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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희태 Mar 04. 2019

SHUAIBA 항 KUWAIT

아마도 이락이 쿠웨이트를 침공했을 때 이후에 생겼던 후유증이겠지.


 우리가 지나가야 하는 뱃길을 보여주는 해도상에 큰 글씨로 표시된 FORMER MINED AREAS라는 단어가 마음 한 편에 일말의 불안감을 떠 오르게 만들어 주고 있다. 


 얼른 See note라는 덧붙인 작은 글씨까지 확인한 후 얼른 해도의 한 구석에 있는 See note 란을 찾아 들어가 FORMER MINED AREA라는 항목을 찾으니 이런 글이 쓰여 있다.


These areas are former mined areas in which mines could still present a hazard.

Anchoring, Fishing or seabed operations are not recommended anywhere within these areas.

However, where anchoring is necessary it should be carried out only within the designated anchorage areas as directed by the local authority.

Additionally drifting mines may be encountered anywhere within the region.


  FORMER MINED AREA라는 글이 쓰여 있는 곳은 해저 유전이 산재해 있는 곳의 주위로 결국 이곳을 드나드는 유조선의 통항을 막기 위한 전쟁 방식으로 생겨난 어려움이었던 것이다. 지금은 어느 정도 치워진 어려움이겠지만 끝까지 알 수 없는 위험 상황의 존재를 뇌리에 새겨주며 이미 어둠이 짙게 깔리기 시작하는 뱃길을 다가서며 이곳 SHUAIBA항과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SHUAIBA 포트 컨트롤과 통화를 하여 투묘 지를 배정받았으니 이제는 쉬엄쉬엄 안전하게 항해하여 도착한 후 투묘 보고만 하면 되는 상황이다. 


 한결 가뿐해진 마음으로 항해를 하면서도, 행여 그런 일은 없겠지만, Drifting Mines이란 단어를 떠 올리게 되니 조심스레 레이더 화면을 살피는 항해를 계속했었다. 


 그렇게 도착한 후 지정받은 투묘지에 닻을 내려주고 접안 시기를 기다리기를 어언 일주일에 접어들었을 때, 생각지도 못했던 폐어망의 공격(?)을 받게 되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은 모두 시행하여 걷어 들일 수 있는 만큼의 폐그물은 모두 수거했지만 물속에 남아있는 끄트머리의 상황은 어찌할 수 없는 지경이 되었으니 화장실에서 마지막 뒤처리를 못한 것이 이보다 더 찜찜할까? 


 회사의 의견대로 설사 그물 끝이 좀 남아 있더라도 본선의 스크루 부근에 장치된 기구의 작동으로 더 이상의 이상 상황은 없을 거라는 말을 믿고 엔진의 준비 작동을 시행하기로 한다.


 엔진 준비를 완료한 후 기도하는 마음으로 엔진을 스타트시켜 본다. DEAD SLOW AHEAD! 잠시 후 엔진이 걸리는 작은 진동이 선교에 전달되어 온다.


닻을 내리고 있는 상황이라 오랫동안  엔진의 사용은 금물이다. 


 그래도 엔진과 러더(타기)의 상태를 알만한 최소의 시간을 버틴 후 STOP ENG. 을 발령하고 난 후 곧이어 DEAD SLOW ASTERN! 을 발령하여 혹시 과도한 전진 속력을 대비한 전후진 동작을 모두 시행했다. 적당한 시간 후 STOP ENG. 을 다시 발령한다.


 엔진의 동작 상황이 아주 마음에 들도록 유연하게 움직여 준 느낌을 받으며, 폐어망으로 인한 더 이상의 곤란한 일은 없을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뒤처리 후 해산>의 명령을 내려준다. 이제 내일 오전 중에 입항할 거라는 마지막 예정을 대리점으로부터 통보받았다. 


