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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희태 Feb 15. 2019

물이 스며 나오는 침실 바닥

신조선에서 겪은 황당한 일



 중국의 조선 산업이 2010년 10월에 들어서며 조선 3대 지표인 선박의 <수주량> <수주잔량><건조량>에서 한국을 넘어서며 세계 일등을 했다고 소식들은 전하고 있다.


 2003년도에 한국이 일본을 제치고 세계 정상에 선지 7년 만에 일등의 자리를 후발 국인 중국에 내어주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사실 수주잔량 기준으로 전 세계 조선소 중 우리 업체가 세계 1~6위를 휩쓰는 등 10위권에 7개 업체가 포진하고는 있지만, 중국은 군소 조선소들이 많은 데다 우리나라와 달리 자국 내 수주가 대부분이어서 전체 실적에서 우리를 앞서게 된 형편이다.


 그런 통계 숫자를 만들어 내는 데에 지금 내가 타고 있는 배 까지도 중국의 조선 실적 통계에 보탬의 일조를 한 상황이라 더 이상 왈가왈부하기도 거북한 심정이 든다.


 그동안 누리던 일등의 자리에 계속 연연할 수만은 없지만 그래도 한국이 중국에게 완전히 따라 잡힌 것이라고 생각하기가 싫어 한 가지 이유를 만들어 아니라고 우겨보고 싶다. 


  얄팍하지만 완전하게 따라 잡힌 상태가 아니라고 우길 수 있는 근거를 우리 배의 현실 속에서 찾아낸 것이다. 비록 그로 인한 나의 승선 생활에서의 불편함은 주어졌지만 이 또한 그 어려움을 이겨내는 계기를 삼기에는 하자가 없어 보인다.


 중국은 개방 정치를 표방한 이래 우리나라도 그들이 꼭 따라 내어야만 할 한 나라로 목표 삼고 모든 면에서 벤치마킹하며 달려온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런 결과로 볼 때, 양적으론 조선업에서 우리나라를 앞지르기 시작했지만, 중요한 다른 한 면인 질적인 상황에서는 아직은 요원한 차이점을 드러내고 있다고 보는데 그런 단면을 우리 배의 현실에서 찾아낸 것이다.


 금년 초에 중국의 조선소에서 신조 인수받은 우리 배에 부임하면서 전임 선장으로부터 인계받은 첫날부터 나는 황당한 경험을 해야 했다.


 인계/인수받을 때, 잠깐 이야기로 들었던, (화장실/목욕실로부터 침실 바닥 양탄자 위로 물이 새어 나와 흥건하게 젖어드는) 일을 실제로 하룻밤을 자고 난 후 당하면서 황당한 마음 금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세상에….. 태어난 지 일 년도 안 된 신조선에서, 그것도 선장 침실로 물이 스며 나와 흘러들다니…..


 그러고 보니 전임 선장의 인계인수 이야기의 거의 전부가,


 - 그 친구들 개념이 없어요.- 


 라는 말을 앞에 부쳐가며 욕과 비난이 뒤섞인 말투로 선장 임무 교대가 진행되었다는 걸 이제야 실감하며 깨달은 내가 너무 어수룩한 건 아니었는지…… 


 어쨌거나 이런 소소한 부분에서 서비스 정신이 마무리되지 못한 선박 건조의 형태는 양적으로는 우리를 앞섰을지 모르지만 질적으론 마음에 쏙 드는 물건이란 평을 듣기에는 아직 먼 길을 더 가야 할 형편으로 보이어 그것이 우리가 중국에 떨어진 상황이 아니라고 우기고 싶은 마음을 갖게 하는 대목이 되어 준 것이다. 


 그런 격차도 앞으로 얼마의 시간이 또 지나면 다시 따라 잡힐 차이가 될 수가 있으니, 그런 때를 맞이하지 않거나 늦추기 위해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업계는 신중하게 검토하고 대처해야 할 필요를 느껴야 할 것이다. 이미 그리하고 있다고 믿고 싶은 대목이기도 하다. 


 배를 신조 인수하게 되면 첫 일 년 동안은 모든 성능을 관찰하고 테스트하며 잘못된 곳이나 고장 기타 정밀한 점검을 필요로 하는 모든 부위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해달라고 개런티 클레임을 요청을 하는데 이 배에서 만난 그 항목의 가짓수가 평균 이상으로 많은 것을 보고 조선 기술의 질이 높지 못하다는 걸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그것은 기술적인 문제에 더하여, 조선소 인부들의 태만하고 고객에 대한 배려가 없는 그야말로 뒷마무리를 막가는 식으로 해 놓은 인재가 빚어낸 결과가 많은 점을 보인다는 것이다. 


 그런 점은 러시아, 중국, 베트남 등 개방된 공산주의 국가에 기항했을 때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는 일종의 공산주의 성 국민성이란 느낌을 받는 일이다.  


 오랜동안의 획일적인 공산주의식 통치하에서 비롯된 게으름, 시간 때우기식 일처리, 궁극적으론 책임회피를 위해 발버둥 치는 모습까지도 비슷하게 가지고 있었다. 


 현재 본선의 이런 결함 사항은 신조 도크 측에다가 이미 인지시켜 빠른 시일 안에 수리하여 주기로 결정은 되어 있지만 그 수리가 완료될 때까지의 모든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현장의 고달픔이 참으로 약 오르는 일인 것이다. 

배수구를 철저히 이어주지 않은 상태여서 세면기나 욕조를 사용하고 난 하수의 일부가 배출되지 못하고 남아 고여 있다가 배가 흔들리면 새어 나오는 상황이므로 세면대나 욕조의 사용을 하지 않도록 조치하고 있었건만...

화장실 문 밑의 벽을 넘어 침실 바닥으로 스며 나오기 시작한 물기.


 점점 더 번지기 시작하는 침실 바닥의 물기. 항해 중 선체의 요동으로 목욕실 바닥 밑으로 새어 나가 고여 있던 물기들이 철석 거리는 소리까지 내면서 침실 바닥의 모습은 지도를 그린 것보다 더 진하게 젖은 곳이 늘어나며 사무실 쪽으로 까지 번져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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