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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희태 Feb 27. 2019

MUSANDAM QUARRY PORT.

오만의 항구 KHASAB


 


 육지 쪽은 아랍 에미레이트의 국경이 줄을 그어 분리해 주고 바다 쪽은 HORMUZ 해협이 빙 둘러싸고 있어 오만 본토와는 떨어져 나와 있는 고립된 오만 영토이다.


 아마도 이 동떨어진 곳을 관할하고 있는 관청이 있는 곳이 KHASAB 항인 모양이다. 그곳엔 적지만 호화스럽게 치장한 여객선이 들어와서 부두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 보이기도 했다.


 HORMUZ 해협의 통항로를 저 앞으로 내려다보고 있는 MUSANDAM 반도의 안쪽에 다시 가지치기한 듯이 살짝이 뻗어 나온 또 다른 작은 반도인 SHAMM PENINSULA에서 북위 26-14.9 동경 056-18.9 좌표 위에 설비된 JETTY로 된 부두가 MUSANDAM QUARRY PORT이다.


 HORMUZ 해협에 들어서면서 오만 해양경비대-그들은 나중 해군이라고 이야기했지만-에 본선의 위치와 목적지인 MUSANDAM도착 시간을 통보해주며 이곳과의 직접적인 인연이 시작되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 했던가? 이곳에서는 보기 드문 나쁜 날씨로 인해 제법 불어 닥치는 세찬 바람으로 접안은 틀린 것으로 짐작되지만, 투묘 지를 알아보려고 애타게 그들-항만당국-을 불렀으나 대답이 없다.


 할 수 없이 오만 코스트가드를 다시 불러서 그런 상황을 통보해주며 연락할 길을 찾으니 잠시 기다리라고 하더니 어찌 연락이 되게 대리점에게 일깨워 준 모양이다.


 대리점에서 이멜 연락이 왔다. 기상도와 함께 황천으로 금일 도착해서 즉시 접안은 안 되겠고 내일 아침 8시에 접안할 수 있을 것으로 암시해 온다.


 그러나 오늘 밤 도착 즉시 어찌해야 한다는 말은 없기에 알려주고 있는 번호에 전화를 걸어 투묘 가능 여부와 투묘할 수 있는 위치를 문의했다.


 자신들이 먼저 알려준 투묘 예정지는 너무 육지와 가까웠기에 처음 도착한 상태의 날씨가 나쁜 상황에서는 아무래도 꺼리게 되는 심정이라 확인차 물은 것이다. 되돌아온 대답은 이곳의 원래 항구인 KHASAB 방파제로부터 5마일 정도 되는 곳이면 적당히 알아서 놓으면 된다는 언질을 받고 해도상 바깥쪽에 그려져 있는 투묘지에 닻을 내리기로 결심했다. 


 25노트에서 30노트까지 오르락내리락하는 바람 속에 좀 심하게 밀리는 배의 위치를 고정해가며 원하는 위치에 닻을 내리려고 한참을 버티어서 겨우 투묘하니 예정했던 시간보다 30분 정도 더 지나고 있었다.


 북위 26-17.315, 동경 056-15.628 위치에 9 샤클을 내주려고 <렛 고 앵카>를 외쳤는데 나중 정확히 나간 샤클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10 샤클이 나갔다고 수정해서 보고해 온다.


 그것도 무슨 뜻이 있는 것일까? 싶은 마음이 들어 그냥 감아 들이지 말고 그대로 유지한 채 투묘 작업을 끝내었다.


 심상찮은 바람의 맹위로 선수가 자주 좌우로 도리깨질을 하듯이 움직이며 0.8노트의 조류 속력을 표시해주니 마음이 결코 편할 수가 없기에 그리한 것이다.


 이 정도의 바람으로 배의 앵카 위치가 변할 정도는 아니라는 확신은 가지지만, 그래도 조심하자는 차원에서 철저한 당직을 서도록 당직사관을 독려하고 브리지를 내려온다.


 침대에 눕지도 못하고 조는 듯이 눈감았다가 다시 정신 차려 바깥 날씨에 신경 쓰임을 몇 번 되풀이하면서 좀 나아지는 바람소리에 안심했는데 어느덧 밝아 오는 아침을 맞이 하게 되었다.


 바람이 많이 잦아들어 파도도 낮아졌기에 오전 중엔 부두에 들어갈 것이란 예감을 가지며 기다리는데 연락이 온다. 도선사로부터 온 전갈이다. 곧 도착할 테니 닻을 감으라는 말이 전해져 왔다.


 즉시 발묘 작업을 시작하였고, 닻이 뜨기 직전 도선사도 승선하여 조선을 인계받아주었다. 밝게 떠오른 아침 해가 눈부신 쪽을 향해 선수가 천천히 움직여 가기 시작했다. 


