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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장 Nov 11. 2023

헬리콥터 조종? 어렵지 않아요!



  막 조종 교육을 받기 시작했을 무렵, 어느 교관님과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교관님의 차를 얻어타고 이동 중이었다. 교관님의 차는 요즘 흔히 접할 수 없는 '수동 변속기' 차량이었다. 교관님은 아주 자연스럽고 스무스하게 기어봉을 밀고 당기며 운전을 하였다. 그러한 교관님을 보며 

"교관님! 교관님은 헬리콥터 조종이 쉬우십니까, 자동차 운전이 쉬우십니까?"

라는 내용의 질문을 드렸던 것 같다. 교관님께서는 "허허허" 웃으시며 무어라 말씀하셨는데, 교관님의 답변이 무엇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그때 그 질문은 참 멍청하기 짝이 없었던 질문이었다. 헬리콥터 조종과 자동차 운전을 비교해달라니. 교관님께서 속으로 얼마나 황당해 하셨을지 짐작이 간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헬리콥터 조종도 자동차 운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수동 변속기 차량 기준에서 말이다.



  수동 변속기 차량의 운전자는 양 손과 양 발을 모두 사용해야 한다. 왼손은 핸들을 쥐고, 오른손은 기어봉을 잡고, 왼발은 클러치를, 오른발은 엑셀과 브레이크를 오가며 조작해야 하는 것이다. 눈으로는 전방과 측방, 필요한 경우 룸미러를 통해 후방도 주시하면서 교통 상황을 살펴야 하고, 동시에 왼손으로는 핸들을 조작하며 진행 방향을 적절하게 통제해야 한다. 귀로는 엔진 소리에 귀 기울이며 변속 타이밍을 판단해야 하고, 적절한 시기에 오른손에 쥐고 있는 기어봉을 움직여야 한다. 이 때 왼발을 잘 밟았다 떼주는 센스가 매우 중요! 



  써놓고 보니 정말 어마어마하다. 운전하는 것만으로도 벅찰 것 같은데, 그 와중에 방향 지시등과 와이퍼 스위치는 어떻게 조작하는 것일까? 에어컨과 오디오 기기는?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어떻게 저떻게 다 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동승자들과 대화도 하고, 휴대전화로 통화도 하고, 심지어 이따금씩 음료수도 한 모금씩 마시면서! 



  수동 기어봉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면 연신 시동을 꺼뜨리기 일수지만, 시간이 흐르고 경험이 쌓이면 '지금 3단으로 바꾸어야 하는 순간인데...?'라는 생각이 채 마무리도 되기 전에, 아니 그런 생각 조차 필요 없이, 왼발과 오른발이, 그리고 왼손과 오른손이 환상의 하모니를 보여주고 있지 않던가?




출처 : (좌) 도요타의 황당한 장인정신? 전기차에 ‘가짜 수동 변속기’ 왜 달까 (edaily.co.kr) / (우) 수동 기어 자동차 운전하는 방법 (이미지 포함) - wiki



  헬리콥터도 크게 다른 것 같지는 않다. 처음에야 '이 육중한 쇳덩어리를 내가 어떻게 조종하지?' 싶지만, 시간이 흐르고 경험이 쌓이면 어느 새 거대한 새가 된 것처럼 자유롭게 하늘을 누비고 있으니 말이다.



  헬리콥터를 조종하는 방법도 수동 변속기 차량을 운전하는 것처럼 양 손과 양 발을 모두 사용한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헬리콥터는 막대기(Stick)처럼 생긴 조종간과 페달 모양의 조종간을 움직이며 조종하는데, 오른손으로 쥐는 조종간을 '사이클릭(Cyclic)'이라 부르고, 왼 손으로 쥐는 조종간을 '컬렉티브(Collective)'라고 부른다. 페달은 말 그대로 페달!


※ 스로틀, Throttle이라는 장치는 엔진의 출력을 조절해주는 장치인데, 보다 깊이 있는 설명이 필요한 관계로 이 글에서는 생략하겠다.



출처 : Helicopter flight controls - Wikipedia



  오른손에 쥔 조종간은 전후좌우, 360도 움직일 수 있는데, 이 조종간을 통해 헬기가 움직이는 방향을 통제할 수 있다. 왼손에 쥔 조종간은 위, 아래로만 움직이며, 위로 당겨서 헬기의 동력을 증가시킬 수 있고, 아래로 내려서 감소시킬 수 있다. 동력의 강도에 따라 헬리콥터의 고도가 변하기도 하고, 속도가 변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페달은 오른 발의 페달을 차면 헬기의 기수(머리 방향)가 오른쪽으로 돌아가고, 왼 발의 페달을 차면 왼쪽으로 돌아간다. 두 페달이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양발을 동시에 찰 수는 없는 구조이다.



  단순히 생각해보면 자동차 운전이 더 어려운 것 같기도 하다. 자동차나 헬리콥터나 두 손을 사용하는 것은 동일한데, 자동차 운전에서의 양 발 조작이 조금 더 고차원적인 것처럼 보이니 말이다. 하지만 헬리콥터가 가진 특징, 바로 3차원 공간을 움직인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곤란하다. 그리고 하나 더! 뉴턴의 운동 법칙 중 하나인 '작용·반작용의 법칙'을 꼭 기억해야 한다.



