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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희태 Feb 23. 2019

선원들의 인권과 해적들의 인권


 지구상 3대양의 하나인 커다란 바다 인도양. 그 바다의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는 아라비아 해. 

지금 그곳에는 부근의 못사는 후진국에서 발생한 내전과 그로 인한 처참한 질병과 기아로 못먹고 못살아 생겨날 수밖에 없는 오염된 인간들로 인해 발생하는 해적 준동이란 사건으로 지금 이 시간에도 그 바다를 항해하는 많은 선박과 그에 승선하고 있는 선원들에게 이루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지리한 공포에 진저리 치며 몸을 떨어야 하는 고통을 주는 힘든 항해들을 하게 만들고 있다.

 삑삑거리며 울기 시작한 GMDSS통신기에서 조난을 표시하는 내용을 담은 전문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또 어느 배에서 해적의 공격을 받아 어쩔 수 없이 당하며 마지막 통신을 보내고 있는 내용임이 슬쩍 훑어 보는 눈길인 데도 벗어나 주질 못하여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도울 수 없는 내 입장과 형편이 야속할 뿐만 아니라, 설사 도울 수 있는 가까운 위치에 있다 해도 실제로는 아무런 힘도 보탤 수 없는 현실적 여건이라 도우려 갈 엄두도 낼 수 없는 안타까움에 속만 끓이고 있다.


 어쨌거나 이 바다 어디에서 또 선박을 탈취당하는 일이 발생했나를 기록하여 우리의 항로 보정에 참조하기로 하면서 좀 더 넓어진 해적들의 활동 범위에 절로 찌푸려지는 눈쌀과 함께 공포심 역시 함께 부풀어 오르고 있다. 


 이제는 소말리아 해안 뿐만이 아니라 이 바다 전체가 이들 해적이 저지르는 약탈과 납치라는 추악한 범죄 행위에 오염되어서 비록 <신드바드의 아름다운 전설>이 깃든 아라비아 해를 달리고 있으면서도 결코 편치 못한 아쉬움과 공포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항로상을 잘 달리고 있는 선박들을 피랍의 목표로 삼아 원양선의 통항로 부근까지 진출할 수 있는 모선(이들도 해적들이 강탈한 선박이다)까지 동반시킨 작은 쾌속정들이 몰래 접근하여 무단히 본선에 기어오른 후 무기를 들이대는 일로부터 이 바다 인도양-아라비아해-의 비극이 시작되는 데 그 첫 번째 피해자가 바로 우리들 선원인 것이다.


 이렇듯 어느 순간 갑자기 들이 닥친 해적들에게 어쩔 수 없이 붙잡혀 배와 함께 인질이 되는 선원들로서는 정녕 이 바다는 공포로 오염된 지긋지긋한 항해하기 싫은 바다일 뿐이다.


 어느 순간 들이 닥칠 수 있는 해적의 무리에게 자신들의 삶의 터전인 선박을 빼앗기고 더하여 인질이란 범죄의 제물로 추락하여 육체적인 고통과 목숨의 위해까지도 어쩔 수 없이 받아 들여야 하는 가장 약자가 되어버리는

현실이 두렵고 또 아쉬울 뿐이다.


 이런 일이 생기는 근본적인 원인은 소말리아 해적들이 돈을 벌어들이기 위해 저지르는 무법의 행위가 철저히 저지되지 못 하거나 아예 저지할 생각을 안 하는(?) 것 같아 보이는 인간들의 추악한 이기심도 한 원인으로 여겨진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피해 당사자로서 가장 앞장 서 있는 우리 선원들로서는 무조건 저지해야 할 해적 퇴치라는 일이건만, 이것도 비즈니스라고 해적에 빌붙어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국제적인 부류 또한 많이 있다는 의심을 풀어내 버릴 수가 없는 현실이 있기 때문이다.


 해적들의 입장에선 이렇게 무방비 상태인(?) 선박에 접근하여 그 배에 올라타기만 하면 일단은 성공한 것이고, 납치를 당 한 선주사에 커다란 몸값을 요구할 수 있는 아주 쉬운 비즈니스이니, 막말로 이런 장사를 돈 벌 곳 없는 그들의 입장에서는 버리기 아까운 생업일 것이다.


