기가 해도를 가지고 나타날 것이다.


 내일 새벽의 도선사 하선은 좀 더 흥미진진한 작전으로 진행될 걸로 예상하며 출항을 위한  ALL LINE LET GO를 명한다.

                                               <Darlymple Bay 항로상에 있는 Beacon>



 접이안(출입항) 작업이 만조 때에 이루어 지므로 우리 배보다 먼저 출항한 배도 있고 우리 배에 이어서 떠나는 배도 있게 되어 좀은 바쁜 일정으로 출항에 임하게 되었다.


 제 각각 다른 속력을 가진 배들이 같은 수로를 통항하여 빠져 나가야 하므로 결국 수로의 중간에서 앞뒤로 만날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나가는 배 세척이 도선사를 내려주려고 속력을 조정하여 나란히 정렬하는 속에 입항하려는 배 한 척까지 보태어져 네 척의 선박이 도선사를 내려주고 또 받아들이는 일을 벌인 새벽 두 시부터 그곳 브로섬 뱅크 부근 HYDROGRAPHER'S PASSAGE 도선구는 불빛 환하게 켜고 달리는 배들의 어둠을 밝힌 어울림의 한마당이 벌어지게 되었다.


 그렇게 참여한 배 네 척 가운데 출항한 배 두 척이 한국 배였으니 (MV 포스 찰렌저와 우리 배) 어지간한 한국 해운의 힘을 알아봤다고나 할까?


 잠자야 하는 시간을 뒤로 밀어가며 무사히 도선사를 하선시키며 해도를 수급하는 일도 치르고 나니 앞으로 열흘 가까이 순항해야 할 또 한 번의 항해가 이제 시작되었다. 

산호해에 들어서서 열심히 달리는 배의 선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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