 이 곳에서 싣게 되는 짐이 UREA라는 요소 비료인데 수분에는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므로 습도가 74% 이상이면 작업을 강제 중단시키고 있었다. 때문에 우리 배보다 앞 서 작업을 하던 배 역시 계속 높은 습도로 인해 늦어졌고 우리 배의 접안 역시 그만큼 지연되었던 것이다.


 드디어 새벽이 왔다 아직 어둠 속에 파묻힌 속을 파이로트를 승선시키기 위해 움직이기를 시작한다. 부두를 향한 한 시간여의 Shifting이 시작된 것이다.


 지금껏 우리 배의 접안을 지연시키던 선착선 ALMASI 호가 FULL & DOWN의 빵빵해진 모습으로 밝아오는 여명 속의 좌현 쪽에서 가깝게 나타나더니 천천히 지나치는 출항을 하고 있다.

 우리 배와 비슷한 크기의 알마시 호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미국을 향해 간다는 예정으로 떠나고 있었다.


 입항수속은 대리 점원만이 찾아와서 미리 준비해 둔 서류를 챙긴 후 선창 검사를 끝내면서 모든 것이 화물 선적에 적합하다는 서베이어의 판정 CERT. 를 받으면서 끝났다. 80년대 초에 찾아왔을 때 친근한 느낌을 갖게 했던 쿠웨이트를 생각하며 상륙 신청을 했건만 지금은 허가가 안 된다는 말을 한다.


 지난번 UAE에서는 상륙 금지는 아니었지만 수속이 까다로워서 우리 스스로 상륙을 포기했었는데, 여기서는 아예 안 된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


 선원들의 입장에선 이들 중동국가의 이렇듯 선원을 대하는 태도가 마냥 아쉽기만 하다.


 시도 때도 없이 항만 내를 요란한 굉음을 내며 달리기를 하듯 움직이는 작은 군용 보트의 모습이 자주 눈에 뜨이어 의아한 마음이 들었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그건 미 해군의 보트이며 기관총을 장착한 상태로 항 내외의 순찰을 시간 따라 하면서 내는 소음이다.


 US NAVY라는 문구가 마킹된 작은 FAST BOAT에는 성조기가 펄럭이며 자신이 미국영토의 한 부분임을 나타내 보이는데 아마도 이락의 쿠웨이트 침공 후 생겨난 일인 듯싶다.


 항내에서 사진을 찍으면 잡혀간다는 입항수속 중이던 대리 점원의 엄포에 접안 후 좀 더 찍어 보려던 출사 예정은 접었지만 이는 혹시 말썽이 생기면 그나마 입항하면서 찍은 사진까지 쓸모 없어질까 우려한 때문이었다.


 그런 마음의 한편 구석으로 예전 60년대 말에서 70년대 초쯤의 시기에 베트남의 사이공을 찾아들던 무렵의  메콩강 수로를 따라 입항하던 우리 배 앞에서 웃통을 벗어부친 방탄조끼 차림새의 모습으로 패스트 보트를 몰아 앞길을 에스코트하던 모습의 미군들의 모습이 겹쳐 보이듯 떠오른다.

방파제를 들어서며 앞쪽으로 보이는 부두.

 

 방파제를 들어선 후 배를 우현으로 90도 이상 돌려서 접안할 부두에 출항 자세로 접안하려는 터닝 중 선수에 보이든 방파제와 이어진 부두의 모습.

선미가 접안할 부두를 향하며 진입을 시작하고 있다.

 

방파제 입구로 선수를 들이밀기 시작할 무렵.


접안할 부두에 출항 자세인 선수를 항 입구를 향한 채 점점 가까이 접근하고 있다.


접안이 막바지에 다 달아 선미 역시 제자리를 찾아들어갈 무렵의 선미 쪽 모습.


터그보트의 도움으로 부두에 붙어 있는 본선으로부터 내어준 계류삭을 라인맨들이 부두의 BITT에 걸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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