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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장 Sep 12. 2023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전혀 몰랐다!



  시간은 한정된 자원이다. 하루는 24시간, 1년은 365일. 부자든 가난한 자든, 나이가 많든 적든, 누구에게나 시간은 똑같은 양이 주어진다. 제한된 시간 속에서 해야 할 일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다. '할까, 하지 말까',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혹은 '이걸 할까, 저걸 할까' 고민하는 이유는, 우리의 의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의지를 발휘하는 시간의 제약은 아주 분명하기 때문이다.



  바로 그날, 나와 아내의 의지는 분명했다. 분명했던 의지가 갈지(之) 자로 이리저리 춤을 추기 전까지만 해도... 육아에 어느 정도 적응하면서 아기와 함께 아파트 단지 근처로 외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아기 띠에 안기도 하고, 유모차에 눕히기도 하며 아기가 인식하는 세상의 범위를 점차 넓혀가고 있었다. 이제 카페 구석진 곳에서 커피 한 잔 정도는 괜찮을 것 같았다. 우리는 '커피'라는 분명한 의지를 가지고 외출을 감행했다. 하지만 우리의 의지는 불분명해지기 시작했다.



  목적지인 카페는 집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위치한 공원 근처였다. 공원에는 평일에도 산책하며 오가는 사람이 적지 않은 곳이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산책로가 텅 비어 있었다. '오늘이 무슨 날인가?' 생각하며 산책로를 따라 카페를 향해 걸어갔다. 순간, 지금이 점심시간이고 우리는 점심을 먹지 않았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점심을 먹자!"는 아내의 말에 대뜸, "그러자!"라고 했다. 



  몇 걸음 더 걸었나? 공원에 사람이 없는 이유를 깨달았다. 오늘은 무척 더운 날이고, 지금은 더운 날 중에서도 가장 덥다는 '한 낮'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외출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너무 앞선 나머지 날씨라는 변수를 고려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외출을 나온 상태였고, 돌아가기에는 이미 우리의 의지가 '점심식사'라는 아주 분명한 의지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x플러스 가면 시원하지 않을까? 가서 밥도 먹고 장도 보면 되겠네", "그런데 거기 가면 아기가 깰 시간이 훌쩍 지날 텐데?", "여기 계속 있으면 너무 더워서 아기가 불편하지 않을까?", "잠깐만, 우리 커피 마시러 온 거 아니었어?", "그런데 갑자기 배가 너무 고픈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우물쭈물함 때문에 유모차는 유턴에 유턴을 거듭하고 있었다. 우리의 외출 마지노선은 2시간이었는데, 우물쭈물하다 벌써 30분을 까먹어버린 것이다. 우리의 의지는 아주 아주 분명하게 불타'버리고' 있었다...



  결국 우리는 공원 근처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였다. 하지만 그마저도 식당을 고르느라 이곳저곳 어슬렁거리며 30분을 더 허비하고 말았다. 유모차에 아기를 데리고 다니며 외식을 하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음을 몸소 체험하는 첫 경험이었다. 어느 가게 사장님의 배려로 식당 구석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그런데! 메뉴를 정하고 결제를 하자마자 아기가 눈을 번쩍! 뜨더니 이내 칭얼거리기 시작했다. 아. 뿔. 싸. 



  평소 무척이나 밥을 천천히 먹는 아내가 나보다 밥을 빨리 먹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당시 상황이 얼마나 급박했었는지 알 수 있으리라. 다행히 식당 안에는 다른 손님이 없었고, 이제 막 돌 지난 딸아이가 있으시다는 사장님은 연신 초보 부부가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셨다(#송도라멘나츠 사장님,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여러분, 사장님 정말 친절하십니다. 맛도 좋아요! 돈쭐 내주세요!)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영국의 작가 조지 버나드 쇼는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라고 말했는데, 나는 우물쭈물하다가 이럴 줄 전혀 몰랐다. 꿈에도 몰랐다... 언제쯤이면 조금이라도 알 수 있을랑가?...

  초보 아빠는 오늘도 우물쭈물, 오락가락, 갈팡질팡 대환장 파티 중... @_@;;; 



  ps 허겁지겁 먹으면서도 유모차를 놓지 않는 저 엄마의 굳은 의지는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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