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이루는 밤을 떠올리며

by 이기장


일요일 밤은 유독 잠이 오지 않습니다. 주말 내내 아이와 시간을 보내며 피곤이 가득 쌓였는데도, 막상 베개에 머리를 대고 나면 생각이 길어집니다. 불을 끄고 눈을 감아보아도, 잠은 오지 않고 아쉬움과 허전함이 이불속으로 스며드는 듯합니다.


‘전생에 나라를 구해야 주말부부를 한다’는 말이 있지만, 저는 일요일 밤만 되면 지금이 전생인지 현생인지 헷갈립니다. 한 주의 일을 마무리하는 금요일 밤, 따뜻한 온기가 가득한 가족의 품에 안기지만, 주말이 지나고 일요일 밤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고요하고 적막한 공간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잠이 오지 않는 밤, 문득 과거의 수많은 잠자리들이 떠오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선명하게 떠오르는 건, 몸도 마음도 쉽게 내려놓을 수 없던 군대에서의 잠자리입니다. 처음 집을 떠나 훈련소에 입소했던 어느 여름밤, 퀘퀘한 모포를 덮고 억지로 눈을 감았던 그 날밤이 아직도 또렷합니다.


군에 머물렀던 시간 동안 정말 다양한 곳에서 잠을 청했습니다. 철판으로 둘러싸인 자주포 안, 코끝이 천장이 닿을 듯했던 어느 상륙함의 3층 침대 위, 바람에 쉴 새 없이 펄럭이던 24인용 텐트 속, 그리고 우의 한 장을 깔고 하늘을 이불 삼아 누웠던 야산까지. 그러고 보니 당직실 소파에서 눈을 붙이던 날은 호사스러웠던 순간처럼 느껴집니다.


도저히 잠들 수 없었던 잠자리들을 떠올리다 보니, 지금 누운 이곳이 5성급 호텔의 침대처럼 느껴집니다. 앗! 잠이 밀려는 것 같습니다. 자야겠습니다. 쿨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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