 병풍을 두른 듯 부두의 뒤쪽을 가로막고 있는 산 위로 높이 솟아오른 밝은 햇빛으로 인해 눈이 너무 부셔 오히려 사물을 보는 게 힘들 정도이다.


 부두에 점점 가까이 다가서는 동안 태양도 좀 더 높아졌고, 이제 부두에 계류삭을 내주며 옆으로 나란히 서서 밀착하기 시작하니 앞쪽에 있던 화려한 밝음이 많이 잦아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눈부심은 여전하다. 모든 계류삭을 같은 크기의 긴장감을 가지게 조절해 준 후, JETTY 부두에의 접안은 끝났다.

  낭떠러지 벼랑으로 병풍처럼 둘러 쳐진 산이 황량한 모습으로 눈 안으로 찾아든다. 그나마 자세히 살피니 작은 관목이 드문드문 서 있지만 모두가 뿌연 먼지로 인해 나무인지 풀인지 심지어는 돌멩이 인지도 구분 못하게 보일 정도로 황량함 만을 더해주고 있다.


 100미터의 등고선이 아주 연이어 200미터 등고선을 외곽에 거느리고 있도록 해도상에 그려진 모습은 그야말로 병풍을 둘러 쳐준 것으로 볼만한데 이 돌산이 모두 라임스톤이며 그것을 해체하여 수출하는 데 일조하려고 우리 배가 들어온 셈이다.


 그런 7~80도가 넘어 보이는 경사의 가파름은 그들 뒤에 있는 400미터 등고선에 둘러 싸인 759미터, 888미터로 표시된 산정의 모습으로 그려져 있건만, 너무 바짝 다가서게 된 눈앞의 낮은 산에 가려 오히려 보이지도 않는 형편이다.

 우리가 접안하고 있는 JETTY에서 260도 방향으로 바다를 건너 직선거리로 5.5마일(약 10km) 정도 떨어진 Khawr Hanah라는 작은 포구의 언덕이 밤만 되면 가로등 같은 불빛이 휘황찬란하게 밝혀져 있어 호기심의 눈길을 일으켰다.


 밝은 날 아침에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보이는 그 언덕배기를 죽 훑어 따라가 보니 해도상 산 중턱쯤에 작은 마을을 표시한 곳쯤에 하얀 건물이 옹기종기 모여서 마치 천일야화의 하렘을 연상시키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저 멀리 건너편 산 중턱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건물군의 모습은 천일야화에 나오는 하렘을 연상시켜 쌍안경을 들어 살피게 한다. 


 그러고 보니 이곳이 바로 그런 이야기들을 풀어낼 수 있는 술탄왕국(토후국)이란 것을 되새겨 보게 한다.


그러나 아무리 잘 보아주려고 해도 자연의 분위기가 너무 삭막하여 정이 붙지는 않고 다만 왕성한 호기심만 자극하고 있다.


 그러나 맑고 깨끗해 보이는 이 바다 안에는 많은 물고기가 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낚시를 하면 많은 고기가 모여들어 심심찮은 손 재미를 만끽하게 하지만 너무나 많이 밀려드는 먼지의 공세에 마음 놓고 낚시를 할 엄두를 내는 우리 배의 선원은 없고 이곳에서 일하는 인부들 중에서 몇몇이 낚시 줄을 드리우는 걸 볼 수 있다.


 사실 짐을 실으면서 화물창 안에서부터 뿌옇게 일어나는 먼지로 인해 홀드 내부에 설치된 화재경보 센서가 작동하여 느닷없이 화재경보를 울려 퍼지게 하는 상황이니 편안한 마음으로 낚시에 골몰할 수 있는 사람은 없는 게 당연한 일이겠지……

LIME STONE 선적으로 인해 갑판상에는 쌓인 먼지로 인해 눈이 덮인 것 같이 하얗게 변하고 있다

.

하렘 성 같은 마을이 보이는 건너편 언덕의 산줄기 위로 저녁 해가 넘어가고 있다.


이 보이는 산이 모두 LIME STONE으로 되어 있어 이 산을 깎아서 수출하고 있으니...

 

 

언젠가는 저 돌산이 나지막한 언덕으로 변하게 되지 않을까?


로더의 모습

 

산을 깎아 화물로 만드는 광경을 짐작할 수 있는 풍경

  산의 경사면에 거뭇하니 박혀 보이는 점들이 키 작은 관목의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모습이다.



라임스톤을 싣고 오는 바지선의 모습.

 우현 쪽으론 하나 있는 컨베이어 시스템으로 선적하고 좌현 쪽은 커다란 바자선으로 싣고 온 라임스톤을 선적해 준다.  

 고정된 컨베이어 시스템의 로더 모습. 그에 맞추기 위해 본선을 앞뒤로 LINE SHIFTING을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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