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 날개의 '회복'을 앞둔 어느 날

by 이기장


요즘 시대에, 어느 직장이나 조직을 보아도, '육아휴직'이라는 단어가 심심치 않게 쓰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종사의 세계에서는 '육아휴직'이라는 단어의 무게가 조금 다르게 다가옵니다. 육아휴직은 곧 조종사가 가진 '자격 상실'이라는 결과를 수반하기 때문입니다.


조종사의 자격 체계는 다소 복잡합니다. 크게는 정조종사와 부조종사로 나뉘고, 세부적으로는 주간·야간 자격이 존재합니다. 부조종사로서의 주간 자격은 기종 전환 교육을 마치면 부여되는 자격으로, 조종사의 세계를 떠나지 않는 한 상실되는 자격이 아닙니다. 하지만 부조종사의 야간 자격과 그 이상의 상위 자격들은 일정 기간 비행 이력이 없으면 상실되는 규정이 존재합니다.


저 역시 육아휴직을 결정할 때 이 사실을 잘 알고는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때는 '자격 상실'이라는 말이 피부에 와닿지 않았습니다. 당시에는 그저 '복직한 뒤에 다시 자격을 회복하면 되겠지'라며 막연하게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조종간을 내려놓아야 할 분명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이제 막 세상에 태어난,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딸아이를 품에 안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2년은 생각보다 훨씬 짧은 시간이었고, 복직과 동시에 자격 회복이라는 높은 벽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복직 후 처음 조종석에 앉았을 때는 어색함 그 자체였습니다. 계기판을 바라보는 시선도, 각종 스위치에 손을 뻗는 동작도 전혀 자연스럽게 느껴지지가 않았습니다. 예전에는 숨을 쉬듯 자연스럽게 이어지던 행동들 사이사이에 계속해서 '버퍼링'이 걸리게 된 것입니다.


그래도 다행히, '자전거 타는 법'을 몸이 잊어버리지 않듯이, 비행에 필요한 감각들이 천천히 돌아오기 시작했습니다. 고도(高度)의 오르내림과 자세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엉덩이의 감각이 살아났고, 항공기의 미세한 움직임에 맞춰 조종간에 반응하는 손놀림이 빨라졌습니다. 잊어버렸던 '아이템'을 하나씩 다시 찾아내는 기분이었다고나 할까요?


주변 동료들은 자격 회복을 위해 고생하는 저를 보며 "자격이 상실될 만큼 긴 휴직을 하면 절대 안 되겠다"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습니다. 그들의 말이 틀린 건 아닙니다. 그래도 저는 후회하지 않습니다. 다시 육아휴직을 선택하는 그 순간으로 돌아간다 해도 저는 주저 없이 조종간을 내려놓고 아이를 안아 들 것입니다. 원하는 모든 것을 동시에 가질 순 없지만, 제가 선택한 그 시간들이 더 소중하고 가치 있다고 확신하니까요.


이제 내일이면 부러졌던 날개를 다시 찾게 될 것입니다. 완전한 날개를 갖춰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Ready for departure!"




20121215010240.jpg 출처 : https://bemil.chosun.com/nbrd/bbs/view.html?b_bbs_id=10044&pn=0&num=173330&order=re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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