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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희태 Feb 26. 2019

PMO

PASSING MUSCAT OUTBOUND (OR INBOUND)

  본선의 차 항차를 용선하려는 용선 계약서상에 PASSING MUSCAT OUTBOUND라는 문구가 들어 있다. 이문구의 일을 수행하기 위해 지금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용선주가 본선을 빌려서 투입하려는 항구는 OMAN의 KHASAB항으로, 지금 양하 작업이 끝나 출항하려는 MINA SAQR항과는 가까운 거리에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대로 그 두 항구를 각각의 용선 행위가 끝나고 새롭게 시작하는  곳으로 계약할 수는 없으므로, 그 중간쯤이 될 수 있는  곳을 지나는 시간을 택하도록 계약상 위와 같은 문구가 있기에 MINA SAQR항을 출항한 후 OMAN의 KHASAB항 앞을 지나쳐 버리는 항해에 임하게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통상적으로 아라비안 해에서 이루어지는 선주와 용선 주간에 체결되는 선박의 용선 계약에서 배를 빌려주고 돌려받는 통상적인 장소로 대표적으로 합의 선택되는 문구가 PASSING MUSCAT OUTBOUND(OR INBOUND)이다 


 OMAN의 MUSCAT를 지나는 시점을 기준으로 해서 배를 주고받는다는 계약서상 이 문구로 인해 배는 이곳을 통과하는 시간과 그때 보유하고 있던 기름 량을 선주와 용선주 양쪽 모두에 알려 주면서 용선계약이 해지되고(REDELIVERY), 새롭게 이루어지는 DELIVERY NOTICE를 해주는 것이다.


 이번 항차 우리 배도 태국에서 실은 SODA FELDSPAR 5만여 톤을 아랍에미레이트의 MINA SAQR항에서 다 내려 준 후 반선(REDELIVERY) 받는 시점과 다시 새로운 용선주에게 빌려주는 시점을 이 문구-PASSING MUSCAT OUTBOUND-를 삽입하여 결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간 신조 이후 일 년간 계속 운항했던 용선주가 다른 곳에 SUB CHARTER를 주면서 두 번씩이나 겹쳐져 있던 용선 업무의 고리를 끊어내게 된 최종의 반선 기회가 도래했던 것이다. 


 계약서상 약속의 장소가 되어 버린 PMO를 이행하기 위해 HORMUZ를 다시 빠져나와 남행한다. 


 원 용선주가 벌렸던 주용선 업무의 화물 양하는 끝이 난 상태이지만, 용선 초에 받아 가졌던 연료 유량과 이제 반선하면서 돌려줄 연료 유량을 비슷한 수준으로 만들기 위해 중간 길목에 있는 UAE의 유명한 유류 보급항인 FUJAIRAH항에 들려 유류수급을 하는 일 역시 아직도 용선 기간으로 이어지는 상황인 것이다.


 새벽에 급유항에 도착하여 유류 수급을 잘 끝내고, 오후 들어 다시 남진의 항해를 속행하기 열 시간 만인 다음 날 새벽 1시에 드디어 계약의 장소 PMO에 도착 지나치게 된 것이다.


 이 주변에서는 제법 큰 도시 축에 들어서일까? 밤바다를 향해 환하게 비쳐주고 있는 도시 MUSCAT 항의 불빛이 유난히 현란해 보인다. 하지만 심상치 않은 느낌으로 그런 모습들이 다가섬은 너무나 활기가 없어 보이는 정적이 함께하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검은 밤바다를 향한 밝은 도시의 불빛이 배경 되어 씰루엣으로 만들어 내는 항구 입구의 작은 섬이나 거기에 설비된 등대의 윤곽이, 낮에 지나쳤다면 몇 장의 사진 컷은 아끼지 않고 만들어 냈을 거라는 확신이 들지만 어딘가 풀이 죽은 모습 같은 후줄근한 감상이 너무나 강하게 들어선다. 


 그러나 더 이상 경치나, 분위기에 머뭇거리지 않고 단호하게 하드 포트(좌현전타)의 명령을 내려 주어 배는 오던 길을 되돌려 다시 올라가기를 시작한다. 


사실 더 이상 가던 길을 재촉해서 내려간다면 그 악명 높은 소말리아 해적들의 소굴인 아덴만에 도착하는 최단 코스와 같기에 별로 기분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여기까지도 내려왔던 것이라서 일까? 돌아서는 뱃걸음이 퍽이나 가벼워지는 안도감을 가지며 한숨 돌리게 한다.


 인도와 반선(DELIVERY, REDELIVERY) 조치에 필요한 공식적인 통보를 위해 만들어 놓고 있던 이멜에 MUSCAT 도착 시간과 도착 위치를 명기하면서 당시의 유류 보유량까지 통보해주고 난 후 잠자리에 들어서기로 한다.


 시간은 새로운 하루가 시작하는 새벽 2시이지만 MUSCAT외항에 투묘하고 있는 배들의 불빛이 유난히도 애처로워 보였음은 이곳이 해적의 준동 해역이 가까이 있다는 선입감으로 인해 으스스해지는 기분이 들어서였던 때문이리라. 


그곳에서 점점 멀어지는 반대의 코스로 다시 올라가는 마음은 그렇기에 더욱 가볍고 반가운 모양이다.


 평소보다 취침할 시간이 많이 늦어진 상태이지만 기분 좋은 편함을 만끽하며 쉴 자리인 거실을 향해 브리지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여명의 바다를 순항하며

 밤새워 어로 작업하고 지금은 잠이 들어서일까? 움직임 없이 떠있는 어선의 모습이 조용하기만 하다. 하나 우리들은 완전히 지나갈 때까지 눈을 떼지 못하고 지켜보는 고역을 치러야 했다. 아직은 해적의 출몰을 염두에서 떼어낼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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