  자동차 운전과 마찬가지로 헬리콥터 조종도 세 개의 조종간을 아주 자연스럽게 움직여야 한다. 자동차는 변속 타이밍에만 맞춰 양손과 양발이 협력한다면, 헬리콥터는 비행하는 매순간마다 양손과 양발이 아주 기민하게 움직여야 한다. 전문용어로 '삼타일치'가 되어야 하는데, 세개의 조종간의 조작이 균형을 이루지 못할 경우 헬리콥터를 원하는대로 움직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자칫 헬리콥터의 비정상적인 움직임으로 인해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항상 조종간 조작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간단한 예를 들어 설명해보겠다.

(※ 메인로터가 반시계방향으로 회전하는 헬리콥터를 기준으로 설명 - 메인로터가 시계방향으로 회전하는 헬리콥터의 경우 비행원리가 반대로 적용됨)



  지면에 착륙해 있는 헬리콥터를 공중으로 부양시키려고 하는 순간이다. 먼저 헬리콥터의 높이, 고도를 상승시켜야한다. 왼손 조종간을 서서히 당겨준다. 헬리콥터가 떠오른다. 헬리콥터가 지면으로부터 떨어지려고 할 때즘 헬리콥터의 기수가 오른쪽 방향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앞서 '작용·반작용의 법칙!'을 꼭 기억해야 한다고 했는데, 여기서 이 법칙이 등장한다. 헬리콥터에는 동체 상부에 메인로터(주 회전날개)가, 동체 하부에 테일로터(꼬리 회전날개)가 장착되어 있다. 메인로터가 헬리콥터를 띄우고 내리는 양력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면, 테일로터는 헬리콥터의 방향을 유지해주는 역할을 한다. 무슨 말이냐면, 헬리콥터 상부에 붙어 있는 메인로터가 빠른 속도로 회전을 하게 되면,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헬리콥터 동체가 반대 방향으로 돌아가려는 성질을 띠는데, 테일로터가 이를 상쇄시켜 준다는 것이다. 






  자, 그럼 다시 조종간의 움직임으로 돌아가서! 왼손의 조종간을 올리면 메인로터의 회전 작용이 심해지면서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헬리콥터의 동체가 오른쪽으로 돌아가려고 할텐데, 이를 막기 위해 왼발을 적절하게 차주어야 한다. 즉, 헬리콥터가 오른쪽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왼쪽 페달을 적용해서 테일로터의 상쇄 작용을 만들어야 원하는 방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 페달을 조작하는 시점이나 강도를 정확히 '이렇다!'라고 단정지어 이야기할 수는 없다. 헬리콥터마다 특성이 조금씩 다를 것이고, 풍향 및 풍속이 매순간 절대 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오른손은 놀고 있느냐? 아니다. 왼쪽 페달을 찬다는 말은, 테일로터의 추력을 증가시킨다는 말인데, 헬리콥터의 동체는 다시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오른쪽으로 서서히 밀려가게 된다. (아래 그림에서 'Tail rotor downwash' 방향의 반대 방향으로  'Drift' 된다고 나와 있는데, 이를 보면서 이해해보자.) 



  그럼 헬리콥터가 오른쪽으로 밀리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바로 여기서 오른손의 조작이 필요하다. 앞서 오른손에 쥔 조종간으로 헬리콥터의 전후좌우 움직임의 방향을 통제한다고 이야기했는데, 오른쪽으로 흐르는 헬리콥터를 움직이지 않게 하려면 왼쪽으로 조종간을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얼마만큼? 적당히!? 이것 역시 그 때 그 때 다를 수밖에!


출처 : FAA - H - 8083 - 21B Helicopter Flying Handbook



  그래서 결론은!? '삼타일치가 필요하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헬리콥터가 지면에서 이륙하는 순간만을 예로 들었지만, 삼타일치된 조작은 모든 비행 과정에서 항상 적용되어야 한다. 설령 동일한 속도와 동일한 고도로 비행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해도, 조종사의 의도와 다르게 갑자기 바람이 많이 분다던지, 혹은 바람 방향이 바뀐다던지 하면 그에 맞는 조종간의 반응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비행을 처음 접하고 배우기 시작하던 교육생이었을 당시, '삼타일치'를 귀에 못이박히도록 들었다. 항상 삼타가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고 말이다. 그런데 그게 말처럼 쉽게 되나... "당겨! 밀어! 왼발!", "내려, 당겨!, 오른발!" 칵핏(조종석)에는 늘 고함 소리가 가득할 수밖에.



  그랬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나도 모르게 몸이 반응한다. 마치 수동 변속기 차를 운전하면서, 에어컨도 키고, 라디오도 설정하고, 음료수도 마시고, 전화통화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어떤 생각이든, 행동이든 몸이 그것들을 받아들이는 데까지 필요한 시간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누구도 그 시간이 얼마나 필요한지 모르기 때문에 성공과 실패, 인내와 포기가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쉽고 간결하게 쓰려고 했는데, 실패한 것 같다... 하지만 한 번쯤은 꼭 다루고 싶었던 주제였던지라, 쓰고 나니 조금은 후련한 마음이다. 기회가 된다면 더욱 쉽고 재미있는 표현으로 다른 비행원리에 대해 써보고 싶다. 


  다음 주제는 무엇으로 삼아볼까나!?



조종석에서 필자가 직접 찍은 셀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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