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 비행 !

헬리콥터 조종사들의 사투

by 이기장


저희 조직은 인원 및 화물 공수, 환자 후송, 정찰, 산불 진화 임무에 더해, 종종 행사 지원을 위한 축하비행 임무를 수행할 때가 있습니다.


헬리콥터의 특성상 블랙이글스 전투기 편대처럼 고속으로 화려한 기동을 선보일 수는 없지만, 작게나마 행사를 빛내는 역할을 하곤 합니다.


보통은 헬리콥터로 삼각 편대를 이루어 형형색색의 연막탄을 흩날리면서 관람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지요.


얼마 전 행사 지원을 위해 저를 포함한 조종사 여섯 명이 세 대의 헬기를 이끌고 임무에 나섰습니다.


행사 시간에 맞춰 정확한 삼각 편대를 이루어 행사장을 통과하기 위해 부단히 연습을 거듭했습니다.


사실 일반인의 눈으로 바라볼 때는 조금 허전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화려한 곡예비행이나 폭발적인 사운드가 없는 탓에, 다소 단조롭게 느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조종석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듣는다면, 헬리콥터 편대를 바라보면서 훨씬 긴장감 넘치는 경험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축하비행 임무를 수행하는 조종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을 맞추는 것과 대형을 유지하는 일입니다.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쉽지 않습니다. 행사가 진행되는 순서에 맞춰 정확히 행사장 상공을 지나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헬리콥터 편대는 행사장으로부터 일정 거리를 둔 상공에서 빙글빙글 선회하며 통제요원의 신호를 기다립니다. 사전에 시간과 거리, 속도를 계산해 정확한 타이밍을 맞출 수 있도록 준비를 하지만, 공중에서는 바람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늘 변수가 존재합니다. 언제든지 행사 시간이 당겨지거나 늦춰질 수도 있고요.


더 큰 어려움은 헬리콥터들이 '편대'를 유지해야만 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사실, 단독 비행이라면 시간만 맞추면 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생길 일이 없습니다. 하지만, 선두기를 중심으로 좌우로 길게 늘어선 헬리콥터들이 서로의 간격을 유지하며 비행해야 한다는 사실이 조종사를 극도로 긴장하게 만드는 것이지요.


기준이 되는 선두기는 행사 시간을 맞추기 위해 속도를 늘이고 줄이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좌우로 늘어선 헬리콥터 조종석의 조종사들은 선두기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약속된 간격을 지키기 위해 미세한 조종을 반복해야 합니다. 자칫 잘못하다간 헬리콥터 간의 충돌로 이어질 수 있기에 한시도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습니다. 편대를 이루어 비행을 하는 매 순간, 기내에서는 간격을 맞추기 위해 끊임없는 교신을 주고받아야 하는 것이지요.


관람객들이 보기에 헬리콥터는 유유자적 떠 있는 듯 보일지 모르지만, 그 안에서는 일분일초 조종사들이 사투를 벌이며 고도의 집중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저는 바로 그 긴장과 조율 속에 축하비행의 진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하늘을 가르는 퍼포먼스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수많은 노력이 겹겹이 쌓여 만들어지는 하나의 조화로운 장면. 그것이야말로 조종사로서 전할 수 있는 가장 큰 축하이자 선물이 아닐까요.


어떠신가요 ? 약간의 긴장감이 느껴지시나요 ?

저는 이 글을 쓰면서도 손에 땀이 나네요...하핫 !



출처 :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2169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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