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화창한 오후, 아이와 함께 블록놀이를 하고 있었다. 무엇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 없이 그저 작은 블록을 하나씩 쌓아 올리고 있었다. 분명 아이와 함께 블록을 쌓고 있었는데, 정신을 차려 보니 나 혼자 블록을 쌓고 있었고, 아이는 블록 주위를 맴돌며 홀로 부시럭부시럭 거리며 놀고 있었다.
생각 없이 블록 상자 속으로 손을 넣었다 뺐다 하다 보니 웬 프로펠러 모양의 블록이 손에 들어왔다. 그 작은 프로펠러를 손에 쥐고 있자니, 마음속 어딘가가 움찔거렸다.
빠른 속도로 굉음을 쏟아내며 회전하는 프로펠러, 육중한 쇳덩어리가 땅을 박차고 날아오르는 순간의 긴장감, 푸른 하늘의 점이 되어 발아래 펼쳐진 대지를 바라보며 느끼던 자유로움까지, 휴직 전까지 조종석에 오르내리며 겪었던 모든 장면들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동시에 높이 쌓아 올린 기둥 위로 헬리패드(착륙장)를 만들었고, 이런저런 블록을 조합하여 헬리콥터의 형태를 만들었다. 나름 견고하게 만들어 놓은 헬리패드 위로 헬리콥터 모형을 살포시 얹어 놓으니 괜히 묘한 설렘이 느껴졌다. 문득, 다시 돌아가야 할 그곳이 있음을 떠올렸다.
홀로 사부작 거리던 아이가 어느 틈에 내 옆에 서서 헬리콥터를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헬리꼽토!" 작은 입을 오물거리며 내뱉은 그 단어가 어찌나 귀엽던지. 나는 아이를 끌어안고 말해주었다. "아빠가 헬리콥터 조종사야. 나중에 아빠가 우리 아가 헬리콥터 태워줄게!"
그렇게 아이에게 말을 건네고 나니, 헬리콥터 조종석에 앉아 있는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이가 없던 시절에 바라보던 하늘과 지금의 하늘은 여전히 똑같은 빛깔로 그곳에 그대로 있지만, 어쩐지 나의 마음은 그때와 다를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다시 하늘로 날아오는 시간도,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도 모두 소중하다. 무엇하나 절대 놓치지 않도록, 처음부터 다시 블록을 하나하나 쌓아 올려봐야겠다.
비상(飛上)하는 그날을 꿈꾸며... 오늘도 육퇴 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