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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희태 Feb 10. 2019

출국날 아침 풍경


 교대할 배의 예정이 늦어지면서 그에 맞춘 승선 날짜를 기다리다가 이제 겨우 떠날 날을 받아 비행기에 오르게 되었다.

 

 다섯 명이 교대를 위해 일본으로 출국을 할 거지만 각자 사는 본거지가 조금씩 다른 데, 나만 서울이고 나머지는 부산이거나 그에 가까운 곳이라 모두에게 가장 편한 곳인 김해공항에서 나고야행 비행기를 타기로 결정되면서 나는 그에 맞추기 위해 김포공항을 향해 새벽길을 나서야 했다.

 

 가지고 갈 짐을 벌써 며칠 전부터 싸 놓으며 필요할 때마다 한 번씩 풀었다 다시 싸는 일을 반복하다 보니 짐은 짐대로 늘어나 한 손으로 들기엔 뻐근한 무게가 되어 은근한 짜증마저 달려든다.

 

 잠을 설치며 떠나는 공항까지의 여행길에 아내와 큰애가 동행을 자처하고 나선다. 어차피 나만 비행기 승강장으로 입장한 후에는 혼자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아내를 염두에 두다 보니 큰애의 동행이 필요 없는 번거로움이란 생각을 거두게 되면서 같이 길동무로 나선 새벽이다.

 

 워낙 짐이 크고 무겁기까지 하여 지하철까지 택시를 이용하기로 한다. 기본요금만이 나오는 거리가 운전기사한테 미안한 감을 가지게 하지만 택시란 이런 때 이용해야 하는 필요를 가진 탈 것이란 의미를 부여하며 미안한 마음을 가려보려 해 본다.

 

 그러나 미약한 내 마음은 행선지를 말하는 아내를 거들어 기어코 -너무 가까운 거리라서 미안합니다- 라는 사족을 달아가며 승차를 한다.

 

 달리기 시작한 택시 안에서 아내와 나는 동시에 휴대폰을 가지고 나오지 않음을 알아내곤 황당해한다. 짐이 크니 그냥 달려서 지하철역 지상 계단 앞에 내리기로 하고 아내는 다시 그 차를 돌려서 집으로 향했다. 그야말로 택시요금을 기본보다 더 내야 하는 일이 벌어지며 미안한 일은 저절로 해소돼버린 셈이다. 

 

 지하철 검표대를 비스듬히 벗어난 곳에다 짐을 세워 놓고 아내가 휴대폰을 가지고 나타나기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그동안 상행선과 하행선 지하철이 한 번씩 들어왔다가 승객을 부리고 지났는데 어느새 승객들의 모습이 많아지기 시작함을 확연하게 느낄 정도로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이 불어나고 있어 제대로 앉아서 김포공항까지 갈 수 있겠는가 하는 불안감을 고조시킨다.

 

 드디어 아내가 웃으며 나타난다. 그래 봐야 그 기다림의 시간이 10여분 정도를 넘긴 짧은 상황이었지만 초조감에 젖어 기다린 마음은 그만큼 아내의 나타남을 반갑게 맞이하게 한다.

 

 행여 그렇게 지하철 정류장까지 내려가는 동안에 다음 차라도 들어올세라 바쁜 마음에서 이용하기로 한 승강기가 문을 닫지 않고 좀 머뭇거리게 조정되어 있는 현상까지도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게 만든다.

 

 이윽고 문이 닫히며 하강하기 시작하는 승강기 안에서 안달은 그만 하기로 작정하면서도 문이 열리기 무섭게 짐을 끌어내어 승강장 앞으로 다가섰다.

 

 잠시 후 들어온 열차는 우리 세 식구가 앉아 갈 수 있는 충분한 좌석을 남겨 가지고 우리 앞에 멈추어 주었다.

 

 앞으로 몇 개월간의 생이별을 마지막으로 삭여내느라고 어제는 저녁 늦게까지 깨어 있다가 잠자리에 들었던 상태인지라 모두들 피곤한 표정에 절로 눈을 감으며 반 수면 상태로 김포 공항 역까지 한 시간 가량을 보내려고 세 사람은 다 눈을 감고 졸기 시작한다.

 

            김포 공항 터미널 휴게소에서 뜨고 내리는 비행기를 보며 이별의 마음을 달래던 애들의 엄마

 

     엄마를 보고 무슨 설명을 하며 애써 이별의 순간이 다가옴을 애써 외면해 보려는 듯한 큰 애의 모습.

 

 이렇게 사진 몇 장을 찍어 앞으로 얼마간의 기간을 떨어져 살아야 하는 안타까운 마음을 달래는 기재로 삼으려 온 가족은 새벽부터 자신들의 자리에서 서두르고 어우르며 순간을 잇는 작별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동해안의 어느 포구를 내려다본 모습

 

                                         일본의 나고야에 접근하면서 만난 바닷가의 모습-1

 

                                             일본의 나고야에 접근하면서 만난 바닷가의 모습-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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