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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장 Nov 14. 2023

(한 주만에) 우리 아기가 달라졌어요! (21)







  자기 전 침대에 누워 아가를 찍은 사진을 본다. 아가에게 수면 의식이 있듯, 우리 부부에게도 아가의 사진을 보는 것이 어느새 수면 의식이 되어버렸다. 보통은 하루 동안 아빠가 아가를 돌보며 찍은 사진이나 영상을 보곤 하지만, 이따금씩 아가가 갓난 아기였을 때부터 찍은 사진들을 후루룩 훑어보기도 한다.



  아가의 신생아 때 사진을 보면, '이렇게 쪼그맸던 때가 있었나'하는 생각이 든다. 그 당시 내가 아가를 안고 있는 사진을 자세히 살펴보면, 아가의 등이 겨우 내 손 정도만한 크기이다. 이렇게나 작은 몸으로, 심지어 눈도 제대로 못뜬 채 먹고 자고 싸기만 반복하던 아가였는데, 요즘은 바닥에 엎드려 "끼요오오오" 익룡 소리를 내지르며 팔다리를 버둥거리고 있다. 언제 이렇게 쑥 커버린 것인지!



  지난 4개월의 시간동안 아가가 조금씩 커가고 있다고 느끼는 어느 순간이 있다. 아가에게 수유할 때와 아가의 머리를 감길 때가 바로 그 순간이다. 



  아가에게 수유를 하기 위해서는, 앉은 상태에서 아가를 부드럽게 감싸 안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 아가의 뒷통수를 나의 왼팔 팔굽치 안쪽 팔오금에 살포시 대고, 왼 팔뚝과 왼 손으로 아가의 몸과 다리를 품는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레  왼손으로 아가의 왼다리 허벅지를 움켜쥘 수 있는 자세가 된다. 우리 아가는 2.7kg이 채 되지 않는 작은 몸으로 태어났는데, 처음 수유를 할 때만 해도 허벅지가 너무 얇아서 한 손으로 쥐고도 많이 남을 정도였다.  



  '언제즘 아가가 오동통한 허벅지를 갖게 될까'하는 마음으로, 아가에게 맘마를 먹일 때마다 항상 허벅지를 움켜쥐며 조물락조물락 거렸다. 그렇게 한 달, 두 달, 세 달 그리고 백일이 지났고,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움켜쥔 손 안에 토실토실 살이 차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포동포동한 허벅지를 한 손 안에 움켜쥐지 못하는 순간이 오고야 만 것이다. 언제 이렇게 쑥 커버린 것인지!



  머리를 감길 때도 수유할 때와 마찬가지로 안정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 아가의 뒷통수를 오른 손 손바닥에 올린 상태로, 아가가 내 오른 팔 전체에 안정적으로 누울 수 있도록 팔에 힘을 적당히 준다. 그리고는 아가의 귀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아가의 뒷통수를 받치고 있는 오른손의 엄지손가락과 중지손가락을 넓게 펴서 아가의 양 귀를 살짝 접어 귓구멍을 막으면 샴푸 준비 끝!  



  처음 머리를 감길 때만 해도 아가의 뒷통수는 나의 한 손에 들어오고도 한참 남을 정도의 크기였다. 자연히 두 귀를 접어 귓구멍을 막는 일은 전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역시나 한 달, 두 달, 세 달, 그리고 백일이 지나면서 아가의 머리가 점점 커졌고, 어느새 아빠가 있는 힘껏 손을 쭉 뻗어야만 아가의 두 귀를 접어 귓 구멍을 막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그만큼 머리 무게도 참 무거워졌다. 



  신생아 때는 아가의 머리를 너무 세게 움켜쥘까봐 걱정이었다면, 이제는 아가의 머리가 너무 크고 무거워져서 아빠 손에 쥐가 나면 어쩌나 걱정하게 되었다. 정말 언제 이렇게 쑥 커버린 것인지!



  그렇게 일상 속에서 아가의 성장을 몸소 느끼고 있었는데, 지난 주에는 갑자기 달라진 아가의 '잠'과 '밥' 때문에 다시금 아가의 놀라운 성장을 경험할 수 있었다.



  불과 한 주 전까지만 해도 12시간 밤잠을 내리 자고도 5시간 이상의 낮잠을 자던 아가가, 이번주부터 낮잠 시간이 4시간 이하로 줄어든 것이다. 낮잠과 낮잠 사이에 깨어 있는 시간도 1시간 반에서 2시간, 길게는 2시간 반까지로 늘어나면서.



  "분태기, 분유정체기"라고 하던가? 우리 아가에게도 분태기가 찾아왔다. 밤수유 없이 하루 네 번, 200ml 이상씩 꿀떡꿀떡 맘마를 먹던 아가였는데, 갑자기 맘마 먹는 데에 좀처럼 집중하지 못하고 그 양도 150ml 이하로 뚝 줄어버렸지 뭔가. 그로 인해 아가가 자다가 깨서 당황...



  일주일만에 갑자기 아가의 자는 시간이 짧아지고, 먹는 양도 줄면서 엄마 아빠는 꽤나 걱정을 했다. 하지만 이런 저런 육아 정보를 통해 '아가가 잘 자라고 있는 신호'라는 것을 알고 난 후, '우리 아가가 또 이렇게 쑥 커가는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휴! 



  자고 있는 아가를 볼 때면, 오늘 하루도 많이 안아주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 아쉬운 마음이 들 때가 많다. 그래서 자기 전 아가의 사진을 훑어보는 엄·빠의 수면 의식을 마칠 때즘, '내일은 오늘보다 더 많이 안아줘야지, 더 많이 사랑한다고 말해줘야지' 라는 굳은 다짐을 해본다.

 

  아가는 계속 커갈테고, 지금 보는 이 작고 귀여운 아가의 모습은 '앞으로 다시는 볼 수 없는' 사진 속 추억으로만 남게 될테니까...




꼭 한 짝만 벗고 자더라...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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