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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희태 Feb 20. 2019

THA SALA, THAILAND 기항기


 


 하룻밤을 꼬박 새우며 달린 끝에 정오가 될 무렵 지나치게 된 마타푸트-타살라간의 항로(타이만)에는 잔잔한 해면 위에 온갖 쓰레기의 부유물과 해초들이 띠를 이루어 레이더 스크린에도 나타나는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해면에 떠 있는 여러가지 부유물들

 THA SALA

지구 상의 좌표로 그 위치를 읽어 낸다면 시내의 중심부 격인 곳의 위도가 북위 8도 39.6분 동경 99도 55.8분으로 열대 역인 말레이시아 반도 중북부 지역에 있는 타일랜드의 항구이다.


마타푸트에서 석탄의 양하를 끝 마치고 곧바로 다른 짐을 싣기 위해 찾아온 그곳까지의 거리는 약 250여 마일 정도였다.


 말은 항구라고 하였지만 그냥 배를 그들의 해변가로 불러들여서 외해에 투묘시킨 채 화물을 싣게 하니 그렇게 불러 준 것이지 실제로 와서 보니 해변가에는 야자나무가 있음 직한 푸르름을 간직하고 있는 평범해 보이는 그냥 열대의 해변 마을이었다.


 바닷가에 휴양지 펜션처럼 보이는 건물이 밤에도 불을 밝히고 있었다.


 그렇게 쌍안경으로 해변가 쪽을 보면서 겨우 유추하고 있는 우리 배가 있는 곳은 위에 적어 본 THA SALA의 경위도 지점에서 동북쪽 방향으로 6마일 정도 떨어진 바다 위인 북위 8도 44분, 동경 100도 00분 위치이다.


 수심이 10.3미터이며 10미터 등심선과는 400미터 정도 떨어진 첫 번째 투묘 지는 도착하는 즉시 그곳에다 투묘를 하라고 대리점에서 요청한 곳이다. 해도도 태국의 해도를 새로 구입하여 찾아왔다.


 한낮인 오후 두 시의 뜨거운 태양 볕을 받아 잔뜩 열기를 머금어 버린 잔잔해 보이지만 후끈거리는 바다가 잠잠히 우리를 맞이해 주고 있다.

두 번에 걸쳐 묘박지를 옮기며 투묘했던 타살라 외항의 해도상 모습.

타살라 외항 정박지에 투묘하고 바라다 보이는 하늘과 바다 사이에 있는 해안선 육지의 모습. 하얀 펜션의 모습이 마치 이슬람의 종교건물을 멀리서 보는 듯하여 이채롭지만 종교와는 무관한 건물이란다.


난생처음 기항하는 곳이라 열심히 찾아오느라 달렸던 속력은 아직도 빠르게 남아있는 타력을 가지고 있었다. 


 투묘 예정지를 0.5마일 정도 남겨둔 시점에서 그래도 남아 있는 전진 타력을 죽이느라 힘껏 후진 속력으로 돌려준 엔진이 고출력의 힘을 내느라고 숨 가쁜 고음의 음색을 내면서 배를 덜덜거리는 떨림 속으로 팽개쳐 준다.


 어느새 후진으로 돌아서기 시작한 스크루의 반전이 만들어 낸 싯누런 뻘물의 용솟음이 구름처럼 솟구쳐서 선수 쪽을 향해 흘러가는 걸-배가 뒤로 빠지고 있다는 증거- 보며 이쯤에서 닻을 내려주는 게 알맞다고 판단하며 <렛 고 앵카!>의 명령을 내린다. 


 그렇게 첫 번째 정박지에 닻을 내리느라 바쁜 순간을 보내고 있는 우리 배 옆으로, 먹을 것이라면 놓치지 않고 달려드는 아프리카 초원의 하이에나를 닮은 것 같은 고만고만한 바지선들이 뱃전으로 다가와서 줄을 잡아 달라고 보챈다.


 그들이 싣고 나온 화물은 아마도 희토류의 광물질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이 화물은 흰빛이나 약간 노란색을 띄운 것 같은 그러나 회색까지 첨가된 모양새를 가진 모래 같은 형상인데 화물창 안으로 쏟아부을 때는 먼지도 제법 날리고 있다.


