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입니다. 헬리콥터 조종사로 일하는 저는, '버티기의 계절'이 돌아왔음을 새삼 깨닫는 요즘입니다. 제가 조종하는 헬리콥터에는 에어컨이 없습니다. 헬리콥터 본연의 기능에 아주 충실한 기종이라 할 수 있죠. 덕분에 여름철 임무는 늘 '더위와의 싸움'과 함께할 수밖에 없습니다.
에어컨 없이 2시간 동안 운전을 해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쉽게 상상할 수 없는 그림이긴 합니다. 하지만 상상하기도 버거운 현실이 매일매일 반복되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헬리콥터 조종석 안입니다. 머리 위로는 분당 20,000 RPM이 넘는 회전수로 뜨거운 엔진이 돌고 있고, 윈드실드로는 따가운 직사광선이 내리쬐는 그곳. 그저 앉아 있기만 해도 온몸이 쉬이 녹초가 되는 그곳, 그곳이 바로 헬리콥터 조종석입니다.
헬리콥터 조종석에 앉는 순간부터 옴짝달싹할 수 없습니다. 비행이 끝날 때까지, 두 팔과 두 다리를 둘러싼 조종간 안에 갇혀있어야 합니다. 왼손은 컬렉티브에, 오른손은 사이클릭에, 두 발은 테일로터 조종 페달에 위에 두고, 눈으로는 수많은 계기와 스위치를 주시하며, 입과 귀로는 교신을 이어가야 합니다. 창문도 열 수 없습니다. 그나마 바람이 불어 나오는 송풍 장치가 있다는 것으로 위로를 삼아야 합니다. 물론 그 바람조차 외부의 뜨거운 공기를 실어 나르는 수준이지만 말입니다.
그러다 보니, 비행을 마치고 착륙한 뒤에 조종석에서 내릴 때면, 속옷까지 흠뻑 젖어 있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조종석에서 내려 헬멧을 벗으면, 머리칼은 땀에 젖어 있고, 등줄기로는 이미 땀이 주르륵 흐른 자국이 역력합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순간이 싫지만은 않습니다. 땀으로 얼룩진 시간만큼의 성취감, 그리고 오늘도 무사히 임무를 마쳤다는 안도감이 뒤따르기 때문입니다.
물론 더위에 지칠 때도 많습니다. 특히 연속 임무가 있을 때면, 아직도 열기가 식지 않은 조종석에 다시 올라야 합니다. 조종사가 되기 전까지만 해도, 냉수 한 모금, 젖은 수건 하나가 그렇게나 큰 위로가 될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여름날의 조종석은 늘 곤욕스러운 공간으로 다가오지만, 그만큼 아주 작은 것에도 감사함을 배우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하늘을 나는 일이 멋져 보인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참을 수 없는 땀과 무더위, 그리고 벗어날 수 없는 긴장과의 싸움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여름의 비행을 견디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누군가는 하늘로 날아올라야 하고, 그 일을 제가 맡았기 때문입니다.
뜨거운 조종석 안에서도 식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그건 바로 조종사의 책임감이 아닐까 싶습니다. 더위는 참을 수 있어도, 책임만은 결코 내려놓을 수 없으니까요. 책임감을 가질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니! 저는 참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