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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장 Aug 08. 2023

대충 보아도 예쁘다. 잠깐 보아도 사랑스럽다.

네가 그렇다.


  글을 쓰면서 달력을 두세 번 확인했다. '6주 차라고? 아닌데 그럴 리가 없는데?' 연신 아가가 태어난 날을 기준으로, 달력에 표시된 날짜를 하나하나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헤아려보았다. 여러 번 헤아려본다 한 들 날짜가 더해지거나 빼지지는 않는 법. 이제 겨우 6주가 지났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번 주에 있었던 가장 큰 이벤트는 아가의 영유아 검진과 B형간염 예방접종었다. 지난 번 갑작스레 집 근처 소아과를 다녀오긴 했지만 이번에는 보다 더 오랜시간 밖에서 머물러야 할 터였다. 그때 미쳐 준비하지 못했던 카시트도 설치하고, 준비물도 미리 챙겨놓았다. 젖병, 분유, 기저귀, 가재수건, 물티슈 등등. (하지만... 저번 외출 때도 깜빡했던 손 소독제는 이번에도 깜빡했다. 깜빡깜빡...) 



  예약 시간에 맞춰 도착하기 위해 출발시간을 정했고, 출발시간에 맞게 준비하기 위한 준비 시작 시간?도 정했다. 물론 우리의 이상은 언제나 현실보다 한 차원 더 높은 곳에 있음을 기억하면서.



  행동개시! 극강의 P를 자랑하는 아내도 예상과 달리 사전에 계획한대로 착착 움직였다. 우리 아가도 엄마/아빠가 긴장하고 있음을 알았는지, 칭얼대지도 않고 넓은 아량을 보여주었다. 밖에서 머물러야 하는 시간이 긴만큼 출발하기 직전 아가에게 맘마를 먹이고 아가의 기저귀를 갈아주었다.



  15년 무사고를 자랑하는 아빠의 운전은 더욱 조심스러웠다. 사각의 사각의 사각지대도 놓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연신 머리를 돌이돌이 해댔고, 엄마는 생전 앉아 본적 없는 뒷열 가운데 자리를 차지하고서는, 카시트 속에 포옥 파묻혀 있는 아가의 상태를 연신 살폈다. 물론 아빠의 운전 상태도 거푸 살피면서. 아가는 엄마 아빠의 이 고행(苦行)을 기행(奇行)으로 생각하지는 않았을까.



  영유아 검진을 마치고 대망의 B형간염 예방접종. 아가는 아직 여기가 어디고 '나'는 누군이지 전혀 모르는듯 보였다. 새하얗게 깨끗한 벽과 밝은 조명, 코끝을 스치는 알콜 냄새. 병원 특유의 그 분위기는 어른이 된 지금도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다. 우리 아가는 오늘의 병원 나들이를 어떻게 기억할까?



  간호사 선생님의 주사 바늘이 아가의 허벅지를 향하는 순간,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주사를 맞는 순간에도 멍~ 한 표정으로 아무렇지 않아하는 아기들이 있다던데 혹시 우리 아가도?'라는 생각을 채 마치기도 전, 표정이 일그러지며 '뿌애애애애앵' 소리를 내는 우리 아가. 그 순간이 너무 귀여워서 그만 웃음이 나오고야 말았다. (사람도 많았는데 머쓱;;) 그야말로 '현웃'이 터졌다고나 할까. 푸하!



  나태주 시인은 자세히 보아야 한다고, 오래 보아야 한다고, 그래야 예쁘다고 했지만, 세상의 모든 엄마/아빠는 '대충 보아도', '잠깐 보아도', 무조건 예쁘다고 말할 것이다. 부모에게 아가란 그런 존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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