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by 이기장


얼마 전 치러진 수학능력시험과 관련된 기사를 하나 읽었습니다. “입실 마감 전 수험생 신고 속출, 경찰 도움으로 무사히 응시… 수송 및 에스코트 등 234건 제공.” 기사 제목만 보아도 긴박했던 현장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고사장을 잘못 찾아 헤매고, 늦잠을 자서 허둥지둥 집을 나서고, 수험표를 깜빡하는 바람에 발을 동동 구르는 학생의 모습들, 매 수능 때마다 어김없이 반복되는 장면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늘 같은 의문이 떠오릅니다. '도대체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물론 누구에게나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은 일어납니다.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뜻하지 않은 변수가 생기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수능'에서만큼은 조금 달라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수능은 그저 평범한 하루가 아닙니다. 12년 학업을 결산하는 날이자, 인생의 경로가 바뀔 수 있는 중요한 분기점이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정부 차원에서도 수능 당일을 특별 상황으로 규정하여 국가 기관의 출근 시간, 비행기 운항 스케줄을 조정할 정도로 큰 의미를 부여합니다. 전 국가적으로 이렇게까지 한 개인의 '단단한 하루'를 위해 힘을 모으는 날에, 수험생 개인은 부주의로 인해 고사장을 잘못 찾아가고, 잠자리에서 제때 일어나지 못하고, 시험 응시에 필수품인 수험표조차 챙기지 않았다는 사실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 건... 제가 너무 야박하기 때문일까요?

물론 신문기사에서 등장하는 주인공 234명에게도 저마다의 사정이 있었을 것입니다. 전날 밤 불안한 마음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했을 수도 있고, 심리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스트레스로 인해 판단에 착오가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가족사나 건강 문제였을 수도 있겠지요. 지극히 인간적인 마음으로 생각해 보면, 그 사정들을 헤아리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나 저는 또 다른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그렇다면, 정말 그 사정들을 미리 예측할 수는 없었을까?'

수능은 정해진 날짜에 치러지고, 사전에 고사장도 공개됩니다. 수험표는 하루 전에 배부되고, 예비소집을 실시하여 고사장의 위치와, 고사장 내 주요 시설에 대한 동선을 파악할 기회를 부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적지 않은 숫자의 수험생들이 '본인의 부주의로 인해' 위급 상황을 맞이합니다. 경찰의 공권력이 동원되고, 수험생을 태운 오토바이는 굉음을 내며 도로를 질주합니다. 저는 그 장면을 떠올릴 때마다 생각합니다. '과연 사건 당사자에게, 이 사건은 어쩌다 우연히 벌어진 해프닝일까?'

수험장에 제시간에 도착했다 치더라도, 과연 그 수험생이 평정심을 가지고 시험을 치를 수 있었을까요? 저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시험을 불과 몇 십분 앞둔 학생이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경험한 뒤, 요동치는 마음으로 임한 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사건을 단순히 '수능날' 하루의 문제가 아닌, 일상을 다루는 태도가 그대로 드러난 결과라고 판단하는 것은 심각한 일반화의 오류일까요?

누군가에게는 제 주장이 너무 가혹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조종사로 일하면서, 하루하루가 얼마나 '준비된 마음'에서 시작되는지를 절감하고 있습니다. 이륙 전 단 1분의 지연도, 단 1장의 문서 누락도, 단 1회의 부주의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비행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모두 각기 다른 인생이라는 조종석에 앉아, 생각과 행동이라는 조종간을 움직이고 있습니다. 삶의 방향을 잡고, 스스로의 삶에 대한 책임을 감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수능날의 혼란스러운 장면들을 마주할 때마다 저는 생각합니다. 삶의 중요한 순간은 늘 준비된 이들에게 조금 더 선명하게 다가온다는 사실을요. 수능도, 취업도, 결혼도, 일상의 중요한 결정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준비가 부족했다면 결과가 아쉬울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본인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까지 함께 흔들릴 수 있습니다.

물론 인간은 완벽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예측 가능한 실수'만큼은 줄여가야 합니다. 중요한 날에 당황하지 않으려면, 평소의 한 걸음 한 걸음이 정확하고 명확해야 합니다. 수능날 발생한 234건의 구조 요청을 단지 국가적 이벤트에서 벌어진 뉴스가 아니라, 우리 일상의 거울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중요한 날은 준비된 일상의 연장선일 것입니다. 보통의 일상에 집중하며 언제 있을지 모르는 '그날'을 준비해야겠습니다.




GE3TQMTCGZTGEYZYMQ2DGYRSMM.jpg?auth=36f16d6472d5e50ce5653b49441e69f32b78611b3b50bd57b4239f67636527b2&width=616 출처 : 교통사고에 발 동동… 수능 수험생 130여 명 경찰차 타고 시험장으로 - 조선비즈


keyword
작가의 이전글임무 준비는 이렇게 합니다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