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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희태 Jan 14. 2019

2차 LIGHTERING 투묘지

흘수를 줄이기 위해 밤새 열심히 Lightering 양하 작업을 하고 있든 크레인의 모습



 아침이 밝아왔다.


 잠자리에서 일어나기가 바쁘게 커튼을 들추며 창 밖을 내다보니 한 대만 붙어 있는 크레인이 그래도 열심히 밤을 새워가며 화물인 석탄을 퍼서 내려주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고 있다. 


 어지간히 예정했던 양의 화물은 그래도 내려주었으리라는 작은 기대를 가지며 커튼을 내려주고 물러섰다.


 아침 식사 후 찾아온 대리 점원이 오전 9시에 도선사가 승선하며, 10시 반까지 작업을 한 후 투묘지 쉬프팅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흘수는 그때 16미터 70이 될 거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렇게 이야기하는 그의 말을 믿을 수가 없다. 대리점에서는 오늘 아침에 두 번째의 투묘지로 이선 시키는 일을 위해 본선의 흘수가 17미터만 되면 된다는 이야기를 하며 나에게 그대로 해주기를 원하고 있다. 


 그들은 흘수를 안전한 수위까지 조정되도록 한 후 Shifting을 실시하려는 게 아니라 Shifting시간을 정해 놓고 그에 맞도록 일을 진행시키려 하는 것이다.


 도선사가 그들이 약속한 시간에 승선을 한 후 그 도선선으로 본선의 흘수를 계측하기로 하여 배를 한 바퀴 돌아보고 있다. 그 시간에도 양하 작업은 쉬지 않고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윽고 체크된 흘수가 약간 우현으로 기울어진 상태로 16미터 75가 가장 깊은 흘수라고 판명 났다. 모든 작업을 중지시켜 끝내고 닻을 감아 들이기 시작하라는 도선사의 지시가 떨어졌다.


  현 위치에서 측심기의 그래프에서는 용골 하부에서 선저 까지 11미터라는 눈금과 숫자를 보여주고 있다.


 드디어 닻을 다 감아 들이고 기관 전진이 시작되었다. 한참은 별 변화가 없던 측심기의 숫자가 천수 구역으로 들어서면서 천천히 변화를 보이기 시작한다.


 1미터 정도 씩 떨어지기 시작하던 숫자가 어느새 6미터에 이르더니 다시 가파르게 줄어들어 2미터를 보여주었고, 드디어 1.5미터에 접근되며 측심기는 경보음을 발생시킨다.


 더 이상 줄어들지 말라는 바람을 간직하며 눈금 표시기를 계속 주시한다. 행여 눈길을 거두면 더욱 떨어질까 봐 거두지 못하는 마음이 애처롭기까지 하다.


 어느새 0.5m까지 내려갔던 숫자가 다시금 5미터를 보여줄 때 마음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던 근심이 저절로 한숨과 함께 떠나간다. 


 항로가 갈라지는 틈새에 위치한 Lightering Anchorage에 도착하여 투묘를 지시한 후 도선사는 빨리 하선하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어느 정도의 체인 신출을 해줘야 하는가 묻는 나에게 7 샤클이면 충분하다는 말을 하지만 아무래도 미심 적어 8 샤클까지 내주겠다고 하니 그렇게 하라며 배를 떠난다.


 그렇게 더 내주었던 체인 산출량이었지만 닻이 끌리는 일은 막지를 못하여 하루 밤을 새우고 난 후 닻을 감아드렸다가 재 투묘하는 일이 발생했다.

두 번째 Lightering을 위해 찾아든 No. 22DY Y2 Anchorage의 해도상 위치

 

 GUANGZHOU 내항에 입항하려고 흘수를 조정하는 바지 작업을 위해 찾은 No. 22DY Y2 Anchorage는 홍콩 신공항의 일부와 비행기의 모습도 보이고, 한밤중에는 마카오의 화려한 네온의 등불이 보이는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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