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시간을 뺏는 것에 대하여

by 이기장


학창시절을 돌이켜보면, 꼭 그런 선생님이 계셨습니다. 수업 시간 내내 딴 이야기를 하시다가, 수업이 끝나갈 때가 되어서야 부랴부랴 교과서 내용을 설명하기 시작하시는 분들 말입니다. 쉬는 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려도 진도가 늦다면서 학생들을 붙잡아 두곤 하셨죠. 저는 그때마다 마음속으로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학생들의 소중한 쉬는 시간을 빼앗는 것은 단순한 열정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 관리 능력의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런 선생님들이 과연 사회생활을 잘 해내셨을지 의문이 듭니다. 시간 관리야 둘째치고, 다른 이의 시간을 존중하지 못하는 습관을 가진 사람에게 과연 주위에 좋은 사람이 남아 있을 수 있을까요? 누군가의 시간을 존중한다는 것은 곧 그 사람의 삶을 존중한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종종 다른 사람의 시간을 가볍게 여기고, 자신만의 사정과 기준으로만 판단하곤 합니다.


저 역시 직장 생활을 하면서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회의가 길어질 때, 누군가의 보고가 지연될 때, 혹은 쓸데없는 절차 때문에 기다려야 할 때… 그런 순간마다 가장 먼저 소모되는 것은 다름 아닌 ‘시간’이라는 사실입니다. 그 시간을 조금 더 효율적으로 썼다면, 서로에게 더 유익한 결과가 있었을 것이라고 늘 생각하곤 합니다.


조종사가 된 지금은 이 문제를 더 절실히 느낍니다. 비행은 철저한 시간 관리 속에서 이루어집니다. 몇 분의 지연이 때로는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정해진 시간에 맞추어 출발하고, 그 안에서 필요한 점검을 정확히 해내야만 임무를 무사히 마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조종사로 살아가며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은 ‘시간의 소중함’입니다. 시간을 놓치는 것은 단순히 일정이 늦어지는 문제가 아니라,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저는 일상에서도 시간을 더욱 귀하게 여기게 되었습니다. 누군가와의 약속 시간, 가족과 함께하는 짧은 저녁 시간, 아이와 놀아주는 몇 분의 순간까지… 예전 같으면 대수롭지 않게 흘려보냈을지 모를 시간들이 이제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자산으로 느껴집니다.


결국,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지만, 그것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집니다. 저는 오늘도 마음속으로 다짐합니다. ‘남의 시간을 빼앗지 말자. 내 시간도 헛되이 쓰지 말자.’ 단순한 원칙 같지만, 지켜내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 원칙을 잊지 않으려 노력하는 삶은 조금 더 단정하고, 조금 더 따뜻해진다는 사실입니다.


여러분도 한번 돌아보셨으면 합니다. 내가 누군가의 시간을 빼앗고 있지는 않은지, 혹은 나 스스로의 시간을 가볍게 흘려보내고 있지는 않은지. 그 짧은 성찰이 쌓이다 보면, 우리의 하루와 삶은 훨씬 더 단단해지고 빛나게 될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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