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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희태 Jan 21. 2019

SUNDA STRAIT

 극동지역에서 아프리카의 남아공화국으로 가기 위한 항로는 크게 두 가지의 코스가 있다.


첫째는 싱가포르/말락카 해협을 통과하여 가는 것과 또 다른 길은 인도네시아의 SUNDA 해협을 빠져나가서 찾아가는 길이다.


 이번 항차 중국 GUANGZHOU를 떠나면서 HONG KONG을 경유 그곳에서 급유하고 떠나던 날 아침까지도 차항에 대한 지시가 없어서 우선은 호주의 달림풀 베이를 다시 찾아가는 걸로 예상하며 출항했는데, 오후에 들어서며 용선주로부터 온 이멜 지시에서 남아공의 리차드 베이를 찾아가라는 연락이라 즉시 SUNDA 해협을 통과하여 목적지를 향하는 루트로 결정하였었다. 


  연락받은 장소에서 두 루트의 장단점을 비교해 볼 때 SUNDA 해협 쪽을 택하는 것이 거리 차이로도 약 150마일 정도 짧고, 또 소말리아 해적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도 SUNDA 쪽이 훨씬 적겠다는 믿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말락카 쪽 항로는 싱가포르를 지난 후 스마트라와 말레이 반도 사이의 해협을 빠져나가는 항로이지만, 순다 쪽은 보르네오의 서쪽을 타고 내려가서 자바와 스마트라가 서로 마주 대하고 있는 좁은 해역을 빠져나가는 항로이다.


 두 항로를 서진으로 찾아가는 길목에는 모두 해적들이 자주 준동하는 해역들을 품고 있기에 항시 해적 당직을 서면서 다녀야 하는 번거로움이 귀찮기는 하지만 태평양쪽이 인도양과 제일 가깝게 이어져 있는 수로이기에 뱃사람으로선 어쩔 수 없이 거쳐야 하는 숙명의 길목같기도 하다.


 순다해협을 빠져나가기 위해 가는 루트에는 Gelasa Chanel과 자카르타 북쪽에 있는 Outer Passage가 많이 좁은 상태의 수로로 존재하며, 마지막으로 Sunda Strait는 인도네시아의 큰 두 섬인 자바와 스마트라의 끝단들이 마무리를 해주듯이 서로 마주하며 이룬 좁은 골목으로 인도양을 향한 출입구 역할까지 하는 곳이다.

자카르타 북쪽 해상에 있는 OUTER PASSAGE


OUTER PASSAGE에서 만난 예인선단.

 

OUTER PASSAGE에서 만난 광탄선의 모습. 선미 갑판에 해적 방지를 위해 밤새워서 계속 뿜어내고 있었던 해수 물줄기가 보인다.

 

                                    <OUTER PASSAGE의 길목을 지난 후 뒤돌아 본모습>


순다의 훼리 보트, 젤라사 부근의 어선군, 병 모가지 현상이 자주 일어나는 아우터 패시지에서 만나게 되는 항양선들에 바짝 긴장하며 서로 스치듯 지나쳐야 하는 조마조마한 마음, 


 순다해협에서 만나게 되는 인도네시아 훼리선들과의 통항 방식에 한 번씩 곤혹스러운 경험을 하기도 한다. 


 전에 이곳을 밤에 통항했을 때 훼리선과 서로 직각으로 만나게 되는 경우를 당했었는데 그들은 항법에 의한 접근보다는 일방적으로 밀고 들어오는 식으로 근접 상황으로 만들어 피를 말리듯 숨 막히는 상황도 연출한 후 겨우 우리 배의 뒤를 돌아가는 경험을 하게 했었다.


 이번에도 그런 일이 있을까 은근히 조심하며 지나가는데 그래도 한낮의 통항이라 한결 마음 놓이는 상황이긴 하지만, 그 두 섬의 부두에서 정시 출발에다가 여러 회사의 배들이 경쟁을 해서 그런지 우리가 지나가는 항로의 중간 지점쯤에서 서로 만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오늘도 그렇게 나타난 두 대의 훼리가 마침 왼쪽(자바)에서 나온 녀석은 항법대로 그들이 우리 배의 뒤로 돌아서 건너가고 있는데 오른쪽(스마트라)에서 나온 녀석은 그냥 우리 배의 침로를 가로질러 지나갈 형태요 형세로 보여서 조심스럽다.


 항법상으론 그렇게 하도록 우리 배가 그 훼리의 뒤쪽 꽁무니로 피해서 가야 하는데 문제는 그 배가 속력이 낮아 우리가 먼저 지나갈 수 있는 거로 계산이 되는 경우이다.


 하지만 그럴 경우라도 너무 가깝게 지나쳐야 하는 접근의 위험성이 있어 아예 항법대로 우리 배가 그 배의 꽁무니를 향해 돌려서 지나가려고 작정했다. 


 그런데 그 순간 그 배에서 우리를 VHF 전화로 부르더니 서로 우현대 우현으로 지나가자고 이야기해 온다. 본선보다 늦은 자신의 속력을 감안해준 조치이다. 우리로서야 더 이상 바랄 나위가 없는 상황이라 오른쪽으로 돌리려던 선수를 즉시 바로 잡아 주며, 그 배의 의도에 맞추어(본선이 기대했었던) 양선이 서로 오른쪽을 보이며 지나치도록(상대선이 본선의 후미로 빠지게 되는 상황) 조선 협조를 하였다.


 예전 이 부근에서 몰상식스런 접근으로 인해 깜짝 놀랐던 경험을 충분히 보상받고도 남을 만큼 이렇게 친절하게 VHF 전화로 서로가 안전하게 지나치도록 미리 배려하는, 오늘 조우한 그 훼리의 항해사에게 여간 감사한 마음이 드는 게 아니다. 


  내 승선 중의 오랜 기간 동안 지켜봐 온 셈인 이 나라에서 이렇게 하나씩 변화하는 작은 발전의 모습을 본다는 게 참으로 반갑다. 이제 그런 점으로 이 나라를 응원할 수 있는 흐뭇한 마음 되어 브리지를 내려온다.  배는 어느새 좁은 해역을 다 벗어나 인도양으로 들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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