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서 그래"

by 이기장


길었던 추석 연휴가 지나갔습니다. 많은 분들에게는 늘 그렇듯 평범한 명절이었을지 모르지만, 저에게 이번 명절은 조금 다른, 어쩌면 특별한 시간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조종사라는 직업의 특성상 휴일이나 명절에도 대기 근무가 이어집니다. 그래서 가족과 함께 긴 연휴를 온전히 보낸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입니다. 그런데 이번 추석은 정말 오랜만에 근무가 하나도 편성되지 않았습니다. 연휴가 이렇게나 길었는데도 말이지요. 덕분에 아내와 아이와 함께 오롯이 긴 연휴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오랜만의 연휴는 참 소중했지만, 동시에 쉽지 않은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하루 종일 아이와 함께 있다 보면 웃음과 피곤함이 교차하기 때문입니다. 아이의 해맑은 웃음은 그 어떤 피로도 잊게 만들지만, 아이가 뜬금없이 이유 모를 짜증과 울음을 터뜨릴 때면 한숨이 절로 나오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이 일을 매일같이 겪는 아내를 떠올립니다. 저는 주말이나 휴일에 잠시 함께하지만, 아내는 매 순간 아이의 널뛰는 감정의 파도를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으니까요.


연휴 중 어느 날의 저녁이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아이를 씻긴 뒤, 아이방 침대에 아내와 아이, 그리고 제가 나란히 누워 동화책을 읽으며 하루를 마무리하던 참이었습니다. 그때 아이가 갑자기 “엄마, 엄마, 엄마, 엄마…” 하며 숨 쉴 새도 없이 엄마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아내가 웃으며 “응, 엄마 여기 있지~” 하고 대답했지만, 아이는 그치지 않고 계속 엄마를 불러댔습니다.


곧 아내의 얼굴에 피로가 스며들더니, 짜증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ㅇㅇ야, 엄마 옆에 있잖아! 왜 이렇게 엄마를 부르는 거야?”

그 순간, 아이가 천진난만하게 대답했습니다.
“좋아서 그러지~”

그 말 한마디에 방 안의 공기가 바뀌었습니다. 아내도, 저도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저 서로의 눈을 마주 보다가 웃음이 번졌고, 눈가가 살짝 뜨거워졌습니다.


‘좋아서 그러지.’ 그 짧은 말이 오랫동안 가슴에 남았습니다. 아이에게 엄마를 부르는 건 단순히 무언가를 요구하기 위한 행동이 아니라,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었던 것이지요. 그 사실을 잊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어른이 되면서 우리는 사랑을 너무 복잡하게 표현하려 했던 건 아닐까 싶습니다. 그저 “좋아서” 불러보고, “좋아서” 곁에 있고 싶은 마음. 그 단순하고 순수한 감정이 사랑의 본질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이번 명절은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눈을 뜨고,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일상이 얼마나 특별한 순간인지를 다시금 깨닫게 해 준, 참 따뜻하고 풍성한 명절이었습니다. 연휴가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지금도, 아이의 그 한마디가 자꾸 떠오릅니다. 하늘을 나는 조종사로서 멋진 풍경을 많이 보아왔지만, 결국 가장 아름다운 풍경은 제 곁에 있는 가족의 미소라는 사실을 새삼 떠올려봅니다.



PEP20251007066701009_P4.jpg 출처 : https://www.yna.co.kr/view/IPT20251007000006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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