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헬리콥터 조종사입니다. 이번 주는 어떤 주제로 글을 쓸까 고민하다가 '임무 준비' 과정에 대해 한번 정리해 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임무의 종류에 따라 준비하는 과정이나 절차가 다소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큰 틀에서는 비슷한 과정을 거칩니다.
1. 임무내용 확인
먼저 운항실 담당자로부터 임무를 전달받습니다. 보통 '요청서'라는 한 페이지짜리 문서를 건네받습니다. 문서에는 장소와 시간, 내용, 탑승자(혹은 화물) 그리고 협조자의 이름과 연락처가 담겨 있습니다. 요청서에는 간략한 내용만 담겨 있기 때문에 반드시 협조자와 통화를 하며 임무 내용을 확인해야 합니다. 간혹 요청서에 기재된 내용이 실제 운항 조건상 불가능한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너무 먼 거리를 짧은 시간 내에 도착해야 하는 요청 등이 그렇습니다.
2. 착륙장 협조
헬리콥터는 수직 이착륙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실 건물 옥상, 산정상, 들판 등 어디든 착륙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헬리콥터의 회전 날개에서 불어 나오는 바람의 세기는 상상 이상입니다. 따라서 착륙지 주변의 안전이 확보되지 않으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임무 지역의 헬리패드(헬리콥터가 이착륙할 수 있도록 마련된 착륙대)를 관리하는 기관에 반드시 협조를 요청해야 합니다. 만약 사용이 불가하다면, 다시 1번 항목으로 돌아가 협조자와 상의를 거쳐 임무 내용을 조정해야 합니다.
3. 공역통제사항 확인
요청받은 임무 내용에 이상이 없다면, 이제 항로를 선정해야 합니다. 항로는 가급적 최단 경로를 고려합니다. 하지만 그전에, 가장 중요한 절차가 있습니다. 바로 '*노탐(NOTAM)'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항공보안을 위한 시설, 업무 또는 방식 등의 설치와 변경, 위험의 존재 등에 대해서 운항 관계자에게 국가에서 실시하는 고시로 기상정보와 함께 항공기 운항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정보이다 - 출처, 나무위키) 하늘은 높게, 넓게 뻥 뚫려 있어 어디든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경계로 나뉘어 있습니다. 고도에 따라, 혹은 지역에 따라 경계가 존재하고, 경계마다 진입하지 못하게 통제를 설정해 둔 경우가 매우 많기 때문입니다.
4. 항로 설정
공역 통제 사항을 고려하여 항로를 설정합니다. 항로를 설정할 때는 효율성과 안정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가급적 고지대를 회피하고, 도심지나 민가 밀집지역을 우회합니다. 헬리콥터에도 차량의 '내비게이션'과 같은 항법 장비가 있지만, 언제든 오작동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항법장비가 고장 날 경우, 조종사는 항공기의 현재 위치와 방향을 쉽게 판단할 수 있도록 강, 다리, 산, 큰 건물 등의 주요 저명시설을 참고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항로를 선정해야 합니다.
일주일 뒤, 다음 내용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