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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희태 Feb 14. 2019

연평도에 포탄이 떨어졌다는데

나라 밖을 떠돌 때 듣는 국내 뉴스


 일본을 떠나 본격적인 항해에 들어서면서 인도네시아로 가라는 새로운 지시를 용선주로부터 받아 들었다. 열심히 새로운 항로로 수정을 하여 모두 새롭게 입력시키고 방에 돌아와 있는데,


-아버지 큰일이 났어요.  

삼항사인 둘째가 긴장된 표정으로 방으로 찾아오더니 다짜고짜 내뱉는 말이다. 


-왜? 무슨 일인데 그리 호들갑을 떠냐?  


 의아하지만 아이의 표정이 너무 진지하여 좀은 섬뜩한 기분을 가지며 물어본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큰일이 벌어졌어요.


-그래 무슨 일인데 그러는 거냐?


-연평도에 포탄이 떨어져 사람들이 상하고 그랬대요.


-연평도? 

퍼뜩 오래전에 찾아봤던 연평도의 모습이 떠올려졌다. 그때는 현역으로 해군 함정에 승함 근무 중일 때였다.


-이북 애들이 포탄을 쏘아왔고, 우리들도 대응사격을 했는데 지금은 소강상태라고 하는군요.


이건 좀 큰일이구나! 싶은 생각에 멈칫하면서 잠겨 든 생각은, 여러 갈래의 실타래를 들고 어디서부터 풀어내야 하나 고민하여 머뭇거리는 상황에 들은 것과 진배없이 복잡한 생각 속으로 빠져든다. 


북한은 지금 3대째 권력 세습을 아들에게 승계시키려는 계획을 실행하면서 그를 위해 온갖 술수를 쓰는 것 중에 이것도 한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떠 오른다.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현재의 한반도 남북한 비교에서 북한은 남한과 비교가 되지 않는 경제적인 열등 속에 식량마저 자급자족이 안 되는 곤궁한 상태로 알려져 있다.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비참한 상황의 하나인 기아로 인해 그들은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 벼랑 끝에 몰려 있는 심정 속에 못 먹는 감 찔러나 보는 심정의 행패 같은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긴 해도 대응의 강도가 예사롭지 않은 그들의 행동에 대한 증폭되려는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자세한 뉴스를 접해 보려고 집으로 전화를 걸기로 하여 브리지로 올라갔다.


아무래도 단편적인 외부 소식을 들을 때마다 갑갑하고 더하여 걱정이 늘어나는 승선자들의 입장이기에 전화 요금을 생각하여 그동안은 참고 지내던 위성전화를 집어 들은 것이다.


잠시 후 전화를 받아 준 아내의 목소리가 마치 남자 같이 호탕한 웃음소리부터 보내 준다.


-하하….. 당신 뉴스 듣고 전화 거는 것 맞지요?


-그래요…. 근데 어떻게 된 일이에요?


-뭐 개네들이 평상시 해보는 식의 도발이지요, 뭐. 


 아내의 대답이 태평해 보여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다.


-연평도에 북한 해안포대에서 포탄을 퍼부었고 우리도 같이 응사해서 대항했는데, 그쪽의 상황은 알 수 없지만 우리 쪽에선 해병 이병 한 사람 전사했다고 하는군요. 산에 불도 났다고 하고요.


-지금도 뉴스로 계속 나오는데 들어 보실래요? 


하면서 마침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뉴스의 소리를 들려주었지만 웅얼거림으로 흩어져 잘 알아들을 수가 없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고함치며 다시 불러서 아내를 수화기 앞에 세운 후.


-텔레비전 소리는 잘 들리지 않아요.  그러니 소식이나 요약해서 간략히 전해 보세요.


라는 말을 해 봤지만 별다르게 보태 줄 이야기의 내용이 없다면서 같은 내용을 몇 마디 더 해준 후에,


-오늘 우리 김장 더 했어요. 하며 지난번 모자라는 듯한 김장 량 때문에 절인 배추를 더 구입해서 추가 배달받은 것으로 김장을 마무리 지었다는 집안 행사의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시원스레 대응해주는 아내의 응답으로 걱정거리가 없는 아무렇지도 않은 상황으로 치부해주어, 고맙다는 인사를 하면서도 그래도 조심하라는 응원의 말을 토 달며 전화를 끊기로 하는데,


-걱정되어서 그래요? 걱정하지 마세요.  

 다시 한번 그런 말을 되풀이하면서 웃음으로 아내는 통화를 마무리 지어준다. 대부분의 우리 국민들 생각이 아내가 보여주는 상태와 크게 다르지 않은 분위기임을 느껴 받았다. 


 달리고 있는 배 안으로 전해지는 어떠한 충격적인 소식이더라도 그것은 배 주위를 스쳐 지나는 자연이 보여주는 별난 구름을 만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현상의 하나일 뿐일까? 

 어쨌거나 별다른 더 이상의 큰일은 없을 것 이란 믿음 같은 생각을 건네받아 들며 통화를 끝낸 후, 해도실에서 우리의 위치를 다시 한번 확인해 본다. 


우선은 우리의 갈길을 향해 가야 하는 게 첫 번째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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