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에서 지사(支社)를 운영하는 회사처럼, 우리 회사도 지역마다 헬리콥터를 운용하고 관리하는 본부를 두고 있다. 각 본부마다 책임 지역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다른 지역까지 임무를 다녀오는 경우는 흔치 않다.
물론, 이따금씩 다른 본부의 책임지역까지 장거리 임무를 다녀오는 일이 생기곤 한다. 이 역시 보통의 경우라면 당일 안으로 임무를 마치고 복귀하지만, 하루나 이틀, 혹은 그 이상의 기간 동안 목적지에 머물며 임무를 수행하기도 한다.
하룻밤 이상 목적지에 머물러야 하는 임무가 생길 경우, 임무를 맡은 조종사는 여벌 옷, 속옷, 세면도구 등의 짐을 넉넉히 챙겨야 한다. 자칫하다가는 생각했던 것보다 오랜 기간 발이 묶이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바로 궂은 날씨에 의해서 말이다.
안개가 자욱한 날, 하늘에 낮은 구름이 잔뜩 낀 날,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 등, 악기상으로 인해 가시거리가 짧은 날은 시계비행이 불가능하다. 자동차라면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천천히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겠지만, 하늘에서라면 이야기가 전혀 다르다. 비행 중 구름 안에 갇히기라도 한다면, 전·후·좌·우는 물론 위·아래도 전혀 구분할 수 없게 된다. 그야말로 오도 가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장기간 임무로 집을 떠나게 되면, 조종사는 아마 단 한 가지 생각이 간절할 것이다. '어서 빨리 '달콤한 나의 집'에 몸을 누이고 싶다'라는 생각 말이다. 때문에 임무를 완수하고 복귀를 고대하던 순간, 하늘에 먹구름이 잔뜩 끼게 되면 조종사는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하늘의 뜻을 거스를 수는 없는 법. 그저 맑고 밝은 해가 '짠!'하고 나타나길 기도하는 수밖에.
육아하는 아빠에게도 맑고 밝은 '해' 같은 존재가 있다. 바로 나의 '아내'이자, 아가의 '엄마'! 하루 종일 아가를 먹이고 씻기고 어르고 달래느라, 아가가 꿈나라로 향할 때 즘 되면 아무리 튼튼한 아빠라 할지라도 남아 있는 체력은 바닥을 드러낸다. 그때쯤, 남편이자 아빠인 나는, 아내이자 엄마인 그녀가 '짠!'하고 나타나주길 기도한다. 궂은 하늘에 맑고 밝은 해가 짠! 하고 나타나길 간절히 바라는 것처럼.
며칠 전 그날도 아가와 함께 침대에 나란히 누워 하루를 마무리하고 있을 때였다. 아가는 쏟아지는 잠을 이기지 못한 채 멍한 표정으로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방안 가득 고요함이 흐르던 그 순간, 현관문의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렸고, 침대에 축 늘어져 있던 아가는 번개같이 돌아누워 방문 쪽으로 몸을 향했다. 잔뜩 먹구름이 낀 하늘에 한 줄기 빛이 스며 들어옴을 느낀 것 마냥.
따스한 엄마품은 영원한 '홈, 스윗 홈'이겠지?
몽실몽실한 아가의 궁뎅이를 바라보며, 아가가 엄마와 함께 잠드는 날이 더욱 많아지길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