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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희태 Jan 16. 2019

걱정은 기우가 아니었다.

불길한 예감은 잘 맞는다.


홍콩/마카오 간을 운항하는 작은 고속정의 모습
이 섬의 끝자락 흰 부분(불빛)이 보이는 곳이 홍콩 신공항이 있는 곳이다.위의 부분을 저녁 해질 무렵 본모습


 두 번째 LIGHTERING ANCHORAGE에 도착하기 전 UKC가 1미터 미만인 해역을 지나칠 때 측심기는 0.5미터까지 나타내 주며 경고음을 발하고 있었다.


 수심이 더 이상 줄어들지 않기를 갈망하며 두근대는 마음을 가라 앉히며 천천히 달리다 보니 어느새 천수 해역을 지나 여유 수심이 다시 4미터 이상 되는 곳에 들어선다. 이제 투묘지 까지 가는 동안 더 이상의 천소는 나타나지 않는 상태라고 해도가 보여주고 있어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심을 했었다. 


 드디어 도착한 두 번째 투묘지에서 닻을 내려줄 때는 적어도 9 샤클 정도의 체인 신출을 생각하며 도선사에게 물었는데 7 샤클도 충분하다는 식의 대답을 해와서 좀 떨떠름한 마음이 들기에 8 샤클까지 내주도록 선수루의 일항사에게 지시했었다.


 그렇게 도착한 NO.22 DY ANCHORAGE는 홍콩의 새 공항이 들어서 있는 LANTAU ISLAND 서쪽으로 1.7마일가량 GUANGZHOU PILOT STATION이 있는 GUISHAN DAO 섬 북쪽 2.5마일 되는 지점에 있는 투 묘지(22-12.97N,113-48.22E)이다.


 닻을 내려주고도 마음속 한편에는 닻이 끌릴 것 같다는 작은 불안감의 씨앗이 계속 남아서 불편한 심정을 품게 되어 투묘 선위를 잘 지켜보도록 야간 지시 록을 통해 당직사관에게 지시했다.

홍콩 공항에서 이륙한 비행기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공항의 활주로를 박차듯 솟아 올라 저녁 해가 넘어가는 하늘 위로 떠 올라 붉은빛을 띠우는 비행기의 씰루엣에 공항이 가깝게 있다는 사실을 되짚어 보게 한다. 문득 지난 70년대 초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도 홍콩의 교민으로 살고 있는 바로 밑의 여동생과 그 가족들을 만나보았으면 하는 바람도 들어서지만, 현실적으로 그건 그냥 무심히 지나가는 바람 같은 바람일 뿐이다. 


 간조를 향해 달리고 있는 조류로 인해 선수가 북쪽 가까이 향할 때에는 왼쪽으로는 마카오의 스카이라인을 보여주고 오른쪽으론 홍콩과 마카오간을 쉼 없이 달리고 있는 고속훼리 보트들의 모습을 자주 눈에 띄게 한다. 

어둠과 함께 찾아온 마카오의 밤 불빛의 모습


  몇 년 전 승선한 배의 드라이 도킹을 위해 처음으로 이곳 광저우를 찾아왔을 때, 도선사를 태우고 입항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하여 이곳 지금 우리 배가 닻을 내리고 있는 부근을 지나쳐 갈 때, 크레인과 바지선들을 자신의 옆구리에  접안 시켜서 화물 양하 작업을 하는 파나막스 형의 배를 보면서, 정식 투묘가 아닌 AGROUNDING 된 배의 상황으로 잘못 오해하면서 지나쳤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아침 식사를 끝낸 후 브리지에 올라가 선위를 확인하는데 아무래도 본선 투묘위치의 변동이 심상치 않다. 즉시 자세하게 체크해 보니 원래의 투묘 위치에서 0.5마일 정도 남서쪽으로 밀려 있는 거로 나타난다.

닻이 끌리기 시작한 비상 상황인 것이다. 


 즉시 양하 작업 중인 크레인선들의 작업을 중단시키고 바지선들은 모두 본선 옆을 떠나도록 요청하면서 기관의 사용 준비 및 선수 부서 S/B를 긴급 지시한다. 


 그렇게 모두의 양묘를 위한 준비가 끝나는 즉시 닻을 감아 들이도록 지시하며 기관도 미속 전진을 시킨다. 잠시 후 양현에 각각 한 대씩 두 대의 크레인을 옆구리에 묶고 있는 본선이 천천히 전진을 시작한다. 좀 전 닻이 끌리어 항로상의 붉은 부표가 점점 접근되면서 느끼게 되었던 옆구리가 스멀거리던 불안감이 절로 물러나고 있다. 

양현의 크레인에게 작업을 중지하도록 지시한 후 닻을 감아 들인다.

  



 양현에 각각 한 대씩 두 대의 크레인을 옆에 차고도 배는 천천히 전진을 시작한다.

파이로트가 투묘해주었던 장소를 살짝 더 지나쳤지만 투묘 예정지의 중앙 부분에 가깝게 접근하면서 마음에 드는 장소에 재 투묘를 해준다. 이번에는 마음먹고 닻줄을 10 사클 까지 내주기로 한다.


 그제 정오 무렵 투묘한 후부터 계속 마음속에 머무르고 있던 이상한 불안감이 이제야 사라지며 이 곳에서의 작업이 안전하게 끝나게 될 것이란 믿음이 자신 있게 마음속으로 들어선다.


 크레인선에선 본선을 따라서 옆에와 있던 바지선들을 불러 본선에 다시 접안시키며 즉시 양하 작업을 재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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