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의 시작과 함께, 저는 '영어 공부'라는 오랜 숙원을 올해의 목표로 삼았습니다. 이번에는 단순히 책 속에 갇힌 영어가 아니라, 실제 나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공부를 하고 싶어 '오픽(OPIc)'이라는 시험을 선택했습니다. 오픽은 응시자가 선택한 배경 설문을 바탕으로 일상적인 주제에 대해 대화하듯 답하는 말하기 시험입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시험을 준비하며 예상 질문들을 마주한 순간, 저는 깊은 당혹감에 사로잡혔습니다.
그 당혹감은 영어 실력에 대한 걱정보다 훨씬 근본적인 곳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당신이 사는 곳은 어떤 특징이 있나요?", "여가 시간에 주로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나요?", "좋아하는 사람에 대해 묘사해 보세요." 같은 질문에 답하기를 주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영어 문장을 만드는 법을 고민하기 이전에, 우리말로도 선뜻 내놓을 만한 마땅한 답변이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문득 스스로에게 묻게 되었습니다. '나는 평소 나 자신에 대해 얼마나 생각하며 살고 있는가'라고 말입니다. 평생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며 살아왔지만, 정작 나를 소개하거나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머무는 공간에 대해 깊이 있게 설명해 본 경험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직장인으로서, 혹은 사회의 일원으로서 맡은 바 소임을 다하며 바쁘게 살아왔지만, 정작 ‘나’라는 사람의 내면을 관찰하고 정의하는 일에는 소홀했던 것입니다. 어쩌면 그동안 아무런 생각 없이 상황이 흘러가는 대로 살아온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 한구석이 움찔거렸습니다.
만약 누군가가 지금 당장 우리말로 같은 질문을 던진다 해도, 저는 아마 유창하게 대답하지 못할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언어의 문제 때문이 아니라, 내 삶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사유하는 습관이 부족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러한 깨달음 덕분에 제 영어 공부의 방향은 보다 분명해졌습니다. 단순히 영어 실력을 향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생을 보다 풍요롭게 가꾸기 위한 수단으로 이 과정을 활용하기로 한 것입니다. 영어 공부를 통해 나 자신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자기 발견의 여정’을 걷기로 결심했습니다.
우리가 외국어를 배운다는 것은 새로운 세계의 문을 여는 열쇠를 얻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그 문 너머에서 가장 먼저 만나야 할 세계는 다름 아닌 '나의 일상'이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내가 눈을 떠서 마주하는 공간은 어떤 형태인지, 일상 곳곳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시간을 내어 몰입하는 취미는 무엇이며 그 이유는 무엇인지, 최근 나의 마음을 흔들었던 사건은 무엇인지 고민하는 과정 말입니다. 이러한 사소한 사유들이 모여 비로소 진정한 '나의 문장'이 만들어진다고 믿습니다. 설령 표현이 조금 어색하고 단어 사용이 투박할지라도, 그 안에 진심 어린 나의 삶이 담겨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가치 있는 공부가 될 것입니다.
영어 공부를 시작하며, 내 삶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답을 내놓는 과정이야말로 인생을 풍요롭게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임을 깨달았습니다. 올해의 영어 공부는 단순히 언어를 익히는 시간을 넘어,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나의 일상을 귀하게 여기고 나 자신과 더 깊이 대화하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 훗날 시험장에 앉게 될 그날, 저는 단순히 외운 문장이 아니라 오랫동안 정성껏 관찰해 온 '나의 삶'을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