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내일도 아닌, '지금'을 살자

by 이기장


물끄러미 창밖을 내다본다. 노오란 가로등 불빛이 껌껌한 어둠 속에 희미하게 걸려 있다. 낯선 공간, 낯선 공기, 낯선 적막이 그득그득하다. 복직 첫날, 퇴근을 하고 혼자 머무는 숙소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방안을 짙게 채우고 있던 고요함이 밀려든다. 분명히 내가 그토록 바라던 순간인데, 내 가 기대했던 감정은 좀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2년의 육아휴직 기간 동안, 수도 없이 복직을 꿈꿨다. 반복되는 일상, 끊임없이 이어지는 아이와의 사투. 입히고, 씻기고, 먹이고, 치우고 그리고 다시 반복. 매일 돌고 도는 시공간 속에서 나는 때마다 답답함을 느꼈고, 그 속에서 무력함을 경험했다. 아주 가끔씩 '자유남편'이 되는 날이면 사라진 ‘내 일상’을 떠올리며 그리워했다. 그리고 늘 상상했다. 조용한 공간, 혼자만의 시간, 그리고 누군가가 아닌 ‘나’의 일을 말이다. 그래서 복직의 그날을 마주하면 속이 다 시원할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그날'을 만난 지금, 설레고 기쁜 감정은 전혀 없었다. 그야말로 ‘그때가 참 좋았구나’ 하는 생각만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질 뿐이다. 아이가 울고 웃던 순간, 아내와 함께 치킨을 뜯던 늦은 저녁 시간, 육아를 하며 접하던 일상의 장면들이 마음 한편을 쿡쿡 찌른다. 사소하다 여겼던 모든 것들이 죄다 소중한 것이었음을 잘 몰랐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지금도 그때를 그리워하는 것처럼, 언젠가는 지금 이 순간도 그리워할 수도 있지 않을까? 낯설고 불편하게 느끼는 이 적막의 시간을 떠올리게 되지 않을까? 그럼 결국 ‘지금’이 제일 소중한 것이 아닐까?'라고 중얼거리면서 말이다.


함께 있을 때는 함께 있는 시간을, 떨어져 있을 때는 고독의 시간을 흘려보내지 않고 잘 붙잡아 보는 것. 어제는 어제로, 내일은 내일로 남겨두고, 오늘의 하루에만 집중해 보는 것. 아내도 아이도, 그리고 나도 각자의 자리에서 그렇게 각자의 ‘지금’을 잘 살아내는 것이 함께 있는 시간을 더 의미 있게 만들 것이라 생각해 본다. 그렇게 모인 시간들이 조용조용히 흘러 최선의 미래로 이어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를 일이니 말이다.


그러니 오늘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지금’을 살아보자고 다시 한번 마음을 먹어본다. 우리 가족 다시 함께 사는 그날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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