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의 이륙(Take-off)

by 이기장


주말 아침, 평소처럼 일어나 이불을 정리한 후, 아내, 아이와 함께 식사를 준비하던 중이었다. 문득 팔에 뻐근한 통증이 느껴졌다. 운동을 ‘빡세게’ 했을 때 스멀스멀 올라오는 익숙한 근육통이었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 최근에는 복직과 업무 적응, 비행 준비 등으로 바빠, 운동은커녕 스트레칭조차 할 여유가 없었다. 순간 분명한 원인이 떠올랐다. 바로 하루 전, 복직 후 첫 비행을 했다는 사실이었다. 너무 긴장한 나머지, 아마도 조종간을 세게 움켜쥐고 있느라 팔에 무리가 갔던 것 같다. 그제야 실감이 났다. '정말로, 다시 하늘로 날아올랐구나' 싶었다.


'새로운' 첫 비행을 준비할 때까지만 해도 의외로 담담한 마음이었다. 매뉴얼을 훑어보고, 점검 절차를 하나하나 복기하면서도 큰 동요는 없었다. 그런데 비행 당일, 항공기를 점검하기 위해 계류장 위를 걸어가는 순간,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과연 내가? 다시? 정말?’ 수없이 반복했던 루틴인데도, 2년의 공백은 생각보다 크게 다가왔다.


엔진 시동 전, 항공기 외부 점검을 실시했다. 점검표를 넘기며 이리저리 몸을 옮기다 보니 어느새 긴장감은 조금씩 옅어져 갔다. 조종석에 올라 좌석 높이를 조절하고 벨트를 조이며 다시 한번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얼마 후, 보조동력장치의 익숙한 배기음이 들려왔다. 그때부터 몸이 반사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신은 멍했지만, 손은 바쁘게 움직였고, 눈은 계기판의 구석구석을 예리하게 살폈다. 이륙 직후 잠깐의 흔들림도 있었지만, 곧 안정을 되찾았다. 놀라웠다. 머릿속은 긴장으로 가득했지만, 몸은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오랜 훈련과 경험이 과거의 사실로서 존재하는 데에 그친 것이 아니라, 내 안에 깊이 새겨져 있던 본능처럼 나도 모르게 튀어나왔던 것이다.


동료들은 “몸이 다 기억할 거야!”, “잘할 거면서 왜 그래?”라며 농담 섞인 격려를 내줬지만, 사실 나는 확신이 없었다. 2년 만의 자동차 운전도 어색할진대, 하물며 헬리콥터 조종이라니! 겉으론 태연한 척했지만, 속으로는 누구보다 떨렸다. 누구보다 간절히 잘하고 싶었고, 어느 누구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함께 비행하는 동료들도, 가족도, 그리고 나 자신도.


그런데 웬걸? 우려와 달리 몸이 ‘알아서’, ‘저절로’ 움직여줬다. 내가 조종했다기보다는, 오랜 시간 함께해 온 '내 몸'이 나를 조종해 주었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긴장과 의심은 서서히 사라졌고, 두 손과 두 눈, 두 다리는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헬리콥터를 안정적으로 이끌었다. 마치 어제도 조종석에 올랐던 사람의 몸이었던 것처럼.


오늘의 첫 비행이 단순히 복직만을 의미지는 않을 것이다. 다시 하늘로 날아오를 수 있다는 스스로에 대한 확신, 그리고 내 안에 잠시 숨죽이고 있었던 종사로서의 정체성을 마주하는 순간이 아니었을까 싶다. 아직은 어색함도 있고, 긴장도 남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나는 여전히 조종사로서 존재한다는 사실이.


10년 전의 첫 비행은 어색함과 두려움이 컸다면, 복직 후의 '첫 비행'은 설렘과 기대가 가득했다. 오늘의 소중한 감각,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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