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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장 Sep 02. 2023

지금을 살게 하자!

나부터 그렇게 살자!



  아내가 세상에 3대 독종이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1. 귀가 하자마자 씻는 사람

2. 밥 먹자마자 설거지하는 사람

3. 여행 다녀오자마자 짐 정리하는 사람


  듣다 보니 다 나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였다. 그렇게 나는 독종보다 더 독한 '독쫑'이 되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아내에게는 하나도 해당되는 게 없다. 어쩌면 독쫑이랑 같이 사는 아내가 독쫑보다 더 독한 '똑!쫑!'이 아닌가 싶다.



  결혼 후 아내와 살면서 시시때때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1. 언젠가는 씻어야 하고, 

2. 언젠가는 치워야 하고, 

3. 언젠가는 정리해야 하는데


  기왕에 해야 할 일이면 빨리빨리 후다닥 해결하고 쉬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아내는 천하태평이다. (여기서 잠깐! 그렇다고 절대 화를 내면 안 된다. 쫓겨날 수 있...)



  결국 속 타는 사람이 우물 파는 법. 열심히 혼자 동분서주하며 삽질을 마무리할 때 즈음, 아내가 반짝이는 눈으로 말한다. "내가 하려고 했는뎅? +_+"



  육아를 시작하면서, 불행인지 다행인지 독쫑은 독종으로 한 단계 다운그레이드 되었다. 아기 1이 추가되었을 뿐인데, 해야 할 집안일은 제곱으로 늘어난 것 같다. 독쫑이라도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의 일이 쏟아지기에 독쫑이기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분명 지난밤 잠들기 전 한 바탕 정리를 완료했는데, 다음 날 아침을 지나 점심때가 되면 이미 난리부르스 대환장 파티가 진행 중이다. 시무룩한 얼굴을 하고 있으면 아내가 말한다. "좀 이따 치우면 되지~ ^_^*"



  고된 육아가 시작된 지 한참이 지났지만, 아내는 한 번도 짜증을 낸 적이 없다. 아이가 아무리 울며 보채고, 잠을 안 자고, 똥을 한 바가지를 싸놓아도 아내는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고 아가는 아가다~~'라는 마인드이다. 나의 마음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요동치는데, 어찌 아내의 안색은 늘 이렇게 평온할 수 있을까.



  아마 나는 '나중'을 살고 있고, 아내는 '지금'을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의 '나'를 희생해서 나중의 '나'에게 조금이라도 쉼을 주려고 한다. 지금의 '나'가 조금 더 부지런하게 움직이면, 나중의 '나'가 조금 더 편할 수 있으니. 



  귀찮아도 씻고 나면 나중에 좀 더 편하니깐. 피곤해도 정리하고 나면 나중에 좀 더 편하니깐. 하지만 지금 한다고 다음에 할 일이 없는 것도 아니다. 나중에는 또 나중의 일이 있고, 그러다 보면 지금이 아니라 항상 나중을, 내일을,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게 된다. 



  반면에 아내는 철저히 지금을 살아낸다. 나중의 '나', 내일의 '나', 다음의 '나'는 없다. '그건 그때 가서 걔가 알아서 하겠지~' 라는 마인드랄까?



  옹알거리는 아가를 보며 생각한다. 우리 아가는 아내처럼 살았으면 좋겠다고. 지난 간 것 때문에 후회하지 말고, 다가올 것 때문에 심란해하지 않고, 지금 당장 주어진 것을 충분히 그리고 온전히 누리는 사람으로 자라났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인 나부터 실천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오늘부터 모든 집안일을 자기 전으로 미루려고 한다!! ^^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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