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희태 Jan 27. 2019

리차드 베이 외항에서

RICHARDS BAY 부두에 접안을 기다리며


선적 작업 중인 모습

 

선적을 위해 부두에 쌓아 놓은 석탄의 모습


석탄 선적을 위해 운용 중인 LOADER의 모습



  선내 선장 사무실 책상 위에 놓인 세 개의 전화기 가운데 선내용 전화기가 신호음을 뱉어 내고 있다.

 -여보세요. 선장실입니다. 

 수화기를 들면서 응답을 하니 

-선장님 포트 컨트롤에서 연락이 왔는데요. 열 시 반에 파이로트가 탄답니다. 파이로트 래더는 수면상 1미터, 콤비네이션 래더는 4미터까지 내려서 우현에 준비하랍니다. 

 3 항사의 숨 가쁜 보고가 들려온다. 시간을 보니 아침 여덟 시를 좀 지나고 있다.


 아직도 사흘이 남아있는 8월 1일에 접안할 거라던 예정이 이렇게 갑자기 당겨져서 연락 온 것에 흠칫 느꼈던 당혹스러움이, 문득 이른 새벽부터 세어지기 시작하는 바람 소리에 고생스레 닥칠 투묘 정박 당직 상황을 예상하며 우울해 있던 마음을 그래도 접안한다는 소식으로 받게 된 셈이니 얼핏 반가운 심정도 들어선다. 9시부터 발묘를 시작하겠다는 준비를 모든 당직자들에게 알려 준다.


 9시가 되었다. 기관 준비시키고 닻을 감아 들이며 항만당국에 상황을 보고한다. 알았다는 간단한 응답이 온다.

이윽고 닻을 다 감아 들이고 기관 사용을 시작하여 도선구역을 향해 가겠다고 보고를 해주니 역시 알았다고 한다. 


 도선사 승선 구역 도착 1마일 전쯤 되는 해역에 도착할 무렵 우리 배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얼른 응답하고 나가니 파이로트 승선이 취소되었으니 닻을 다시 놓으라는 재투묘 지시를 해온다.


 기상이 나빠서 그렇다며 앞으로 승선 한 시간 전에 알려 주겠으니 관련 VHF CH을 계속 청취하라는 말을 덧붙이며 통신을 끝낸다. 


 이 무슨 황당한 경우란 말인가! 얼떨결에 내팽개쳐진 초라한 차림새가 되어 버린 형편에 화도 나지만 당장은 본선의 안전부터 생각해야 하니, 우선 이곳에 닻을 내려도 되겠는가 문의부터 한다. 즉시 마음대로 하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조심스레 엔진을 후진으로 걸어 닻을 내려줄 준비를 마치고 잠시 후 닻을 내려주었다.


 파이로트 승선 예정이 중간에 취소되었다면 우리가 닻을 감고 있다고 보고 할 때 그만 감고 다시 대기하라고 연락을 해줬으면 이런 이중의 일은 하지 않았을 건데~ 하는 아쉬움이 그들 당국자에게 불편한 마음을 갖게 만든다.


 게다가 아직은 바람이 불기 시작한 초기라서 파도가 크게 높지 않아 얼마든지 도선사가 승선할 수 있어 보였건만, 항만 폐쇄를 결정하면서 닻을 내려주라는 긴급 명령을 내린 그들에게 불만이 고조되지만 어쩌겠는가? 투묘 중 주의 사항을 다시 체크하며 당직에 임하도록 당직자들에게 주의를 주며 순응할 수밖에..... 


 시간이 좀 지나면서 좀 더 세찬 비바람이 불어와 엔진 스탠바이 상태는 계속 유지하면서 이제는 불평불만을 젖혀두고 본선 안전에 대한 상황 체크에만 최선을 다하기로 한다.


 계속 VHF 전화를 켜 놓고 포트 컨트롤의 상황실과의 통신을 지키고 있는데, 우리 배를 부르더니 흘수(드라프트)를 물어 온다. 우리가 알려준 선수 6미터 90과 선미 8미터 85가 항만 규정에 맞지 않는다며, 선수 7미터 선미 10미터로 만들라는 지시를 해온다.


 이런 흘수를 위해서는 홀드 발라스트를 해야 될 형편이다. 실렸던 발라스트 해수를 모두 뽑아내고 깨끗이 청소했던 6번 창에 다시 바닷물을 싣기 위한 작업을 시행하기로 한다.


 아직도 바람과 파도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속에 그래도 6번 홀드에 물을 실어주니 흔들림이 많이 완화되고 있다.  


 마침 발라스트 조정을 끝맺었는지 다시 물어 오는 포트 컨트롤에, 그들이 요구한 흘수를 만들 수 있는 만큼의 발라스트 주수를 완료했다고 통보해주니, 다음 연락 때까지 VHF CH12를 계속 청취하도록 요구하며 통화를 끝낸다. 


 밤 10시에 다시 연락이 온다. 닻을 감아 도선사 승선 지점까지 오려면 몇 시간이 걸리겠냐고 물어 와서 두 시간 안에 한다고 하니 그렇다면 즉시 준비를 하여 12시까지 도선사 승선 지점까지 오라고 한다.


 이런 식의 호출로 두 척의 배를 더 불러 같은 식의 이야기를 하더니 우리 배를 맨 첫배로 지적하여 세 척의 배가 도선사를 헬기로 승선시켜 입항한다는 통보를 해준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직 차항(次港)에 대한 소식은 없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