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의 육아휴직을 한 어느 아빠의 경험담
2년의 육아 휴직도 이제 끝을 앞두고 있다. 내가 집에서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아이를 돌보았다니. 그것도 말 그대로 '갓' + '태어난 때'부터! 아직도 가끔씩 믿기지가 않는다. 마치 내가 처음 헬리콥터의 조종간을 잡고 비행을 하면서, '와 내가 조종사라니'라고 생각했던 것과 흡사하다. 소오름...!
휴직이 자유로운 남편(나), 휴직이 자유롭지 못한 아내의 조합이 불러온 나비 효과였다. 아무리 아빠들의 육아휴직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하지만, 아빠가 2년씩이나 육아휴직을 하는 것은 일반적인 경우라 할 수 없다. 더군다나, '아빠 혼자', '아이가 0개월 때부터', '2년이라는 시간 동안', '가정보육을' 하는 경우라면, 아마... 한 손에 꼽을 수 있는 일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흔하지 않다는 것은 희소하다는 의미일 것이고, 희소하다는 것은 나름 가치가 있다는 해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물론, 가치를 판단한다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인 영역의 것이기 때문에, 보는 시각에 따라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 귀한 시간과 노력을 들인 육아 경험을, 차마 나 조차도 가치 없게 여길 수는 없다. 그리하여! 우여곡절을 겪으며 보낸 2년의 육아 경험을 돌아보며, 육아휴직을 고민 중인 아빠들에게 몇 가지 조언을 남겨보고자 한다.
1. 육아일기를 써라
기록하는 것을 좋아했던 나는 아이의 탄생과 함께 에세이 형식의 육아일기를 쓰기 시작했다(브런치에 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아이가 잘 때마다 틈틈이 키보드를 두드리며 육아에 대한 감상을 정리하곤 했는데, 아이의 잠 시간이 점차 줄어들면서 일기를 쓰는 일이 쉽지 않게 되었다. 나중에는 도저히 일기를 쓸 여력이 생기지 않아 아이의 첫 돌을 맞이하며 글 쓰기를 내려놓았다. 그렇게 육아일기를 쓰지 않으며 시간을 보내다 보니, 일기를 쓰기 전과 후의 큰 차이가 있음을 깨달았다. 그것은 바로 '기록하지 않으면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육아일기를 쓰며 아이와 함께 한 첫 1년의 순간들은 지금도 생생하다. 아이가 잠든 새벽에 깨어 무슨 생각을 했고, 꿈틀거리는 아이 곁에 누워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모두 다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아이의 첫돌이 지난 후부터 일기를 쓰지 않았고, 그때부터 지금까지의 일들은 흐릿하고 뿌옇게만 보인다. 만약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일기 쓰는 일을 결코 내려놓지 않을 것이다.
분량이 길 필요도 없다. 글을 잘 쓸 필요도 없다. 아주 잠깐, 어설픈 끄적임이라도 좋으니 아이와 함께한 평범한 하루하루를, 순간순간을 글로 남겨 기록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소중한 추억이 아주 오래도록 이어질 것이다.
2. 하나의 취미를 가져라
나는 육아를 시작하고 채 3개월이 되지 않은 때 우울증 초기 증상을 느꼈다. 그때만 해도 아이는 하루 종일 누워있기만 했고, 특별히 손이 많이 가는 상태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오히려 아이 덕분에, 홀로 집에 머물며 책도 읽고 TV도 보며 직장일 때문에 즐기지 못했던 여유를 부릴 수 있을 때였다.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어야 했지만, 울적한 마음을 쉽게 떨쳐낼 수 없었다.
때마침 집 근처 수영장에서 회원 접수를 받고 있었다. '일단 집을 나서야겠다'는 생각으로 수영장에 회원 등록을 하였고, 지금까지 1년 반 넘게 수영을 하고 있다. 수영을 하면서 좋았던 점은, 건강을 챙기며 운동을 한다는 것 외에도, 육아를 잠시 내려놓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물속에서 한 호흡, 한 호흡에 신경을 쓰다 보니, 오로지 '나' 자신에 대한 생각으로 순간을 가득 채울 수 있었다. 덕분에 우울증도 떨쳐낼 수 있었고, 마음의 여유를 얻으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육아에 몰두하다 보면 나 자신을 돌보는 시간이 점점 줄어든다. 때문에, 취미 생활을 누리는 시간을 갖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다. 특히 하루 종일 말 못 하는 아이와 씨름을 하고 있는 중이라면 더더욱! 운동이든, 독서든, 공부든, 그 무엇이든, 배우자와 시간을 협의하여 육아에서 벗어나 즐길 수 있는 꼭 하나의 취미를 찾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것에 몰두하며 나를 돌보는 시간을 만드는 것을 추천한다.
