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콥터 조종사로서 받는 단골 질문이 있다. '헬리콥터 타면 어디까지 날아갈 수 있어요?', '헬리콥터는 얼마나 오랫동안 떠있을 수 있어요?'가 바로 그것이다. 매우 당황스러운 질문 중 하나이다. 물론 답은 정해져 있다. '그때 그때 달라요'. 하지만 너무 성의 없어 보이기 때문에 적당한 모범 답안으로 얼버무릴 수밖에 없다.
헬리콥터는 자동차와 다른 점이 있다. 3차원 공간을 누빈다는 것이다. 전후좌우로만 움직이는 자동차와 달리, 헬리콥터는 위아래로도 움직인다. 따라서 운행 거리, 운행 시간을 계산할 때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다.
우선 무게이다. 적재 공간을 가득 채우느냐 모두 비우느냐에 따라, 무게가 톤 단위로 차이가 난다. 다 비우고 비행을 할 것인지, 다 채우고 비행할 것인지에 따라 사용하는 동력의 크기가 달라진다는 말이다. 이는 곧 연료 소모율에 영향을 미친다. (물론 연료 무게도 고려해야 한다. 기종에 따라 다르지만 연료만 몇 톤을 주입하는 기종도 있다. 더 많은 무게의 짐을 싣기 위해 연료를 줄이는 경우도 있다.)
이륙방법과 착륙방법도 고려해야 한다. 헬리콥터는 수직 이착륙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그런데 생각해 볼 것이 있다. 1m를 점프한다고 했을 때 '도움닫기'를 해서 점프하는 것과 제자리에서 점프하는 것 중 어떤 게 더 큰 힘을 필요로 하는지 생각해 보자. 경험적으로 도움닫기 후 점프하는 게 더 적은 힘을 들이고도 더 높은 곳까지 점프할 수 있다고 느낄 것이다. 헬기도 비슷한 원리라고 설명할 수 있다. 전진 속도 없이 수직으로 이륙하고 착륙하는 것은 그만큼 더 많은 동력을 요구하게 되고, 이는 더 많은 연료를 소모하게 만든다.
그 외에도 바람, 기온, 기압 등등 고려해야 할 변수가 참 많다. 그러니 '얼마나 갈 수 있냐, 얼마나 오래 날 수 있냐'라는 질문에 '그때 그때 다르다'는 말이 정답일 수밖에 없다.
때마다 다른 게 또 하나 있다. 하루하루 커가는 아가의 모습이다. 분명 어젯밤에 맘마를 먹일 때만 해도 '요오만' 했던 것 같은데, 하루 밤이 지나고 다시 품에 안으니 내일이라도 금세 어린이가 되어버릴 것 같다.
아가가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크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감사하지만, 지금 이 순간이 지나면 영영 이 작고 소중한 귀여움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아쉬게만 느껴진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이 더욱 소중한 것일까.
작은 손, 작은 발, 통통한 볼, 포동포동한 팔뚝과 허벅지. 새근거리는 숨소리, 잔뜩 찡그려 우는 얼굴. 그리고 울음소리. 하나도 놓치지 않고 다 담아두고 싶다.
아가가 하루가 다르게 커가듯, 아가를 향한 엄마 아빠의 사랑도 무한대에서 무한대로 점점 커져간다. 부모의 사랑도 '그때그때 다르게' 커져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