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콥터로 수행하는 임무는 그 종류가 무척 다양하다. 인원을 수송하는 간단한 임무에서부터, 동체 하부에 무거운 장비를 매달아 옮기는 임무, 긴급하게 환자를 후송하는 임무, 인력과 장비가 접근하기 어려운 곳의 불을 진화하는 임무, 각종 촬영과 중계 임무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이다. 이렇게 많은 임무 중에서 가장 까다로운 임무를 꼽자면 아마 '정찰 임무'가 아닐까 싶다.
정찰 임무의 형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지형이나 지표의 상태를 파악하는 것, 인원이나 물체를 탐색하는 것으로 말이다. 어떤 형태인지에 상관없이 정찰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조종사는 비행하는 내내 잔여 연료를 끊임없이 확인해야 한다. 다시 말해, 기지까지 돌아가는 데 필요한 연료를 남겨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임무에 지나치게 몰입한 나머지 복귀할 때 사용해야 하는 연료까지 모두 소모해 버린다면, 그야말로 길바닥에 주저앉아야 할 수도...
정찰 임무가 까다로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연료 판단이 어렵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임무는 출발지가 있고 목적지가 있다. 때문에 임무를 준비할 때 출발지에서부터 목적지까지 거리를 확인하고, 출발 및 도착시간에 맞게끔 비행 속도를 산출한 뒤, 이를 바탕으로 필요한 연료량을 산출해 낼 수 있다. 하지만 출발지와 목적지가 정해져 있지 않은 정찰 임무의 경우, 연료 판단이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가장 최선의 방법은 연료 소모를 줄이는 것! 자동차를 운전할 때도 연비 향상을 위한 주행 방법이 있듯이, 헬리콥터를 조종할 때에도 동력 사용량을 줄이며 연료를 아끼는 비행 방법이 있다. 바로 양항비(揚抗比, Lift to Drag Ratio)를 최대로 유지할 수 있는 속도로 비행하는 것!
복잡한 이론은 잠시 접어두고 최대한 간단하게 '양항비'에 대하여 살펴보자. 헬리콥터가 비행을 하기 위해서는 헬리콥터를 공중으로 들어 올려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 양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헬리콥터가 양력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이에 대한 저항 즉, 항력이 생길 수밖에 없다. 종합하면, 양항비를 최대로 유지하며 비행한다는 것은 양력은 최대로 만들고, 동시에 항력은 최소로 만드는 속도인 '최대체공속도(Endurance Speed)'를 유지하며 비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 이 속도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친절하게도 헬리콥터를 만드는 제작사에서는 '사용자 매뉴얼'을 통해 도표로 아주 자세하게 이를 알려주고 있다. 그것도 비행하는 기온 및 고도 조건, 헬리콥터의 중량에 따라 아주 세세하게 구분해서 말이다. 그럼 비행할 때마다 도표를 계속 들여다봐야 하는 것인가? 다행히 그렇지는 않다. 기온이나 고도, 중량 등의 변수가 존재하지만, 최대체공속도는 대략 10kt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 비행 전 사용자 매뉴얼의 도표를 잠깐 살펴본다면, 연료를 아끼며 비행하는 데에 큰 어려움이 없다는 것이다.
운전이나 비행뿐만 아니라, 육아하는 현장에서도 연료를 아껴야 하는 순간이 있다. 바로 '홀로 육아'의 순간을 맞닥뜨렸을 때! 아기가 온전히 하루를 보내기 위하여, 양육자가 해야 할 일은 비교적 분명하게 정해져 있다. 아기를 먹이는 것, 재우는 것, 씻기는 것 등등의 일이 말이다. 안타깝게도 육아하는 엄마나 아빠가 홀로 남겨진다고 하더라도, 육아하는 데 필요한 일이 줄어들지는 않는 법. 그렇다면 결론은? 육아에 필수적이지 않은 일들을 과감하게 줄이는 것뿐!
오늘은 엄마가 여행을 떠난 첫날. '홀로 육아'의 순간을 맞닥뜨린 초보 아빠는 몸을 잔뜩 웅크려본다. 집안을 최대한 덜 어지럽히고, 설거짓거리도 최대한 적게 나오도록 고민하며, 집안일의 강도와 빈도를 줄이고 또 줄여본다. TV도 끄고, 책도 덮고, 휴대폰도 내려놓으며 육아 연료를 아끼기 위해 머릿속도 비워본다. 과연 '육아 연비'는 얼마나 향상될지...
이제 겨우 하루 지났을 뿐인데... 벌써 주유등이 점등된 것 같은 이 느낌은 무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