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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장 Apr 13. 2024

'지적'에 대하여

출처 : #. 지적질, 꼭 해야 한다면 이렇게! : 네이버 포스트 (naver.com)



  아내는 90일의 출산휴가를 마치자마자 출근을 해야 했다. 엄마가 출근을 하면서부터 아빠의 하루는 그야말로 살얼음 위를 걷는 것과 같았다. 홀로 아기의 생사를 짊어져야 한다는 부담감이 아빠의 하루하루를 고되게 하였고, 무엇보다 고요한 집 안을 가득 채우는 외로움 때문에 아빠의 삶은 더욱 힘겨울 수밖에 없었다.



  답답함과 지루함에 시름시름 앓고 있던 늦여름의 어느 날, '밖으로 나가고 싶다!'라는 간절함에 이끌려 집 근처 수영장에 수영 강습을 등록하게 되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수영은 육아하는 아빠의 유일무이한 낙으로 이어지고 있다.



  내가 등록한 강습반에 속한 회원은 대략 열명 내외였는데, 꽤 오랜 기간 강습을 받은 사람도 있었고 나처럼 처음 온 듯 어색해하는 사람도 있었다. 낯선 공간, 처음 만나는 사람들 때문에 긴장이 되었지만, '집콕'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간절함 덕분인 것인지, 긴장은 금세 기대와 설렘으로 바뀌어갔다.



  열심히 발차기를 하고 팔을 휘저으며 시간을 보냈다. 강사의 지도하에, 발목을 부드럽게 움직이며 킥을 찼고, 어깨를 유연하게 앞으로 뻗으며 팔을 휘저었다. 호흡, 롤링, 팔각도, 몸의 중심 잡기 등 올바르지 못한 습관 때문에 여러 지적을 받았지만, 강사의 예리한 지적에 감탄하며 조금씩 수영 실력이 성장하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같은 물속에 몸을 담그고 있다고 하여, 모두가 다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수영을 못하기 때문에 강습을 받는 것이고, 지적을 받아야 수영 실력이 빠르게 향상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른 이들보다 지적을 받는 횟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기분이 좋아야 하는 일이라 여겼는데, 어떤 회원들의 생각은 좀 다른 것 같아 보였다.



  수영장을 한 번이라도 가본 적이 있다면, 수영장 안이 매우 시끄럽다는 것을 모두가 잘 알 것이다. 강사가 회원들에게 이야기하는 소리, 여러 사람들이 물을 휘젓는 소리 등등 소음이 클 수밖에 없는 환경이니 말이다. 그렇다면 더더욱 가르치는 강사의 눈과 입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나라도 더 배우고 얻을 텐데, 모든 사람들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같은 수업에 속한 회원이라 할지라도 모두가 똑같은 수영 실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때문에 강사가 말하는 내용이 나에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닐 것이라 여기며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강사가 특정 회원을 지목하며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면, 그 회원은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강사가 지적을 할 때면 회원마다 반응이 제각각이다. 신기하게도 지적을 받는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얼굴 표정에서 전부 드러난다.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아 그렇구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왜 나한테만 그래?'라고 생각하는 사람, '아 모르겠고'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어 보인다.  



  심지어 어떤 회원은 표정으로 표현하는 것에 그치지 않기도 한다. 강사가 듣지 못하는 소리로, "왜 칭찬은 안 해주고 지적질만 하는지 모르겠네. 그만둘까 보다"라는 식으로 말하면서 말이다. 그런 식의 말을 들을 때마다 속으로 '뜨악'했다.



  '지적'의 의미를 사전에서 찾아보니 두 가지 뜻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하나는 "콕 집어서 가리킴"이었고, 다른 하나는 "허물 따위를 드러내어 폭로함"이었다. 살면서 '지적'을 받는 일이 없을 수 없다. 학교에서, 직장에서, 친구들 사이에서, 심지어 가족 간에도 잘못된 행동, 바람직하지 못한 모습 때문에 지적을 주고받을 수 있다. 그런데 지적에 대한 두 가지 뜻 중에 누군가는 "콕 집어서 가리킴"의 의미로 받아들이고, 어떤 이는 "허물 따위를 드러내어 폭로함"으로 이해한다. 



  물론, 지적에서 그치지 않고 지적'질'을 해대는 인간은 어디를 가더라도 꼭 존재하기 마련이다. 지적하는 이의 태도까지 우리가 통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우리는 그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나의 약한 면이 드러나는 것 같아 기분이 썩 유쾌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누군가의 '콕 집어서 가리킴' 덕분에,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내가 조금 더 나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출처 : https://m.dongascience.com/news.php?idx=59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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