 SODA FELDSPAR. 이 이름이 용선주가 항해 지시서로 알려 준 화물 명인 데 우리말 사전을 찾아보았더니 장석(長石)이란 이름과 광물질이란 내용밖에 더 이상 알아볼 길이 막연하다.

선적 작업 중 갑판 위로 떨어져 흩어진 화물의 희뿌연 모습.


500톤에서 800톤 정도까지 실을 수 있다는 바지선들이 한목에 서너 척 이상이 굴비 꿰이듯이 줄줄이 엮이어 한 척의 예인선한테 계속 끌려와서는 짐을 부리고 나면 이번에는 빈 배가 되어서 덩 그라니 떠 오른 상태로 굴비 두름 같이 다시 묶여서 육지 쪽으로 돌아가곤 한다.

 작업이 끝나가는 바지선 옆으로 짐을 실은 새로운 바지가 끌려와서 접근하고 있다.

작업 순서를 기다리기 위해 줄줄이 본선에 접안하고 있는 바지선의 모습

개까지 기르며 수상생활을 하고 있는 바지 거주민의 모습.



그렇게 방금 끌려온 바지선 중 한 척의 위에서 뒤 태가 여인으로 느껴지는 모습의 사람을 찾아내게 되어 흥미를 느끼고 살펴본다.


그런데 그녀가 하고 있는 행동이나 모습이 너무나 주위와는 어울림이 없어 보인다. 


 끌려올 때 묶어 주었던 예인 삭을 우리 배로 옮겨 걸어주면서, 바지선(부선)을 우리 배에다 묶어주는 계류 삭으로 역할 분담이 바뀌었다. 


 부선에 타고 있는 사람들이 그 라인들을 고정시키느라 무척이나 바쁜 와중인데 그녀의 모습은 왼쪽 어깨에 커다란 숄더백을 걸친 채 바쁜 접선 작업을 하는 남자-아마도 남편이겠지-에게 다가가서 무어라 몇 마디 말을 걸더니 그냥 선실로 휑하니 들어가 버린다.


 그녀의 차림새는 짐을 풀고 육지 쪽으로 나가게 될 다른 바지선으로 옮겨 탄 후 밖으로 나가겠다는 외출을 선언한 것으로 보인다. 소리가 들리지 않는 먼 거리에서의 움직임만으로 그 잠깐의 순간에 보여준 쌀쌀맞은 여자의 행동으로 내가 유추할 수 있는 방향은 그 이유밖에 없어 보였다.


 그냥 여자이고 싶어서 일까? 그래서 바쁜 일은 당신이나 하시오. 나는 내 몸매나 챙기겠습니다. 하는 식의 모습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사라져 간 그녀의 모습을 찾아보다가 피 식이 웃음이 흘러나온다.


 더위에 웃통까지 벗고 일을 하고 있는 남자와 금방 외출을 하여 어디에 내놔도 괜찮을 모습의 여자가 같은 바지선(부선)을 타고 우리 배의 옆에까지 온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두 사람의 생각하는 영역은 어디서 어디까지가 닮고 어디까지가 다른 것일까?


 자신의 바지(Barge, 부선)로 싣고 온 화물을 우리 배에 모두 부려 주기 전에는 다시 육지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으로 짐작되는데, 금세라도 외출을 할 수 있는 폼으로 치장하고 있는 여인의 뒷모습을 내려 다 보면서 나도 잠시 바다 위의 화물선에 승선하고 있음을 잊고 그들의 갈등에 휘둘릴 뻔하였다. 


예를 들어 남자의 마음으로 그녀의 모든 행동을 저울질하며 괘씸하게 생각하는 마음을 심 저에 깔고 관찰해 보았으니까 우선은 그녀를 이해하려 왜 그런 일을 하는가를 살펴볼 생각은 전연 없었던 것이다.


 사족: 그녀의 멋진 모습은 미쳐 카메라를 준비하고 있지 않아서 찍지 못했다. 아니 준비하고 있었더라도 그녀의 너무나 날쌘 움직임 때문에 잡을 수가 없었다고 핑계를 대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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