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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희태 Mar 03. 2019

선미를 덮친 흘러 온 폐그물

 벌써 일주일 가까이 우리의 접안을 막아오는 날씨가 돌풍을 동반한 비까지 내려준다. 이곳에서는 보기 드문 기상 상황의 연출이다.


 요소 비료를 실어야 하는 관계로 습도가 높은 것은 치명적인 선적 결격사항이라 늦어지고 있는 선착선의 하역작업인데 이렇게 비까지 내리고 있으니 우리 배의 접안도 그만큼 또 지연되고 있는 것이다.


 비바람이 지나치며 어두워진 날씨 따라 마음도 우울해지며 섣달 그믐날의 즐거운 명절의 기분도 잊고 있는데 당직 중인 일항사가 방으로 찾아왔다.


 -선장님 후부 타기(RUDDER)에 어망 그물이 걸려 있습니다.라고 보고한다


-어망이? 


순간 마음속엔 또 한 가지의 기분이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에 대한 걱정에 앞서 분노부터 들어선다.


-예, 흘러 온 어망이 선미부에 걸린 것을 좀 걷어 올렸는데 중간쯤에서 멈추더니 지금은 더 올라오지 않고 있습니다.


 엎친데 덮친다는 사고의 악순환 고리가 다가와 있음을 인정하여, 이럴 때일수록 차분하게 흥분을 가라앉힌 후 모든 일에 대처해야 한다는 경험에 따르리라 작정을 하며 우선 흥분하려는 감정부터 다독여 주기로 한다.


 전 항차 인도에서는 닻이 끌리며 닻에 폐타이어가 가락지 마냥 끼워져서 올라와 애를 먹이더니 여기 쿠웨이트에서는 떠 돌던 폐그물이 선미로 다가와서 걸라 적 대고 있으니 왜 이리 애 먹이는 일이 연속으로 생기는 것인지 구시렁거리려는 마음을 다독인다.


 현장인 선미 갑판으로 내려가서 그물을 다시 걷어 올리도록 재시도를 지시해 본다.


 어느 정도 올라 온 후 그물을 유지해주는 8미리 정도 굵기의 나이론 줄이 더 이상 올라오지 않고 팽팽하게 버티다가 선미의 RUDDER와 프로펠러가 있는 물속으로 휘익 당겨지며 끌려가듯이 들어가서 버티기 시작한다. 


선미부 물속 어딘 가에 그물의 줄 끝이 걸려 있다는 증거이다.


 그곳은 타기 아니면 스크루가 있는 곳이니 만약 그런 기기에 많은 양의 그물이 걸려 있다면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올려진 그물이 다시 흘러 나가지 않도록 핸드레일에 묶어 주어 그냥 그대로 놔두도록 해주었다. 올라온 것이 조류에 의해 선미의 방향이 달라질 때에도 더 이상 타기나 스크루에 감겨드는 일이 없도록 하려는 조치였다.


 일단은 그 정도에서 두고 보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질 조류 상황에 따라 다른 조치를 취하리라 작정하고 해산했다.


아침이 되어 배의 선수가 완전히 어제와는 반대의 방향으로 서있는 걸 확인하며 얼른 선미를 향했다.


 어제와는 조금 다르게 팽팽하게 당겨 놓았던 줄이 많이 느슨해지고 물속의 그물도 많이 흘러나와 있다.


다시 묶었던 줄을 풀러 느슨하게 해 주고, 잠시 후 당겨 올리기를 계속해 본 후, 감아들이기를 시작하니 슬슬 잘 올라온다.


 이미 죽은 상태로 그물 속에 있던 제법 큰 고기가 눈에 들어온다. 고기의 형태와 상태로 보아 이 그물은 이곳 어디에선가 엊그제부터 좀 불던 바람에 끌려서 떠밀리다가 우리 배로 온 게 맞는다는 추측이 우세해졌다.


그물 속 고기가 이 지방의 특산물이라 여겨지게 선도도 아직은 양호해서, 그물의 출처 역시 이 곳임을 짐작하게 되니 조금은 안심하는 마음이 들었다.


 세 가닥 중 한 개는 아주 끝까지 다 올라와서 시원한 마음이 들게 하였지만 나머지 두 개는 다시 올라오기를 거부하듯 버티기를 한다. 이번에는 윈치에 걸어서 강제적으로 당기기를 시작했다.


 거의 끝까지 거두어지고 있다고 믿어질 무렵, 갑자기 줄이 끊어진다. 더 이상 선원들이 진행할 작업이 없어져 버린 것이다.


이런 상황을 회사로 연락하여 다이버를 수배하여 탐색해 봐야겠다는 의견을 내었는데 회사는 그 정도 같으면 별 이상이 없고 또 본선 프로펠러에는 작은 그물의 로프는 충분히 끊어 낼 수 있는 장치가 되어 있으니 걱정 말고 기관 사용을 해도 될 것이란 의견을 내놓는다.


 오늘 밤이나 내일 새벽이면 부두로 들어갈 예정으로 결정되어 있는 이 시점에 더 이상 망설일 수가 없어 그대로 회사의 의견을 따르기로 한다.


 걷어 올린 그물의 상태로 보아 회사의 의견이 맞는다는 생각은 들지만, 예전에 이 비슷한 일로 선미부 테일 샤프트에 파고 들은 로프로 인해 LO 누출과 함께 독킹을 해야 했던 경험을 가지고 있는 기관장은 떨떠름한 표정을 풀지 못한다.

모두 갇아 올려진 그물

 

선미 물속에 잠겨 더 이상 올라오기를 거부하고 있는 그물의 모습.
선미 윈치로 열심히 끌어올리고 있든 그물의 모습

 

더 이상 올라오기를 거부하고 있는 그물이 더 이상 끌려 나가지 않도록 일단 묶어 두고 있던 모습
선미에 올라오다 걸려 있는 그물의 모습을 보는 마음 한심하고 착잡한 마음이다.


선미에 늘어진 그물의 모습. 조류의 변화에 따라 좀 느슨해지긴 하지만...


다시 늘어진 그물을 걷어 올리고 있는 모습.
한쪽 끝이 끊어진 채 선미 갑판에 올려진 폐그물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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