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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희태 Mar 10. 2019

지나온 길에 또 해적이 나타났단다

들리는 해적 소식에 속은 타들어 오고

 또 아슬아슬한 만남을 피해 간 결과를 놓고 안도의 한숨은 쉬지만 되풀이될 수 있는 이곳에의 재방문을 생각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을 앞에 두고 있는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안심과 걱정을 함께 던져 준 오전에 들어온 해적에 관한 텔렉스의 경고문을 옮겨 적는다.


 FROM 165. 21. 245. 44 18-FEB-2011 00:02:37 MSG425134 SENTOSA C LES


180001 UTC SITREP MSG:P042/2011


THIS BROADCAST WARNS SHIPS IN PASSAGE IN EAST AFRICA, THE INDIAN SUB CONTINENT AND SOUTH EAST ASIAN WATERS REGARDING 


PIRACY AND ARMED ROBBERY.


 WARNING WARNING WARNING


 EAST AFRICA : OMIT (생략)


SOUTH EAST ASIA: OMIT(생략)


SOUTH CHINA SEA: OMIT(생략)


PART(1) ONE NEW INCIDENT ADDED SINCE REPORT 17.02.2011: OMIT(생략)


 PART(ll) RECENTLY REPORTED INCIDENTS


ACTUAL AND ATTEMPTED ATTACKS


 16.02.2011: 1300LT: POSN: 20:53.2 N – 069:39.1 E, AROUND 40NM SOUTH OF POREBANDAR, INDIA.


THREE SKIFFS WERE NOTICED AT A DISTANCE OF 6.3 NM AHEAD OF A TANKER UNDERWAY.


A SUSPECTED MOTHER VESSEL WITHOUT AIS SIGNAL WAS ALSO NOTICED VIA RADAR AROUND 17NM AHEAD. THE SKIFFS INCREASED SPEED AND HEADED TOWARDS THE TANKER. ONE OF THE SKIFFS INCREASED IT’S SPEED TO AROUND 20 KNOTS. THERE WERE 6-8 PERSONS IN EACH SKIFF. MASTER COMMENCED EVASIVE MANOEUVERES AND ALERTED ALL CREWMEMBERS, THE SKIFFS CLOSED TO AROUND THREE CABLES AND THE ARMED SECURITY TEAM ONBOARD FIRED WARNING SHOTS. SMALL ARMS SIGHTED BUT NO LADDERS WERE OBSERVED IN THE SKIFFS. THE SKIFFS STOPPED AND WERE SEEN MOVING TOWARDS THE MOTHER VESSEL. 


 위에 알려준 장소를 우리 배는 이들이 나타나기 하루 전인 15일 0930시경에 통과하였다. 사실 그곳을 통과할 무렵에는 그래도 인도 해역에 들어섰다는 조금은 안도하는 마음을 품고 지났었다.

 해적이 나타났다는 인도 해역의 해도에 그려졌던 본선의 침로선 모습.

이런 작은 어선도 해적선으로 쓰일 수 있는 곳이기에 조우하는 모든 작은 어선에 대해 갖게 되는 공포감이 쑥스럽지가 않을 지경이다.


 해도상 그 위치에는 양쪽 방향으로 추천 항로가 그어져 있으므로 그야말로 인도가 관할하는 곳이란 안심하는 마음이 절로 나던 곳이기도 하다.


 그런 상황에서 만약 그 해적선이 하루 먼저 나타나서 우리 배와 조우했다면 어찌 되었을까? 생각하기도 끔찍한 일이다.


 위의 경고 내용을 보면 해적들의 공격에 대항해 승선 중이던 무장 경호원들이 경고 사격을 해서 퇴치한 경우인데, 회사는 이곳을 통항하면서는 아직 무장 경호원을 태우는 경우가 없었다는 이야기로 이번 항차 본선이 요청했던 경호원 동승에 관한 바람을 피해 가고 았었다.


 유조선이 공격받게 되었지만 동승한 무장 경호원의 대처로 무사했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게 되니, 이번 항차 이곳을 빠져나오는 준비를 위해 회사와 주고 받든 이야기 중 우리를 향해 거짓말을 한 셈이 되어 버린 설명에 대해 다시금 섭섭한 마음이 떠오른다


 사실 회사는 <일반적으로 이 루트에서는 아직 경호원을 태우지 않는다.>는 용선주의 주장에 밀리어 경호원의 동승을 이루지 못했다고 했었다. 그렇다면 회사 단독의 경비 부담으로는 해결할 수가 없었던 것일까? 우리 선원들이 당시 가져 봤던 간절한 바람이었다.


 그러나 바람은 그냥 바람일 뿐, 요사이의 해운 시황을 짐작하고 있는 내 입장에선 이쯤에서 타협하고 물러나야 하는 일로 되었다.


 이제 자매선이 홍해 안에서 7척의 해적 보트에게 쫓김을 받았지만 무사히 벗어날 수 있었다는 새로운 뉴스까지 전해 들으며 앞으로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머릿속은 답답함으로 가득 차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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