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fore Take-off Check!"
다시 출근한 첫날, 조종복을 챙기기 전에 가장 먼저 한 일은 다름 아닌 걸레를 찾는 것이었습니다. 2년의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하며 비행 감각을 회복하는 일에 대해 걱정이 많았지만, 정작 가장 시급한 건 사무실 책상 위에 쌓인 먼지를 닦는 일이었지요. (그래도 다행입니다. 아직 제 책상이 남아 있었다는 사실이...) 잊어버린 컴퓨터 비밀번호 찾기, 캐비닛 안 물건 정리, 책상 위 서류 더미 치우기 등등, 복직 전까지 머릿속을 가득 채웠던 ‘비행’은 어느새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었습니다.
헬멧을 비롯한 조종 장비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창고에서 갓 꺼낸 듯 먼지가 내려앉아 있었고, 착용감은 영 낯설었습니다. 8년 동안 동고동락한 분신 같은 물건들이었지만, 고작 2년을 비웠을 뿐인데도 마치 남의 것을 빌려 쓰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장비 하나하나에 손을 가져 다 대어보며, 익숙함을 되찾기까지 시간이 꽤 필요하겠구나 싶었습니다.
새로 얻은 숙소를 정비하는 일도 복직의 일부였습니다. 조종사의 업무 특성상 장거리 출퇴근이 어렵기 때문에, 아내와 아이 곁을 떠나 일터 근처의 원룸에서 지내기로 한 것이지요. 짐을 방 한편에 풀어놓고 청소기를 돌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이 꿈인가, 아니면 그동안의 시간이 꿈이었을까.’ 지난 2년이 아득하게만 느껴졌고, 그동안 ‘언젠가’ 다시 날아오를 날만을 손꼽아 기다려왔건만, 막상 출근해 보니 ‘과연’ 다시 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밀려왔습니다.
비행 준비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조종사는 비행 전·중·후 단계마다 점검 절차를 수행해야 합니다. 점검표를 눈으로 확인하고, 입으로 따라 읽고, 손으로 장비를 만져가며 체크하는 일. 예전엔 생각보다 입이 먼저 반응했는데, 지금은 점검 문구 한 줄을 읊조리는 데도 머뭇거리게 됩니다. 고요한 사무실에서도 이런데, 뜨거운 열기와 소음으로 가득한 조종석 안에서 과연 예전처럼 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섭니다.
낯선 감각, 낯선 공간, 낯선 움직임 속에서, ‘나’라는 낯선 존재를 다시 마주하는 중입니다. 모든 것이 아직 ‘준비 중’이지만, 그것만으로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여봅니다. 다시 날기 위한 시간, 다시 적응하기 위한 일상, 그 모든 어수선한 과정을 이륙 전 점검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집니다. 저는 지금, 다시 떠오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아주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지금은, 이륙 전 점검 중입니다. “Before Take-off Che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