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는 아가의 울음 신호 ;;
운전하는 이들이라면 운전석 핸들 너머 계기판에 수많은 주의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물론 '존재'를 아는 것과 '의미'를 아는 것은 별개의 문제지만. 나 또한 15년 넘게 무사고 운전중이지만, 자동차 계기판에 점등되는 주의등이 몇 개이고, 그 많은 주의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다 알지 못한다. 빨간색 등이 점등되면 '무언가 좀 크게 잘못된 것 같은데?'라고 생각하는 정도랄까? x_x;;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헬리콥터에도 수많은 주의등이 존재한다. 자동차는 운행 중 주의등이 점등된다 하더라도, 갓길에 잠시 차를 대고 조치 방법을 검색해보거나 고민해볼 수 있다. 하지만 헬리콥터는 비행 중 주의등이 점등되었을 때 '가만 있어 보자...-_-a' 라며 여유 부릴 시간이 없다. 즉각적인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조종사 자신은 물론 탑승객의 생명에 위협이 되는 상황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종사라면 조종석 계기판에 표시되는 수많은 주의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반드시 알아야 한다.
헬리콥터에는 경고등, 주의등, 조언등 크게 3가지 종류의 주의등이 존재한다. 경고등은 '조종사의 즉각적인 인식과 함께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한 경우'에, 주의등은 '조종사의 즉각적인 인식에 이어 적절한 후속 조치가 필요한 경우'에, 마지막으로 조언등은 '조종사의 적절한 인식에 이어 후속 조치가 필요할 수도 있는 경우'에 점등이 된다. 색깔도 매우 직관적으로 알 수 있도록 구분이 된다. 경고등은 빨간색, 주의등은 주황색or노란색, 조언등은 초록색으로 말이다.
세 가지 종류의 주의등이 점등되는 상황에 대한 예를 들어 보자면, 경고등은 엔진격실이나 보조동력장치 격실 등에 불이나는 경우, 주의등은 엔진오일 또는 연료의 온도나 압력이 기준치를 벗어난 경우, 조언등은 착륙등이 켜져 있는 경우가 있다. 긴급함의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가?
세 가지 종류의 주의등 점등 상황중에서도 경고등과 주의등이 점등된 상황은 항공기에 이상이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조종사가 즉각적으로 해당 사항을 인지할 수 있도록 경고시스템에 의해 계기판에 센서등이 점등됨과 동시에 "CAUTION!"이라는 문자가 소리로 경고된다. (조언등은 별도의 경고음이 없다) 문제는 경고등/주의등 모두 동일한 경고음이 울린다는 것이다. 즉, 아주 급박한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CAUTION!"이라는 경고음이 조종사를 당황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초보 아빠로 육아를 하다보니 이와 비슷한 상황을 여러 번 겪고 있다. (방금 전에도 CAUTION!이 울렸다... x_x;;;;) 아기는 모든 의사를 '울음'으로 표현한다. 아파도, 배고파도, 불편해도, 졸려도, 심지어 심심할 때도 울음소리로 엄마 아빠를 부른다는 것이다. 육아경험이 전무한 초보 아빠는 모든 아기울음을 '즉각적으로 조치해야 하는' 경고등 점등 상황으로 인식한다. 밤낮없이 울려대는 아기의 경고음 때문에 심장이 "철렁" 내려앉고 머릿속이 "멍~"해져서 무얼해야 할지 모른 채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이 한 두번이 아니다.
여전히 초보 아빠지만, 다행히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아기 울음 중 '경고등' 점등 상황같은 위급한 경우는 거의 없다는 사실! 그리고 약간의 '주의등' 상황 그리고 아주 많은 '조언등' 상황이 있다는 사실을!
"CAUTION!"이라는 경고음이 들리더라도 조종사는 평정심을 유지해야 한다. 특히 기장이라면 보다 넓은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조종간을 부조종사에게 넘기고, 계기판이 나타내고 있는 바를 통해 현재 항공기 상태를 면밀히 살핀 후,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침착함을 유지해야 한다.
부모도 마찬가지 아닐까 싶다. 아기가 운다고 전전긍긍하다보면 정말 아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차리기가 어렵다. 오히려 급하게 서두르다가 더 큰 화를 부를 수도 있다. 어쩌면 허둥대는 부모의 모습 때문에, 아가가 더 불안함을 느끼며 울음 소리를 키울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아기가 운다면, 열까지 숫자도 세보고! 심호흡도 한 번 해보고! '침착하게 차분하게'도 되내이면서! 오케이!!??
물론 아직까지 현실은 대환장 파티.... x_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