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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장 Nov 21. 2023

어푸어푸 ! (+ 분태기 극복기) (22)



  나와 아내는 물을 참 좋아한다. 다만 물을 좋아하는 방식이 조금 다르다. "물놀이"라고 하면 나는 자연스레 물살을 가르며 '어푸어푸' 수영하는 것을 떠올리는데, 아내는 튜브를 타고 '둥둥' 떠다니거나, 스노클링 마스크를 쓰고 물속을 '유유자적' 거니는 걸 생각한다. 그래서 아내와 여름휴가를 가게 되면 '물놀이 = 둥둥, 유유자적'이라는 공식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여름이면 바다든, 계곡이든, 하다못해 호텔 수영장이든 찾아가, 야무지게 물놀이를 하며 휴가를 보내는 것이 우리 부부의 루틴이었는데, 아쉽게도 지난 여름은 아직 작디작은 우리 아가 덕분에 '방콕' & '방굴러데시' 하며 에어컨을 쐬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나는 아내의 배려로 주 3회씩이나 수영강습을 받으며 신나게 '어푸어푸'를 하고 있지만 말이다. 



  아가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 '엄마, 아빠가 물을 좋아하니 우리 아가도 자연스레 물을 좋아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엄마가 인어공주고, 아빠는 돌고래니, 아가는 음... 물개? 정도는 되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아가는 조리원에 있을 때 처음으로 물을 만났다. 10분 남짓한 짧은 목욕시간이 아가의 첫 물놀이 경험이었다. 그 당시 엄마, 아빠는 아가를 안는 것만으로도 '혼돈의 카오스'를 경험하고 있던 시기였기에, 아가를 목욕시키는 건 감히 꿈도 꾸지 못했다. 그저 간호사 선생님께서 아가를 목욕시키는 모습을 곁에서 조용히 지켜보기만 할 뿐이었다. 다른 아가들의 자지러지는 울음소리를 쉼 없이 듣고 있을 때라, 우리 아가도 얼마나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를까 걱정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웬걸? 아가는 아주 평온하게 뜨듯한 물을 즐기는 듯 보였다. 반쯤 눈을 감고 잔잔하게 몸을 훑고 흘러내리는 물결을 음미? 하는 것처럼 말이다. 간호사 선생님께서도 "아가가 물을 참 좋아하나 보네요!?"라고 하였는데, 생각해 보니 그때는 엄마, 아빠가 잔뜩 긴장한 상태로 마음을 졸이느라 아가의 첫 물놀이를 함께 즐겨주지 못한 것이 아닌가 싶다.



  조리원을 떠나 집에 온 뒤, 시간이 흐르고 흘러 어느새 아가가 스스로 목을 가누며 욕조에 얌전히 앉아 목욕을 할 수 있는 때에 이르게 되었다. 평소 아가가 잘 울지도 않았지만 잘 웃지도 않았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우리 아가를 '꺄르르' 웃게 해줄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던 시기였다. 그러던 중!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순간에 아가의 웃음소리를 듣게 되었다. 바로 목욕 시간! 



  목욕을 하면서 손수건에 물을 묻혀 아가의 가슴에 살짝살짝 끼얹어주었는데, 만날 뾰로통한 표정을 짓던 아가가 환하게 웃으며 얼마나 좋아하던지! '어쩌다 한 번인 건가?' 싶어서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조심스레 손수건에 물을 묻혀 아가의 가슴에 끼얹어주었는데, 그때마다 입을 크게 벌려 웃으며 팔을 허우적거리던 우리 아가! 그 모습을 보며 고된 하루를 보낸 엄마, 아빠도 연신 "꺄르르" 댔다.



  그렇게 물개의 조짐을 보이던 아가를 데리고, 드디어 아가 수영장에 입성하였다. 아가가 물을 좋아하는 것 같기는 했지만, 혹여나 낯선 환경 때문에 긴장해서 울지는 않을까 엄마, 아빠는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엄마 아빠의 걱정은 기우(杞憂)였다. 



  세상 떠나가라 울어대는 다른 아가들의 울음소리를 들으면서도 목 튜브를 메고서는 '둥둥', 엎드려 타는 튜브 위에서는 '유유자적' 거리며 작은 물웅덩이 안을 요리조리 헤집고 다녔던 우리 아가! 어찌나 기특하고 신기하던지! 드디어 우리 아가가 '물개' 임이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아가가 '둥둥', '유유자적'은 잘 하는 것 같으니, 어서 아가에게 '어푸어푸'를 가르쳐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래야 아빠랑도 즐거운 휴가를 보낼 수 있으니까?! 아무튼! '인어공주' 엄마, '돌고래' 아빠, '물개' 아가, 이렇게 세 식구가 함께할 여름휴가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그런데... 분명 수영은 아가가 했는데, 왜 엄마 아빠가 녹초가 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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