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아빠들, 모두모두 모여라!

by 이기장


육아의 가장 큰 어려움을 꼽자면 단연코 '외로움'이라 할 수 있다. 그 누구보다 사랑스러운 존재와 긴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못 하는 존재와의 동행길이 고행길도 느껴질 때가 많기 때문이다. 육아를 하지 않았다면, 직장 동료들과 함께 일하며 바쁘게 시간을 보냈을 것이고, 지인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담소를 나누는 일이 전혀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육아를 하면서 나의 세계에는 아이와 아내만 남게 되었다. 그마저도 아침에 집을 떠난 아내는 저녁에나 만나는 현실 속에서, 나는 아이와 함께 '외톨2'가 되어버렸다.


하루가 시작되면 아이를 먹이고, 아이의 대소변을 처리하고, 아이를 이리저리 데리고 다니며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다시 밤이 되면 아이를 재우고, 아이가 잠든 후에야 밀린 집안일을 처리하며 지친 하루를 마무리한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가장 힘든 건, 언제나 혼자라는 사실이다. 평일 낮, 어디를 가더라도 아이와 함께하는 엄마들의 무리는 쉽게 찾을 수 있지만, 나와 같은 아빠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나와 같은 '이방인'을 만나는 감격스러운 순간을 접했다. 아이와 함께 출석하는 문화센터 수업에서 '아빠'를 발견한 것이다. 반가운 마음도 잠시, '어쩌다 한번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년 동안 꾸준히 수업에 참여해 보니, 늘 엄마와 함께 하다가 이따금씩 아빠와 동행하는 아이들을 보아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한 주가 지나고 또 한 주가 지나도, 그 아이는 늘 아빠와 함께였다. 아니, 아빠가 아이와 함께 있었다고 표현하는 게 더 맞을까?


매주 한 번, 고작 40분의 짧은 수업이었고, 그마저도 수업 내내 아이를 따라다니기 바빴기 때문에, '그 아빠'와 대화할 기회를 얻기란 쉽지 않았다. 동족을 가까이 두고도 눈길 한 번 나누지 못하는 아쉬운 현실이었다고나 할까.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수업 전에 바로 옆자리에 앉게 되어 대화를 나눌 기회가 생겼다. 나는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혹시... 휴직 중이신가요?"


짧은 대화였지만, 두 아빠는 고달픈 육아 현실을 토로하며 반가운 마음을 나눴다. 놀라운 점은, 우리가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수업이 시작되는 노래가 흘러나오자, 훗날을 기약하며 재빨리 연락처를 교환하였다. 그리고 그날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아빠와 두 아이는 한 집에서 만나 공동육아의 기적을 이루어냈다.


낯선 상황 때문에 어색함을 느끼는 것도 잠시, 두 아빠는 육아에 대한 외로움과 답답함을 이야기하고, 서로의 고된 처지를 위로하면서 동지애를 느꼈다. 아이들도 상큼한 딸기 한 입으로 해맑은 웃음을 지었고, 그렇게 친구가 되어 거실 곳곳을 사부작거리며 거닐었다. 여전히 아이들과의 식사 시간은 전쟁처럼 느껴졌지만, 다행히 육아 동지와 함께였기에 위기의 순간들도 '하하호호' 웃어넘길 수 있었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고, 두 아빠는 아이들의 낮잠 시간에 맞춰 서로의 일상으로 발길을 돌렸다.


최근 정부의 여러 정책에 힘입어 아빠들의 육아휴직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두 아빠처럼 많은 아빠들이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한 채 육아 속 외로움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빠들이 육아휴직을 제대로, 효율적으로, 효과적으로 사용하려면, 그들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체감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산발적으로 존재하는 많은 육아하는 아빠들이 한 데 모이기 시작한다면 어떻게 될까? 육아를 하며 겪는 어려움을 나누고, 조언을 구하고 건네는 과정에서 서로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지 않을까? 또한 모임을 통해 아빠들 스스로 육아에 대한 책임감을 더욱 강하게 느끼고, 주위 동료들에게 육아휴직을 더욱 적극적으로 권장할 수 있는 동기를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더 나아가서, 육아 경험을 공유하는 아빠들이 한 목소리로 육아에 대해 목소리를 키워나다면, 가정 내에서 소외되었던 아빠의 지위와 역할이 자연스레 제 자리를 찾아가지 않을까?


육아휴직을 선택한 많은 아빠들의 존재가 사회적으로 당연하게 받아들여져야 하는 것은 물론, 아빠들의 육아 경험이 공유되는 기회가 제도적으로 자리 잡아야 할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아빠들이 아빠로서의 역할에 자신감을 갖고, 가정 내에서 균형 잡힌 육아를 실천해 나갈 때, 그 효과는 단순히 한 가정을 넘어서 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이라 확신한다. 저출산 문제의 해답도, 진정한 양성평등의 진전도, 육아하는 아빠들의 모임에서 그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 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서운하지만, 서운해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