 그런 나라의 중심에 있는 소말리아는 내전과 잦은 정권의 다툼으로 피폐해지며 버림 받은 자들이 먹고 살기 위한 방편을 찾다 보니 어쩌다 바다로 나와 도둑,강도질을 하게 되었고 이제 그것이 커져서 기업화 된 모습으로 변하면서 선박과 선원의 납치까지도 서슴치 않게 되면서 이제는  그들의 주 수입원으로 삼게 된 것이다.


 우리 배는 지금 그 소말리아 근처로 가는 게 아니라, 페르시안 걸프 안쪽의 아랍에미레이트로 가고 있기에, 해적이 창궐하기 전 같았으면 그리 큰 위험을 느끼지 않고도 항해 할 수가 있었던 아주 조용한 항로이다.


 그러나 주위의 기상 상황이 호전 되는 계절이 되면서 이들 해적들의 활동 범위가 크게 늘어나면서 이 바다 전체로 까지 불똥이 튀기 시작하고 있는 거다.


 따라서 본선도 UAE를 첫 기항지로 페르시안 걸프 지역을 찾아가는 길이건만, 통상적인 단거리의 항로를 이용하지 못하고 인도 반도에 바짝 붙어서 북상하여 뭄바이(예전 봄베이) 앞쪽 바다까지 간 후 거기에서 한번 더 인도 쪽으로 붙어서 항해한 후 파키스탄과 이란 해변을 오른쪽 가까이 두고 페르시안 걸프 입구인 호르므즈 해협을 향해 가도록 침로를 정한 채 달리고 있다.


 선원이란 직업 때문에 이 테러에 속절없이 당하면서도 아무런 저항을 할 수 없는 숙명(?)을 안고 있는 비극을 피해보려고, 가장 기초적인 행위로, 실시해보는 일이 바로 해적들이 준동하는 해역과는 될수록 멀리 떨어져 보려는 방안으로 침로의 수정을 하는 것이다.


 이런 일을 당하면서 그만큼 약이 오르는 심정에선 그야말로 받은 것 이상의 대응으로 해적들과 결판을 내고 싶은 바람도 갖게 되는 게 인지상정이지만 그때마다 택클 하듯이 걸고 들어 오는 이야기가 해적들의 인권에 관한 사항이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해군을 파견, 연합하여 작전을 실시하면서 각국은 해적이 상선을 공격하는 것은 막지만 그 방법이 공격적으로 찾아내어 미리 차단하는 게 아니라 방어적인 개념의 개입이어서 해적들이 공격을 포기하고 돌아서면 더 이상 그들을 공격하지 않는 그야말로 인권을 존중하는 신사적인 방법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해적의 인권은 이렇듯 존중(?)되고 있으면서, 그 해적들에게 무참히 침탈 당하는 선원들의 인권은 어떻게 보호되고 보상 받을 수 있단 말인가? 라는 생각을 하면 약 오르고 치 떨리는 분노를 금할 수가 없는 게 선원들의 입장인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란 명제를 생각 안 할 수 없는 분노가 착잡하기만 하다.


 삼호 주얼리호가 당했던 날도 그 바다의 다른 한 곳을 항해하고 있던 우리 배 선원들이 받았던 피랍충격의 뉴스는 모두가 잊을 수 없는 악몽같은 일이었다. 

 이렇게 당하기만 하고 있을 바엔, 누군가의 희생이 따르더라도, 차라리 그들에게 대항하여 한 번 쯤은 본때를 보여주면 어떨까? 하는 비장한 이야기까지 나오며 그 하루를 보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우리 해군이 실행한<아덴만의 여명>이란 탈환작전으로 삼호 주얼리 호가 해적들로 부터 풀려나게 되었다는 뉴스를 들었던 날, 우리 선원들은 배의 사정도 접어두다싶이 하루 종일 신나고 통쾌했던 기억 또한 잊을 수가 없다.


 그러나 그 후 호되게 당한 해적들이 앞으로 한국 선원들과 만나게 될 때는 이 일에 대한 응분의 댓가를 치루게 하겠다는 공공연한 이야기를 하면서 흥분하고 있다는 소문마저 꼬리를 물고 찾아 들면서 한국 선원들이기에 더해지는 공포감 또한 수월치가 않았다.


 이렇게 자연이 주는 아름다운 경치도 이 바다 안에서는 항상 불안감을 가지고 쳐다보며 항해에 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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