3. 내려놓아라
나는 정리하는 게 싫어서 어지르지 않는 사람이다. 조금 과장을 보태자면, 정리하는 시간이 너무 아까워서 물건을 사지 않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조금이라도 물건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상황에 놓이게 되면, 이 혼란스러움을 해소하기 전까지 집중을 하지 못하는 유형의 사람이기도 하다. 결벽증과는 조금 다르다. 나는 단지 눈에 보이는 것들이 단정하기를 바라는 사람인 것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육아를 하면... 가끔씩 지옥에 온 것 같은 기분을 느낄 때가 있다.
아이를 키우면서 눈 깜짝할 사이에 온 집안이 난장판이 되는 진기한 경험을 수없이 겪게 되었다.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게 우주의 이치라고 하지만, 우리 집은 우주의 차원을 넘어서는 공간인 것 같았다. 닦아도 닦아도 묻어 나오는 먼지, 빨래 바구니에서 넘쳐흐르는 아이의 빨랫감, 주방을 가득 채우고 있는 젖병과 이유식 식기 등의 설거지 거리, 그리고 집안 곳곳에 나뒹구는 아이의 장난감까지. 잠시라도 쉬었다가는 곧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문제가 아니었다. 그냥 그 꼴을 보고 견디지 못하는 내가 문제였던 것이다.
육아를 하면서 집안일이 쌓이고 어지러워지는 상황에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완벽을 추구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싶다. 육아 휴직한 아빠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다. 청소와 정리정돈은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일이지만, 그것이 모든 것을 지배하도록 두지 않았으면 좋겠다. 육아 휴직한 제1의 목적은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임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4. 외로움을 극복하라
육아휴직을 하는 아빠들은 다른 엄마들과는 다른 종류의 외로움을 느낄 수 있다.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사회적 고립감이 커지기 쉬운 존재가 바로 육아하는 아빠인 것이다. '조리원 동기'라는 말도 있을 만큼, 육아하는 엄마들끼리 모임을 갖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아빠들은 그런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다. 대부분의 맘카페는 '남성' 가입 자체가 제한되어 있고, 카카오톡 오픈채팅을 통해 동네 육아동지를 구하는 방도 '남성'의 입장을 불허하고 있는 상황이니 말이다.
그래도 포기하면 안 된다. 외로움이야 말로 육아를 가장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니 말이다. 나는 끊임없이 밖으로 나갔다. 하루에도 여러 번씩 아이의 손을 잡고, 때로는 힙시트에 앉히거나 유모차에 태워 아파트 산책로를 배회했다. 단지 안에 있는 놀이터도, 집 근처에 위치한 카페도 마치 주인인 양 하루가 멀다 하고 오고 갔다. 그러다 보니 자주 눈이 마주치는 이들이 생겼다. 처음에야 조금 어색했지만, 아이를 방패막이? 삼다 보니 낯선 이들도 어느새 이웃사촌이 되곤 했다. 그렇게 몇 달을 지내다 보니, 어느새 육아의 외로움을 공유할 수 있는 이웃들을 많이 사귀게 되었다. 아이에게 여러 삼촌과 이모,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생긴 것은 덤이었다고나 할까?
양육자에게 육아는 아이를 키우는 일일 뿐만 아니라, '나'를 돌아보는 여정이기도 하다. 나 역시 육아휴직 덕분에 아이와 오랜 시간 살을 부비며 귀한 시간을 가졌고,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알 수 없었던 나 자신의 다양한 모습을 발견하는 기회를 얻었다. 아이와 밤낮으로 함께한 2년의 시간이 없었다면, 나의 인생의 깊이와 넓이는 지금과 같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육아를 하며 보낸 시간들, 아이와 함께한 추억들은 한층 더 성숙해진 내일의 나를 만들 것이라 확신한다.
육아휴직을 선택하는 순간, 고행길로 접어든 것임을 인정하라. 절대 '휴직'이라는 단어에 일말의 기대를 품지 않기를 바란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육아... 정말 쉽지 않다. 정말이다. 하지만 평범한 진리를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진정 가치 있는 것을 얻으려면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사실을. 대가 없는 성취가 있다면, 과연 그것이 정녕 가치 있는 것이라 할 수 있을까?
육아, 정말 힘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택할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다. 나에게 다시 육아휴직을 선택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백 번이고 이 길을 선택할 것이다. 물론 아주 조금... 주저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